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신장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

남자프로배구 / 송현일 기자 / 2025-02-28 13: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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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다고 얕보다간 큰코다친다. 잠시라도 이 남자에게서 시선을 떼면 곧 '큰 거 한 방'을 얻어 맞고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179cm 단신 공격수 모하메드 야쿱(KB손해보험)이 V리그를 휘젓고 있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 정규리그가 어느덧 마지막 6라운드에 돌입했다. 해마다 그랬듯 크고 작은 이야깃거리가 있었지만, 혹자의 말마따나 그중에서도 KB손해보험의 돌풍 행진은 "동화"에 가까웠다.

KB손해보험은 2023~2024시즌 남자부 최하위 팀이다. 그것도 5승31패로 압도적인 꼴찌였다. 그런데 한 시즌 만에 입지가 크게 변했다. 27일 현재 20승10패(승점 56)로 한 경기를 더 치른 2위 대한항공(20승11패·승점 60)을 바짝 뒤쫓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3위에 오른 지는 이미 한참이다.

언제나처럼 안드레스 비예나가 팀을 지탱했고, 천군만마 황택의와 나경복까지 시즌 초반 군 복귀하면서 KB손해보험은 상위권 도약의 급물살을 탔다. 개막 5연패를 딛고 전반기를 3위로 마무리하며 리그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다.

KB손해보험의 야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기를 앞두고 바레인 국가대표 공격수 야쿱을 영입했다. 180cm도 되지 않는 신장이지만 레오나르도 아폰소 KB손해보험 감독은 오직 그의 실력만을 놓고 평가했다. 모두가 No를 외칠 때 홀로 Yes를 외친 것이다.

야쿱은 팀에 빠르다 못해 순식간에 녹아들었다. 당초 나경복의 파트너 역할만 제대로 해내도 성공이라는 기대였는데, 오히려 지금은 나경복이 야쿱에게 맞추는 신세다. "비예나와 야쿱이 양옆에서 알아서 때려주니 나는 서브 리시브라도 받아야 하는데, 그것마저 (정)민수 형과 야쿱이 다 해 주니 이제 후위 수비와 서브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나경복의 헛웃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야쿱은 지금까지 공격 성공률 51.10%, 서브 세트당 0.414개, 리시브 효율 30.11%를 기록 중이다. 시즌 중간 합류한 탓에 출전 횟수가 적어 순위 산정에선 제외됐지만,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수치다.

KB손해보험이 누리는 야쿱 효과는 이뿐 아니다. 아웃사이드 히터 선택지가 하나 늘어남에 따라 주전 선수들, 특히 나경복에게 적절한 휴식을 안기며 부상 잡음 없이 안정적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다. 더구나 나경복 없이 야쿱 혼자서도 승점을 가져와 주니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KB손해보험으로선 야쿱의 영입으로 승점 관리와 선수단 체력 안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야쿱은 사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 아시아쿼터 선수 드래프트에서 모든 팀에 외면당했다. 예상하다시피 작은 키가 문제였다. 그런 그의 이 같은 활약은 마치 선입견과 맞서 싸우는 투사(鬪士)를 연상케 한다.

야쿱은 최근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스포츠계 명언이 생겼다고 한다. 경기장에서 본지로부터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거란 말, 혹시 들어봤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는 한참을 웃더니 "배구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게 아주 딱 맞는 말"이라며 "앞으로 머릿속에 새기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글_송현일 기자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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