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리카이넨-블레어가 탐낸 티셔츠는 무엇? 원가 14만원의 좌석이 있다? [도쿄 현장노트]
- 남자프로배구 / 도쿄/김희수 / 2023-09-11 11:52:46
대한항공의 도쿄 전지훈련에서는 경기와 훈련 이야기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쏟아졌다.
대한항공의 일본 전지훈련 전반부 일정이 마무리됐다. 8일부터 10일까지 도쿄에서 도쿄 그레이트베어스와 함께 훈련 및 연습경기를 진행한 대한항공은 11일에 오사카로 이동해 후반부 일정에 돌입하며, 오사카에서의 훈련 일정은 파나소닉 팬더스와 협업해 진행할 예정이다. 전반부 일정 마무리를 정리하며 경기와 훈련 결과 외에 도쿄에서 나온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을 <더스파이크>가 담아봤다.
① 다양한 굿즈에 이벤트까지 ‘팬 프렌들리’한 그레이트베어스, 좌석 가격은 ‘언프렌들리’?
10일 펼쳐진 대한항공과 그레이트베어스의 두 번째 연습 경기 현장에는 팬들을 위한 다양한 굿즈와 이벤트가 가득했다.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출입구에는 그레이트베어스의 유니폼을 포함한 다양한 판매용 굿즈들과 무료로 배포하는 클래퍼가 비치됐고, 장내 아나운서와 마스코트는 경기 도중 진행될 이벤트들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었다. 이들이 준비한 이벤트는 2세트가 끝난 후 축구의 하프 타임 같은 개념으로 선수들이 모두 코트를 빠져나간 뒤에 빈 코트에서 진행됐다. 경기가 완전히 끝난 뒤에는 선수들이 팬들에게 각오와 인사 등을 전하는 일종의 출정식 행사도 있었다. 그야말로 ‘팬 프렌들리’한 팀이라는 느낌이었다.
한편 그레이트베어스는 대한항공과의 두 번째 연습경기에 800개의 좌석을 오픈했고, 이 좌석은 모두 매진됐다. 놀라운 것은 좌석의 가격이었다. 경기장 안쪽 공간을 좁혀서 선수들이 뛰는 코트에 최대한 가깝게 붙인 사이드라인 좌석의 경우 실제 시즌 경기에서는 한화 약 1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이날의 경기는 연습 경기였기 때문에 절반 이상 할인된 약 6만원의 가격으로 사이드라인 좌석을 예매할 수 있었다. 할인된 가격도 결코 가벼운 금액은 아님에도 자리를 가득 메운 팬들을 보며 일본에 불어온 ‘배구 열풍’을 체감할 수 있었다.
② 다이빙 캐치도 힘들고, 넘어지면 멍들고...‘고난의 마룻바닥’
우리에게 익숙한 배구 코트 바닥은 선수들이 쉽게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특수 제작된 바닥재가 깔린 모습이다. 프랑스 제품인 타라플렉스와 이탈리아 제품인 몬도플렉스가 가장 보편적인 배구 코트 바닥재다.
그러나 그레이트베어스의 훈련장과 두 번째 연습경기가 치러진 무사시노 포레스트 스포츠 플라자는 모두 학교 체육관을 연상케 하는 밝은 갈색의 마룻바닥이 깔려 있었다. 익숙지 않은 바닥 환경에 선수들의 고충도 생겨났다. 조재영은 “다이빙 캐치를 하려고 할 때 손이 잘 안 미끄러져서, 디그가 잘 안 나온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살짝만 넘어지거나 부딪혀도 바로 멍이 드는 탓에 다리가 온통 멍투성이가 된 선수도 있었다.
③ “그 티셔츠, 내 거랑 바꾸자!” 틸리카이넨과 블레어가 탐낸 티셔츠의 정체는?
10일 오전, 두 번째 연습경기를 치르기 위해 숙소에서 버스를 타러 가던 길이었다. 버스에 타려는 필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필자의 티셔츠 뒷면에 적힌 문구(Who cares about mistakes(누가 실수에 신경을 쓰겠나) / Keep on pushin’(계속 밀어붙여라))를 보더니 “엄청난 문구다”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틸리카이넨 감독은 옆을 지나가던 블레어 벤 코치에게 “저 기자의 티셔츠를 봐라”라며 그를 불렀다. 문구를 확인한 블레어 코치는 마찬가지로 아주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입고 있는 티셔츠(대한항공 팀 티셔츠)와 바꾸자”며 연신 “Trade”를 외쳤다. 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 적힌 옷을 우연히 입었다 벌어진 즐거운 에피소드였다.
④ 오랜만에 돌아온 틸리카이넨·에스페호를 향한 현지의 관심
틸리카이넨 감독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 V.리그의 나고야 울프독스를 지휘했다. 그는 네 시즌 동안 나고야를 이끌며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리그와 컵대회 모두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랬던 틸리카이넨이 한국에서 2연속으로 리그를 제패하고 일본에 돌아오자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경기 후 믹스드 존에서의 인터뷰도 진행했고, 그에 대한 질문을 필자에게 던지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2021-2022시즌 FC 도쿄에서 선수로 뛰었던 마크 에스페호에 대한 관심도 쏟아졌다. 일본 취재진은 연습경기에서 맹활약한 에스페호를 보며 “사실 FC 도쿄에 있을 때는 저렇게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며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고, 경기 후에는 코트 인터뷰와 믹스드 존 인터뷰에 나섰다. 오랜만에 돌아온 일본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틸리카이넨 감독과 에스페호였다.
사진_도쿄/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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