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 탈락 직후 눈물 쏟은 박상하 "은퇴 경기 직감했다"

남자프로배구 / 송현일 기자 / 2025-04-24 12: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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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경기라는 걸 직감했죠."

단순한 눈물이 아니었다.

박상하(KB손해보험)는 지난 시즌(2024~2025) 플레이오프에서 팀이 대한항공에 패해 챔피언결정전 탈락이 결정된 직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맏형으로 누구보다 팀을 위해 헌신했던 그였기에 보는 이들도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상하의 눈물엔 패배의 아쉬움뿐 아닌 여러 감정과 의미가 젖어 있었다.

혹여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그간 모두에게 숨겨 온, 그 혼자만의 묵묵하고 슬픈 은퇴식이었다.

"사실 그때 운 게 꼭 대한항공에 져서만은 아니었어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은퇴를 못 박은 건 아닌데, 그런 걸 떠나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거든요. 어쩌면 이 경기가 내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막 난 거죠. 실제로 은퇴 고민이 있기도 했고요(웃음)."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드림식스(현 우리카드)에 입단한 박상하. 2016년 삼성화재, 2021년 현대캐피탈을 거쳐 지난해 KB손해보험으로 적을 옮겼다.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었다. 전성기 시절 대표팀 '1번 미들블로커'였다.

하지만 화려한 선수 여정을 이어 온 그도 어느덧 불혹을 앞둔 나이, 39세가 됐다. '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

"최근 몇 년 동안은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뛰어 왔어요. 나이가 있는 만큼 선수 생활의 끝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니, 매 순간 모든 걸 쏟아붓자는 거죠. 나중에 은퇴하고 나면 작은 후회도 남기고 싶지 않아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뛴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박상하의 이 같은 간절함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됐다. 2024~2025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블로킹 기록(10개)을 새로 쓰는 등 베테랑 그 이상의 품격을 보였다.

그야말로 나이를 잊은 활약에 해당 시즌 종료 후 은퇴를 고민하던 그를 동료들과 구단 모두가 뜯어말렸다. 한참을 설득해 결국 박상하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신인 미들블로커 이준영의 진심이 결정적이었다. 이준영은 박상하의 오랜 팬. 학창 시절부터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항상 그를 꼽아 왔다.

그런 박상하를 이준영은 떠나보내기 싫었다. 용기 내 자신보다 한참 선배인 '우상'에게 직접 찾아가 새 시즌에도 함께하고 싶다는 진심을 털어놨다.

"일단 다시 한번 KB손해보험을 위해 뛸 수 있어 기뻐요.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의 노력을 쏟겠습니다. 그리고 (이)준영이를 제가 제대로 한 번 키워 보려고요. 아주 멘토처럼 옆에 딱 붙어서 알려줄 겁니다(웃음). 제가 사실 시즌이 끝나면 3주 정도는 푹 쉬는데, 준영이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계속 운동만 하고 있네요(웃음)."

'리틀 박상하'를 팀에 남기고 떠나겠다는 계획이다.

"제 생각엔 준영이가 저와 선수로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신체 조건도 그렇고,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고요. 준영이가 제 옆에서 잘 성장해, 나중에 준영이가 저를 직접 은퇴시켜 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호랑이 새끼'에게 밀려 은퇴하는 것도 나름 명예로운 퇴장 아닐까요(웃음). 하지만 그건 준영이가 충분히 실력을 길렀을 때고, 제대로 못 따라오면 어쩔 수 없이 제가 계속 뛰어야죠 뭐(웃음)."

글, 사진. 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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