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배구의 겨울나기 ③ - 한양대, 중부대

매거진 / 이가현 / 2023-02-22 12: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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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년, 시즌을 준비하며 대학배구 선수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꾹꾹 눌러 담아 앞으로의 좋은 모습을 그려나가고자 하는 한양대학교와 중부대학교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2023년에 포지션의 변화가 있다. 그들만의 이야기와 준비 과정을 <더스파이크>가 담아보았다.

 

 

지난 시즌 한양대는 순탄하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부상 탓에 완벽한 전력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양진웅 감독 역시 지난 시즌의 아쉬움이 가득 남았다. 그는 “완벽한 팀 구성으로 경기를 못 해본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그는 “우리 팀은 한 명이 돋보이는 구조가 아니다. 모든 선수가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톱니바퀴 같다. 모든 게 잘 어우러져야 안정적으로 굴러간다”라며 2023년 한양대 배구가 꿈꾸는 모습을 설명했다.

2023시즌 준비가 한창인 한양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지난 시즌까지 미들블로커로 활약했던 김형근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탈바꿈했다. 감독은 김형근에게 무한 신뢰를 보냈다. 양진웅 감독은 “(임)동규와 (이)준영이 미들블로커에 자리한다. (김)형근은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했고 기회를 줬다. 나 또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세 명의 선수가 모두 코트에 있는 것이 좋다”며 포지션 변화의 계기를 설명했다. 시즌의 성패는 김형근이 새로운 포지션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양 감독은 “(김)형근이 날개 공격수로 바꾸면서 리시브에 가담한다. 연습 과정에 있는데 괜찮다. 지금처럼 훈련하면 시즌에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양대 지난해 무려 4명의 선수가 V-리그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이현승(S)과 고우진(OH)이 현대캐피탈에 입단했고 황준태(L)는 우리카드, 우병헌(OP)은 한국전력 선수가 됐다. 특히 그동안 팀의 주전 세터였던 이현승의 공백이 커 보인다. 이현승은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첫 시즌에 주전 세터 자리를 차지하면서 팀을 이끌고 있다. 양 감독은 이현승 얘기가 나오자 미소로 답변을 시작했다. “대학과 프로는 실력 차이가 크다. 공격수 기술 차이도 난다. 대학 시절보다 빨라졌고 경기를 보는 눈도 넓어졌다”며 칭찬을 했다.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이제는 이현승을 대신해서 박상우가 주전 세터로 한양대를 이끌어야 한다. 양진웅 감독은 “올해 세터와 지난 시즌 세터는 분명 차이가 있다. 공격수들이 세터를 많이 도와줘야 한다. 서로 믿으면서 경기를 풀어가면 좋겠다”면서 코트에서 한마음으로 단합해주길 기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수들이 한양대 배구선수로 졸업하지만, 예절과 같은 기본적인 부분에서 많이 배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새로운 조합으로 나서는 한양대에게 찬란한 2023년이 되길 기대해보자.

양진웅 감독이 선수들에게 전하는 말
TO. 이현진
현진아 올해는 너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면 좋겠다. 민첩하고 빠른 공격력이 더해지면 좋은 선수가 될 거야! 올해도 잘해보자 파이팅.

TO. 김형근
너는 큰 신장과 공격 센스가 좋은 선수야. 포지션 변화로 아직은 어려운 게 많겠지만 잘 이겨내 보자! 너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한다.  

 

 

이현진
Q. 부상으로 작년 시즌이 아쉬울 것 같은데.
작년 리그 시작 전에 다쳤어요. 많이 못 보여드려서 다친 게 정말로 아쉬웠죠. 이제는 코트에 복귀할 정도가 됐어요. 간단한 볼 운동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빨리 나를 코트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웃음).

Q. 벌써 마지막 대학 생활이에요. 돌아보면 어땠나요.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공격할 때 코스나 상황 판단 능력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이 생겼어요.

Q.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이)현승이 프로에 입단했는데.
(이)현승과는 정말 많이 호흡을 맞췄잖아요. 그래서 다른 세터와 호흡을 맞추는 게 처음에는 걱정됐어요(웃음). 그래도 (박)상우와는 지난 시즌에 맞춰봤고 지금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세터가 공격수에 맞추는 것보다 공격수가 세터에 맞추는 게 더 편하다고 생각해서 내가 더 노력해야죠(웃음).

Q. 어떤 주장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주장을 처음 해봐요. 더 밝고 소통을 많이 하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일상생활까지 이어질 만큼 가까워져야 코트 위에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요. 그리고 친구같이 편한 형이 되고 싶어요. 고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는 형이 되고 싶습니다.

 

 

김형근
Q. 과감하게 포지션을 변경했는데.

미들블로커보다 아웃사이드 히터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포지션의 확실한 차이는 리시브와 공격이잖아요. 강한 서브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그러나 훈련량을 늘리고 ‘처음부터 배우자’는 마음으로 노력 중입니다.

Q. 롤모델이 있는지.
우리카드 나경복 선수입니다. 신체조건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실력이 정말 좋은데 나경복 선수만의 ‘파워풀함’을 닮고 싶습니다.

Q.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지.
큰 키라고 생각해요. 신장이 크면 운동할 때 유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운동신경도 좋은 것 같습니다. 모든 운동을 쉽게 따라 한다고 할까요.(웃음) 실력도 평균 이상이에요.

Q. 한양대 졸업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선수 김형근으로는 대학리그 우승이 목표에요. 아직 대학 우승을 못해봤어요. 학생 김형근으로는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요. 해야겠다고 다짐은 하는데 막상 하려니까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이현진에게 양진웅 감독이란
‘한양대 대장’ -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신다. 배울 점이 정말 많고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김형근에게 양진웅 감독이란
‘스승님’ - 운동도 잘 알려주시지만 예의 인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좋은 것만 가르쳐주셔서 인생에 있어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부대
2022년의 중부대를 되돌아보면 단연 인하대에 승리를 거둔 장면이 떠오른다. 무패행진으로 연승 질주를 이어가던 2022년 대학 배구의 최강자 인하대를 무려 두 번이나 꺾었다. 그 승리 덕분에 2022년 전국체육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부대는 2023년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중부대는 1월 9일부터 13일까지 중부대 체육관과 금산체육관에서 인근 지역과 타지에서 온 고등학교 팀들이 참가하는 스토브리그를 진행했다. 성장기 어린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송낙훈 감독은 “경기력도 유지하고 선수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했다”면서 이례적인 스토브리그를 진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송낙훈 감독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성장과 단합에 더 초점을 두었다. 지난해 여름 방학 때도 개인과 집단 상담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을 먼저 챙겼다. 감독은 누구보다도 선수들의 마음과 멘탈을 챙겼다. 그는 “두 시즌 동안 성적을 내지 못했다. 선수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까 걱정했다. 나는 선수들이 개개인의 성취도와 기량 향상에 목적을 두면 좋겠다. 팀플레이가 후반기에 잘 나왔다. 홈에서 명지대에 아쉽게 패했지만, 선수들한테 더 좋은 실력을 위해 열심히 하는 원동력, ‘접근 동기’가 생긴 것 같다”라며 지난 시즌에 아쉬움보단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부대는 2022-2023 V-리그 신인드래프트 때 구교혁(OH,한국전력) 송민근(L,대한항공) 최요한(MB,KB손해보험) 등 3명을 프로에 입단시켰다.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포지션에도 변화를 줬다. 지난 시즌 미들블로커에 자리했던 나웅진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자리를 굳혔다. 송낙훈 감독은 기대가 컸다. 그는 “(나)웅진이 자신의 실력에 비해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날개 공격수와 중앙을 해본 만큼 높이가 좋다. 꾸준히 연습하고 있고 성실한 선수이니 잘 해내길 기대한다”고 했다.

중부대는 2023시즌을 준비하기에 앞서 충남 스포츠 과학센터의 밀착 지원을 받는다. 선수들의 체력을 보다 과학적으로 더 깊게 알기 위해서다. 송낙훈 감독은 “스포츠와 과학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활용하려 한다. 프로에서는 모든 것이 전문적으로 이뤄지지만, 대학은 그렇게 진행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기본 체력 이외에 모든 선수의 몸 상태를 알고자 한다. 성장 가능성과 개인의 한계치까지 알 수 있다. 운동부하 검사를 비롯해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중부대 모든 선수가 정확한 몸 상태를 바로 알고 부상까지 방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송 감독은 “국가에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스포츠 과학을 다른 대학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면서 중부대학교뿐만 아니라 대학 배구의 전체적인 발전을 꿈꿨다. 송낙훈 감독과의 인터뷰 내내 선수들을 걱정하고 모두에게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바람처럼 중부대에서 꿈을 찾고, 한 층 성장하는 선수들을 기다려보자.

송낙훈 감독이 나웅진에게
“내가 팀에 에이스다”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해. 네가 보여주지 못한 능력을 코트 위에서 맘껏 뽐낸다면 주변 사람들 역시 너를 지지할 거야. 너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너도, 팀도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랄게!

 


나웅진
Q. <더스파이크>와 첫 인터뷰에요.
마침내 <더스파이크>와 인터뷰할 기회가 와서 영광입니다(웃음).

Q. 아웃사이드 히터로 정착했는데,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무엇인지.
점프나 체공력이 좋다고 생각해요. 높은 타점에서 공격을 할 수 있어서요. 그리고 누구보다 파이팅을 크게 외칩니다. 이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장점이고 아직은 서브 리시브가 불안해요. 그래서 리시브와 이단으로 올라오는 공을 해결하기 위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이제 팀의 주전인데 지난 시즌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작년에 경기를 뛸 기회가 거의 없어서 부담감이 적었어요. 이제 고학년이고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잖아요. 그래서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조금은 있습니다. 이 부담감을 이겨낼 만큼 많이 훈련하고 자신감도 채워서 코트 위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웃음)

Q. 감독님이 강조하는 부분은.
“자신을 믿고 때려라”라고 많이 강조하세요.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성격이 달라져서 그런지 공격에서도 자신감을 찾은 것 같습니다(웃음). 그리고 모두에게 학업과 인성의 중요성을 말씀하셔서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나웅진에게 송낙훈 감독이란

‘제2의 아버지’ - 보고 배울 점이 많은 분입니다. 학업과 배구 모든 것에 신경 써주시고 항상 좋은 말들을 많이 해주세요.

 

 

글. 이가현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학교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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