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서 놓친 우승…정관장 박은진 "눈물이 안 났다"

여자프로배구 / 제천/송현일 기자 / 2025-04-30 12: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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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안 났다."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정관장이 1·2차전을 따낸 흥국생명을 상대로 최종 5차전까지 가는 투혼을 발휘하면서 역대급 명경기가 펼쳐졌다.

끝내 트로피를 들어올린 쪽은 흥국생명이지만, 정관장이 그 못지않게 많은 박수를 받은 이유다.

특히 정관장의 준우승 스토리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투지'였다.

주전 미들블로커 박은진과 외국인 공격수 반야 부키리치는 정규리그 막판 발목 부상으로 포스트시즌(PS) 복귀조차 불투명했고, 염혜선과 노란도 PS를 치르면서 기존 부상이 악화했다.

"챔프전 5차전 때는 발목 통증이 참기 어려울 정도로 심했다"는 게 박은진의 말.

29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아프지만 티를 안 내려 했다. 나와 부키리치뿐 아니라 모두가 저마다 부상을 안고 있었다. 언니들이 먼저 묵묵히 참고 뛰며 팀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그 덕분에 다들 마지막까지 덩달아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선 조금의 후회나 미련도 없다. 챔프전 때 몸 상태가 정말 안 좋았다. 하지만 코트에선 나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 만큼 100%를 쏟아부었다. 우리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준우승에도 눈물은 안 났고, 후련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사실 (염)혜선 언니가 펑펑 울어서 달래 주느라 바빴다"며 씨익 웃었다.

박은진의 휴가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됐다. 시즌이 완전히 종료되고도 끝까지 남아 발목 재활에 매진한 까닭이다.

"시즌이 끝나긴 했지만 운동 선수인 만큼 몸 관리는 알아서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음 시즌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 주고 싶다. 큰 부상이 아니고 재활도 잘하고 있으니 전혀 걱정 안 해도 된다 전하고 싶다"는 게 박은진의 설명.

 


이날 이곳에선 제80회 전국종별배구선수권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황금 같은 휴가지만 박은진은 어째서인지 제천으로 향했다. 경해여중·선명여고 후배들에게 기를 실어 주기 위해서였다. 또 하동중 소속의 남동생을 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들에게 박은진은 슈퍼스타나 다름없었다. 박은진은 이날 몇 시간이나 쉴 새 없이 자신을 찾아 오는 어린 팬들에게 일일이 사진을 찍어 주고 사인을 해 줬다.

박은진은 "어린 선수들이 이렇게 반겨 주니 부끄러우면서도 기분 좋다. 꼭 대회가 아니더라도 자주 모교에 방문해 후배들을 격려하는 편이다. 집이 사천인데 마침 학교가 진주에 있다. 가는 길이다.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후배들을 만나면 그래도 누군가는 나를 보고 운동하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책임감이 생긴다"고 힘줘 말했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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