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존재로 기억되고 싶어요!" IBK기업은행 최정민, 더 빛날 내일을 향하여
- 매거진 / 김희수 / 2023-01-03 12:06:39
2020-2021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3순위로 IBK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제 프로 3년 차를 보내고 있지만, 적은 연차가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데뷔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의 자리를 메우는가 하면,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다채로운 잠재력을 뿜어내기도 했다. 지난 비시즌에는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에도 선발됐다. 최정민은 이 모든 경험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 더 빛날 내일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선수 최정민의 이야기를 <더스파이크>가 담아왔다.
“경기장에 들어가서 뛸 수만 있다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도 좋아요”
안녕하세요! <더스파이크>와 길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처음입니다. 먼저 소감이 궁금해요.
인터뷰한다는 사실을 듣고 나서 “내가 왜?”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웃음). “내가 뭔가 잘했나?” 싶기도 했고요.
정민 선수가 거쳐 온 시간에 관해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요. 먼저 배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동생과 같이 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내가 선택한 건 아니었지만, 공부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서 흔쾌히 시작했습니다(웃음).
그렇게 배구를 시작한 정민 선수는 2020-2021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IBK기업은행에 지명받았습니다. 당시의 기억을 좀 들려준다면.
당시에 나와 (이)선우(KGC인삼공사) 이야기가 드래프트 전에도 많이 나왔고, 둘 중 누가 먼저 뽑힐까에 대한 이야기도 들렸어요. 사실 나는 선우보다 뒤에 뽑힐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둘 다 전체 1번으로 뽑히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데뷔 시즌이었던 2020-2021 시즌 후반부, 라자레바 선수의 공백을 메웠던 최정민의 등장은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났습니다. 당시 어떤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나요?
어차피 외국인 선수 역할을 내가 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언니들이 시키는 대로 잘하고, 최선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코트에 들어갔습니다.
2년 차였던 2021-2022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교체 등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넘나들었어요.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사실 나는 아직 할 만해요. 경기장에 들어가서 뛸 수만 있다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도 좋아요. 포지션이 바뀌면서 겪는 어려움보다 경기를 나설 수 있다는 자체로 느끼는 즐거움이 더 크거든요.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과 앞으로 맡고 싶은 포지션을 골라준다면? 이유도 궁금합니다.
가장 자신 있는 포지션은 아무래도 미들블로커죠. 이번 시즌에 미들블로커로 뛰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장기적으로 어떤 포지션으로 자리를 잡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원래 감독님께서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기용하려고 계획하셨지만, 비시즌 동안 국가대표팀에 다녀오느라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원활하게 진행되진 못했거든요. 일단 이번 시즌이 끝난 다음 감독님과 같이 큰 그림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감독님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지난 시즌 중반부터 김호철 감독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최정민 선수가 보는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감독님은 운동할 때와 쉴 때가 정말 다른 분이에요. 운동할 때는 정말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는 분이죠. 그런데 또 쉬는 시간에는 장난도 많이 치시고 재밌는 분이세요.
감독님이 정민 선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면?
음…요즘에는 “자꾸 볼에다 바람 넣지 말라”고 하세요. 왜 그러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내가 너무 자주 바람을 넣어서 그러시는 것 같기도 한데…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시즌은 프로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시즌입니다. 2라운드까지를 기준으로 이번 시즌에 점수를 매겨본다면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까요.
한 80점? 이전 시즌보다는 여러 면에서 좋아진 게 느껴져요. 다만 경기 중에 아직 자잘한 실수들이 있고, 몇몇 순간에 머뭇거리는 부분이 있어서 20점 깎았습니다.
그럼 현재 가장 잘되고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본다면.
가장 잘되고 있는 부분은 블로킹 리딩이에요. 잡아야 하는 상대를 잘 따라다니고 있어요. 문제는 따라가는 것까지는 잘하는데, 적절하게 손을 집어넣는 게 아직 부족해요(웃음). 블로킹할 때의 손모양 같은 세밀한 부분을 조금 더 다듬고 싶어요.
“지금까지 배구가 싫었던 순간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이제 배구선수 최정민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께요. 먼저 이번 시즌의 팀으로서의 목표와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팀으로서는 당연히 우승이 목표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팀 선수들 모두가 우승을 원해요. 개인적으로는 경기 끝나고 방송사에서 선정하는 MVP에 뽑혀보는 게 목표예요. 아직 한 번도 못 받아봤거든요.
지금까지 프로에 와서 치른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를 꼽아본다면.
이번 시즌 2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이요. 미들블로커를 하면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경기였거든요. 블로킹도 가장 많이 잡았고요(최정민은 2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블로킹 6개, 서브 1개 포함 13점을 올렸다).
상대해 본 선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누구인지 궁금한데.
KGC인삼공사 엘리자벳과 현대건설 야스민이 막기 힘들었어요. 엘리자벳은 타점을 살리는 능력이 좋아서 블로킹 위로 넘어가는 공격이 많아요. 그래서 블로킹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 선수죠. 야스민은 힘이 워낙 좋아서, 반대편 코트에서 상대할 때 좀 무서운 느낌?(웃음)
어느덧 프로 3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연차가 쌓이면서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요?
우선 내 밑으로 후배들이 계속 들어오는 게 신기해요. 그리고 한 살 한 살 나이가 많아질수록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최정민 선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페이크 점프를 정말 열심히 뛰는 모습입니다. 자신의 페이크 점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도 페이크 점프를 열심히 뛴다는 걸 알고 있어요. 경기 때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의식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신경을 쓰는 부분 중 하나에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온 덕에 공격 옵션도 정말 다양하게 구사할 수 있잖아요. 가장 자신 있는 공격 옵션은 무엇일까요.
우선 많은 공격 옵션을 쓸 수 있다는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걸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온전히 나의 것이 되는 거니까요. 지금 쓸 수 있는 옵션 중에서는 ‘A길’이라는 공격을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것 같아요. (A길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준다면.) A속공 보다 조금 더 길게 공을 흘려서 때리는 공격이에요!
신체적인 부분만큼이나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이 멘탈 관리입니다. 정민 선수가 멘탈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스스로가 배구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지금까지 배구가 싫었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배구 외적인 이유로 지친 적은 있지만, 배구 자체를 하기 싫었던 적은 결코 없습니다. 물론 나도 열심히, 즐겁게 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잘 안 풀릴 때가 있죠. 그럴 땐 그냥 안 되는 부분을 잊어버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안 되는 걸 자꾸 생각하면 더 안 되더라고요. 물론 그게 말처럼 쉽진 않지만요.
그럼 언제나 즐겁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따뜻한 칭찬 한마디 한다면.
음…아직 나한테 칭찬은 안 해주고 싶어요. 그런 거 잘 못하기도 해요(웃음).
알겠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군요(웃음). 그렇다면 정민 선수는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언제나 팀에 도움이 되고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선수이고 싶어요. 꼭 필요한 존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효서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서로를 이해하고 기댈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게 든든하고 편안해요”
이제는 경기장 밖의 이야기를 좀 나눠볼까 해요. KGC인삼공사의 최효서 선수가 친동생이죠. 같은 길을 걷는 동생이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는 평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내 경기가 끝나면 주로 효서한테 먼저 연락이 와요. 또 KGC인삼공사와의 맞대결이 끝나고 나면 서로 고생했다고 연락도 주고받죠. 경기 후에는 서로가 잘 안 된 부분에 대해서 조언이나 격려도 해줘요.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기댈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는 게 든든하고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는 부모님께서 응원하기가 아주 곤란하시겠어요.
부모님은 항상 이기는 팀이 우리 팀이라고 하세요. 한 번은 엄마가 “경기 끝나고 잠깐 볼 수 있냐”고 하셔서 시간이 “안 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오늘은 효서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지난 시즌까지 응원가로 츄의 Heart Attack
이제 좀 상큼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서 센 노래로 바꿔봤는데요, 내년에 다시 원래대로 바꿔야 할 것 같아요(웃음). 내가 원했던 강렬함이 아니에요.
만약 배구를 안 했다면 지금 뭘 하고 있었을 것 같나요.
축구 선수요! 왜냐면 어머니가 원래 시키려고 했던 운동은 축구였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여자 아이가 시작하기에는 배구가 부상도 덜 당하고 비전도 좋다”고 알려주셔서 배구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만약에 그때 배구가 아니라 축구를 했으면 지금 배구하는 것보다 못했을 것 같아요.
평소 휴식 시간에는 뭘 하면서 지내나요? 취미 같은 게 있을까요?
쉴 때는 정말 아~무 것도 안 해요. 일단 침대에 누워요. 그다음에는 휴대폰 좀 보다가 졸리면 자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 먹고 그래요.
그 답을 듣고 나니 이 질문이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만(웃음), 최정민이 추천하는 핫 플레이스를 알려준다면?
한강공원이나 방화수류정을 추천하고 싶어요. 가서 돗자리 깔고 누워 있으면 좋습니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눕는 게 최고군요!) 네, 눕는 게 최고입니다(웃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팀 동료와 가장 친한 다른 팀 선수는 누구인가요?
팀에서는 (김)윤우랑 (구)혜인이? 셋이 모이면 셋 다 아무것도 안 해요. 그냥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거나 맛있는 걸 먹으러 갑니다. 타 팀 선수들은 시간이 부족해서 자주 볼 기회가 없긴 하지만, 흥국생명 박혜진, KGC인삼공사 이선우 선수랑 친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선수들이 늘고 있습니다. 혹시 유튜브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마침 인터뷰 전날 윤우가 나한테 혜인이랑 같이 유튜브를 하자고 했어요! 근데 내가 ‘우리는 안 된다’고 했어요. 윤우가 엄청나게 자신 있어 하더라고요. 자기가 영상 편집도 할 줄 안다면서 해보자고 했는데, 내가 ‘그래도 우리는 안 된다’고 했더니 나보고 ‘왜 이렇게 부정적이냐’고 하더라고요. (만약에 유튜브를 하게 되면 첫 영상으로는 뭘 올리겠어요?) 글쎄요, 그래도 첫 영상은 브이로그가 좋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냥 카메라 앞에 있기만 하면 편집 잘하는 윤우가 알아서 해주겠죠(웃음)?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들이 즐거워할 만한 밸런스 게임을 몇 가지 해볼게요!
네, 좋아요!
Q1. 더 기분 좋은 득점은?
블로커 3명 뚫고 백어택 성공 vs 상대 에이스 1:1 블로킹
1:1 블로킹이요. 공격으로 득점하는 것보다 블로킹을 잡는 게 더 어렵다고 생각해서요. 심지어 블로킹한 공격이 상대 팀 에이스의 공격이라면 기쁨이 두 배죠!
Q2. 둘 중 하나를 꼭 한 달 내내 해야 한다면?
산타나 헤어스타일 따라 하기 vs 감독님과 단둘이 밥 먹기
달리(산타나) 머리하기요. 나름 괜찮을 것 같은데요? 해보고 싶어요(웃음). 감독님과 밥 먹는 것도 좋지만 한 달 내내는 좀 쉽지 않아요.
Q3. 감독님 바로 앞에서 더 하기 싫은 범실은?
네트터치 vs 포지션 폴트
포지션 폴트요. 네트터치는 뭔가를 잘 하려는 과정에서 나오는 거지만, 포지션 폴트는 집중을 안 한 탓에 나오는 거라서 감독님께서 더 화가 나실 것 같아요.
Q4. 더 말을 안 듣는 동생은?
집에 있는 최효서 vs 숙소에 있는 김윤우
윤우로 하겠습니다. 효서는 뭘 좀 해달라고 하면 조용히 다 해주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윤우는 앙탈을 부려요. 해주긴 해주는데, 꼭 앙탈을 부리는 게 포인트에요.
Q5. 우승 공약으로 춤을 춰야 한다면?
츄의 Heart Attack
어…Girls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오늘 인터뷰 어땠나요.
조금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밌는 질문들도 많아서 마음 편하게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 여러분들에게 인사하면서 인터뷰 마치겠습니다.
항상 경기장을 찾아와주시거나 TV로 지켜봐주시는 팬 분들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팬 여러분들의 응원하는 마음은 늘 내게 전해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응원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희수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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