'12연승 and 12연패' 양극화가 뚜렷했던 여자부 [전반기결산②]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12-30 13: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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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전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KGC인삼공사의 경기를 끝으로 V-리그 여자부 3라운드가 마무리 되었다. 도로공사는 KGC인삼공사에 3-1 승리를 거두며 팀 창단 최초 10연승에 성공했다. 올 시즌 여자부에서 두 자릿수 연승이 나온 것은 현대건설에 이어 두 번째다. 현대건설은 1, 2라운드 전승을 거두며 12연승을 내달렸다.

'올 시즌 여자부는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정해진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반기 상위팀과 하위 팀의 격차가 컸다.

먼저 현대건설은 승점 51점(17승 1패)으로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위 한국도로공사(승점 39점 14승 4패)와 승점 차가 무려 12점 차다. 쉽게 말해 도로공사가 네 번 연속 승점 3점을 따내는 동안, 현대건설은 네 번 연속으로 패해야 승점이 똑같아진다.

양효진과 이다현이 이루는 중앙 라인은 완벽하며, V-리그 첫 시즌인 외인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도 1라운드 MVP에 선정되는 등 매 경기 남다른 화력을 보여주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수비 라인도 든든하다. 황민경-고예림은 지난 시즌 기복을 털어내고 윙스파이커진을 든든히 지키고 있으며, 이들이 흔들릴 때는 '슈퍼 조커' 정지윤이 들어가 활약을 대신한다. 여기에 리베로 김연견이 후방에서 안정감을 보여주니 빈틈이 없다. 황연주, 이나연, 김주하 등 베테랑에 강성형 감독의 리더십이 더해지니 성적은 물론이고 팀 분위기까지 화기애애하다.

2위 한국도로공사부터 3위 GS칼텍스(승점 34점 11승 7패), 4위 KGC인삼공사(승점 33점 11승 7패)까지는 승점 차가 단 5점에 불과하다. 한두 경기 결과에 따라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도로공사는 이윤정 세터 선발 투입 이후 환골탈태했다. 2라운드 KGC인삼공사전부터 이윤정이 선발로 나왔는데, 이 경기부터 도로공사는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윤정 선발=승리' 방정식이 계속해서 성립 중이다. 적절한 분배, 안정된 패스워크로 팀에 힘을 주고 있다.  

 


박정아와 켈시 페인(등록명 켈시) 쌍포가 살아난 것도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윤정이 흔들릴 때는 이고은이 들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또한 백업진이 풍부해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백업 선수 부재로 고심이 컸던 도로공사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다. 이윤정을 비롯해 이예림, 하유정, 전새얀 등이 적재적소 상황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GS칼텍스와 KGC인삼공사는 엎치락뒤치락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소영과 메레타 러츠(등록명 러츠)가 떠나며 높이와 화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던 GS칼텍스지만 그래도 3위로 선방하고 있다. 모마 바소코 레티치아(등록명 모마)가 선전 중이다. 물론 높은 블로커 벽에 막힐 때도 있지만, 화끈한 공격과 서브가 인상적이다. 2년차 세터 김지원과 3년차 미들블로커 권민지도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맹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1라운드는 2위로 마무리했지만 점점 페이스가 떨어진 KGC인삼공사다. 아쉬운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손가락 수술로 자리를 비운 주전 세터 염혜선의 부재. 1라운드 공격 성공률이 39.35%로 높았던 이소영이 흔들리고 있는 부분이 아쉽다(2라운드 29.34%, 3라운드 32.92%). 그래도 정호영과 고의정, 노란 등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은 앞으로의 미래를 밝게 한다.

위 네 팀은 희망적인 전반기를 보냈다면 지금부터 말할 세 팀의 전반기는 암울했다. 5위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준우승 멤버가 대거 떠났다. 김연경은 해외로, 이다영-이재영은 학폭 논란 속에 팀을 떠났고, 김세영은 은퇴했다. 쏠쏠한 백업 이한비는 신생팀 특별 지명으로 페퍼저축은행으로 갔다. 젊은 선수들로 새판을 짰지만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3라운드를 시즌 첫 3연승으로 마무리하며 희망을 봤다. 또한 4라운드 첫 경기도 승리로 장식했다. 무엇보다 자신보다 높은 순위에 위치했던 KGC인삼공사를 잡은 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최근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과 김미연, 그리고 신인 정윤주의 활약이 알찼다.

 

 

시즌 초반, 창단 후 최고 위기를 맞았던 IBK기업은행. 여러 논란 속에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이 경질됐고 김사니-안태영 감독대행을 거쳐 지금의 김호철 감독이 팀을 이끌고 있다. 또한 무단이탈 논란 속에 팀과 결별한 조송화 분쟁, 부진한 성적 속에 팀을 떠난 레베카 라셈(등록명 라셈) 교체 등 긍정적인 이야기보다는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았던 IBK기업은행이었다.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가운데, 점차 안정적인 팀으로 가고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호통'이 아닌 '소통'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과 잠재력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희진이 본래 자리 아포짓으로 갔고, 대체 외인 달리 산타나(등록명 산타나)도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정민, 김하경, 이진, 육서영 등이 김호철 감독 체제 속에서 많은 기회를 얻고 있는 가운데 후반기 달라진 IBK기업은행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패스가 빨라졌고, 플레이도 다양해졌다"는 강성형 감독의 말처럼 기대가 된다.

마지막 페퍼저축은행. 11월 9일 IBK기업은행전 첫 승 이후 승리가 없다. 이후 4라운드 첫 경기 흥국생명전도 패했다. 현재 13연패. 물론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페퍼저축은행이 최하위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 이전 소속팀에서는 대부분 웜업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는다. 페퍼저축은행은 끈질기고 강인한 집중력을 통해 상대를 압박한다. 포기하지 않고 공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모습에 팬들도, 김형실 감독도 마음속 깊은 울림을 받았다. 1승뿐이지만, 보이는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와 신인 박은서의 앞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신인 1순위 박사랑도 지난 25일 흥국생명전을 통해 첫 코트를 밟은 가운데, 회복 상태에 따라 출전 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기 여자부는 현대건설의 독주, IBK기업은행의 추락,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첫 시즌 등 많은 이야기를 남긴 가운데 막을 내렸다. 본격적인 순위 싸움이 펼쳐지는 후반기는 어떤 내용으로 전개될까.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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