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라이벌이자 영원한 친구’ 박은서×박은지 자매 [김하림의 배구는 사랑을 싣고]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10-25 13:00:31
새로운 프로선수 가족이 탄생했다. 2022-2023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KGC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은 박은지다. 그의 언니는 지난해 1라운드 2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입단한 박은서다.
자매가 나란히 1라운드에 뽑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었다. 이제 자매는 새로운 시즌에 승리를 위해 네트를 사이에 두고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쳐야 한다. V-리그의 새로운 볼거리다. 최고의 라이벌이자 영원한 친구를 둔 박은서×박은지 자매가 이야기 보따리를 열었다.
1라운드 V-리거 자매의 탄생
한 살 터울의 자매는 배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함께였다. 공격수 언니와 세터 동생의 호흡은 서로의 얼굴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 정도로 완벽했다. 언니 박은서는 2021-2022시즌 1라운드 2순위로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중, 고등학교 재학 당시 팀의 주포로 활약했고 덕분에 연령별 대표팀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언니가 먼저 프로로 떠난 뒤 처음으로 떨어져 배구를 했지만, 동생 역시 같은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동생 박은지도 언니와 마찬가지로 유망주로 평가받아왔다. 올해 U20 대표팀으로 처음 국가대표 경험을 쌓았다. 모두의 기대대로 동생은 2022-2023시즌 1라운드 4순위로 KGC인삼공사의 선택을 받으며 자매가 나란히 1라운드 지명선수로 프로행의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1라운드 V-리그 자매가 탄생했다.
운동 가족, 배구 선수 세 자매
Q. 둘이 함께 인터뷰를 합니다. 소감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박은서 은지랑 같이 인터뷰를 하니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새로운 느낌의 인터뷰에요(웃음).
박은지 언니도 작년에 프로에 잘 가서 좋았는데, 나도 언니따라 같이 프로 팀에 잘 갔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청 좋아요.
Q. 은지 선수는 배구를 시작하게 됐나요. (박은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 선수로 활약했던 어머니를 따라 자연스럽게 배구를 시작했다.)
은지 언니가 먼저 배구를 시작하고 1년 뒤에 아빠가 물어보셨어요. ‘레슬링 할래, 배구 할래?’라고 했는데, ‘배구하고 싶다’고 했죠(웃음). 자연스럽게 언니 따라서 했어요. (어머니는 실업배구 시절 도로공사에서 활약했고, 현재 한국배구연맹 심판으로 활동하는 어연순씨, 아버지는 방콕 아시안게임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동메달리스트 박우씨다.)
Q. 막내 동생도 배구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막내 동생을 소개해 줄 수 있나요. (막내는 수일여중에서 미들블로커로 뛰는 2학년 박은빈이다.)
은서 막내 동생이 운동하는 건 많이 못 봤는데 나랑 폼이 많이 비슷하다고 들었어요. 자매 셋 중에 운동 신경이 제일 좋아요. 특히 순간 대처 능력이 남달라요.
은지 셋 중에 막내의 키가 제일 커요. 운동 욕심도 많고 귀여운 동생이에요.
Q. 어머니부터 세 자매까지 모두 배구 가족입니다. 가족끼리 모이면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은서 집에 있을 때는 이야기를 잘 안 해요. 그래도 만약 하게 되더라도 엄마랑 동생한테 장난식으로도 쓴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은 건 있어요.
은지 운동 이야기를 잘 안해요. 서로 힘들 때 힘내라고 해주고, 지적보단 응원을 더 많이 해줘요.
Q. 배구 이야기를 하면 누가 먼저 말문을 여나요.
은지 엄마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세요. 플레이를 보시곤 고칠 부분이나 보완할 부분을 짚어주세요.
은서 아빠가 항상 대회를 따라다니시면서 경기 영상을 찍으셨어요. 그 영상을 거실의 TV로 연결해서 주말마다 틀어 놨어요. 실수한 게 영상에 다 담겨 있으니깐 그 플레이가 나오면 한 소리씩 들었어요. 그래서 거실에 잘 안 나갔어요(웃음).
Q. 어머니가 배구 관련 이야기를 해준다면 아버지는 어떤 역할인가요.
은서 건강 관리에 신경 써주세요. 아픈 부위가 있으면 꼭 관리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주시고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많이 해주셨어요.
은지 아빠는 장난을 많이 치세요. 말도 안 되는 걸로 장난치시는데 재밌어요. 항상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
영원한 버팀목
Q. 어렸을 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은서 워낙 오래 같이 있어서 특별히 생각 나는 건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을 때 서로 더 많이 먹으려고 경쟁했던 것이 생각나요. (체하진 않았나요.) 둘 다 많이 튼튼해서 괜찮았어요(웃음).
은지 언니랑 초등학교 때부터 붙어 있으면서 같이 있기 싫고 떨어지고 싶었던 순간이 더 많았어요. 그러다 언니가 연령별 대표팀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떨어지게 됐는데, 그때 언니가 보고 싶어서 울었어요.
Q. 배구선수로 바라보는 서로는 어때요.
은서 동생이지만 은지에게 배울 점도 많아요. 아쉬운 부분들도 있지만 보완할 수 있고,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서 자랑스러워요.
은지 언니는 믿고 올릴 수 있는 공격수예요. 초등학교 때부터 잘했어요. 언니한테 올릴 때 누구보다 편했어요. 못 때리면 뭐라 할 수도 있잖아요(웃음).
Q. 서로에게 뺏어 오고 싶은 능력과 상대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는 능력을 한 가지씩 꼽아줄 수 있나요.
은서 은지가 팔이 길어서 네트 싸움을 잘하죠. 배구에 유리한 팔 길이를 뺏어 오고 싶어요. 그래도 내가 은지보단 점프를 잘하죠(웃음).
은지 언니한테서 서브 능력을 가지고 오고 싶고, 언니보단 잘하는 건 코트 안의 분위기를 더 밝게 만들 수 있어요.
Q. 배구 말고 ‘내가 이것만큼은 더 낫다’라고 하는 게 있을까요.
은지 언니보다 외향적이에요. 그래서 친구 사귀는 것도 훨씬 더 잘해요.
은서 동생보다 더 참을성이 있어요. 은지가 오래 앉아있는 걸 못 하는데 나는 잘해요(웃음). 두 사람의 성격이 정반대에요. 달라서 서로 답답한 부분이 있지만, 달라서 좋은 부분도 많아요.
Q. 서로 역할을 바꿔서 해보면 어떨 것 같나요.
은서 1년 동안 잠깐 세터를 맡았어요. 잠깐 했을 때도 세터 포지션이 안 맞는다고 느꼈어요. 엄청 못했을 것 같아요. 다시 포지션을 선택하더라도 공격수를 할 겁니다.
은지 서로 말을 많이 하지 않을까요. 서로 못한다고 뭐라할 것 같아요(웃음).
Q. 자매로는 어때요.
은서 정말 친구 같은 동생이라 누구보다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어요. ‘찐친’같이 다독여주기보단 쓴소리를 더 많이 해주는 동생이라 좋아요.
은지 어렸을 때는 정말 많이 싸웠어요. 지금은 서로 생각도 많이 해주고 맞추려고 하고 있어요.
서로에게 최고의 라이벌
자매의 양보 없는 대결이 펼쳐진다
Q.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냈던 만큼 서로 배구 하는 걸 보면서 안쓰러웠던 적도 있을 것 같아요.
은서 많이 혼났거나 운동이 잘 안된 날은 끝나고 숙소에서 은지가 기죽어 있는 게 보였어요. 그럴 때마다 항상 안쓰러웠어요.
은지 언니가 작년에 주장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했어요. 아픈 곳이 많았는데도 참고 뛰는 걸 보면서 나도 많이 힘들었어요.
Q. 두 선수 모두 배구를 하는 데 동기부여가 됐던 일은 뭘까요.
은지 처음에는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배구를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잠깐 운동을 그만뒀을 때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나를 위해서 하는 게 느껴졌어요. 그 감정이 큰 동기부여가 됐어요.
은서 가끔씩 ‘배구만큼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답은 항상 배구여서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Q. 두 선수 모두 배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뭔가요.
은서 프로 데뷔 첫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무래도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크게 남아 있어요. 같이 한 경기 중에는 고등학교 2학년 첫 경기요. 코로나19로 대회가 계속 연기 되다가 오랜만에 경기를 뛰었어요. 그동안 대회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갔는데, 함께 출전해서 서로 더 파이팅하고 즐기면서 했어요.
은지 언니랑 했을 땐 중학교 2학년 때 춘계연맹전에서 우승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또 다른 경기는 작년 CBS배 우승했을 때요. 내가 주장으로 뛴 첫 대회였어요. 동생들이랑 하는 만큼 내가 더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팀원들을 다독이고 괜찮다고 즐기면서 했더니 더 잘됐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Q. 두 사람이 네트 건너편에서 경기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때의 순간을 상상하면 어떤가요.
은지 여러 번 생각해봤지만 확실하게 상상이 되지 않아요. 어색할 것 같지만 서로 놀리기 바쁠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긴 싫어요(웃음).
은서 은지가 드래프트 끝나고 나한테 지기 싫다고 이야기 했더라고요. 언니들도 ‘동생이 너한테 지기 싫대~’라고 놀리더라고요. 나는 지고 이기고를 특별히 생각 안 해봤는데, 은지는 항상 나한테 지기 싫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항상 같은 팀에서만 했는데 이번에 처음 떨어져서 경기를 해서 이상할 것 같아요. ‘쟤가 왜 저기 있지?’라는 느낌이 들 것 같은데, 나도 지긴 싫어요. 꼭 이겨야죠.
Q. 은서 선수는 이제 프로 2년 차입니다. 어떤 모습 보여주고 싶나요.
은서 당연히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한 활약 보여드리고 싶어요. 코트 위에서 더 파이팅 넘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Q. 은지 선수는 새로운 출발선에 자리했습니다 프로에서 어떤 활약 보여주고 싶나요.
은지 나 혼자 잘하겠다는 욕심보단 팀으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어요. 빨리 적응해서 언니들이랑 더 호흡을 잘 맞춰서 내가 가진 장점을 보여드리겠습니다.
Q.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은서 제가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딸이에요. 많이 표현은 못하지만 그럼에도 알아줘서 고맙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은지 지금까지 뒷바라지 해줘서 감사드려요. 이제 제가 돈을 버니깐 엄마, 아빠 행복하게 살게 해드리고 싶어요.
Q. 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은서 이제 다른 팀이라 옆에서 못 챙겨주지만, 힘들면 연락하고, 만나게 되면 같이 놀고 계속 잘 지내자!
은지 다치지 말고 지난 시즌보다 못 보여준 거 이번 시즌에 보여줬으면 좋겠어. 파이팅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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