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확장 + 팬 프렌들리” 이종림 단장이 소개하는 정관장의 변화와 방향성
- 여자프로배구 / 신탄진/김희수 / 2023-12-16 13:00:16
팀명부터 선수 구성까지,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종림 단장이 정관장의 여러 변화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KGC인삼공사는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8월 30일 팀명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로 변경했다. ‘불꽃처럼 빛나는 경기력으로 승리하는 배구단’이라는 의미를 가진 새로운 팀명을 받아든 정관장은 이름 말고도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선수 구성과 플레이스타일, 팀의 소통 방식 등에서 지난 시즌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관장이다.
지난 11월 신탄진에 위치한 정관장 훈련장에서 <더스파이크>와 만난 이종림 단장은 정관장이 맞이한 다양한 변화들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이 단장은 가장 먼저 팀명 변경에 대해 “원래는 KGC인삼공사 뒤에 붙는 별도의 팀명이 없었다. 또 모회사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 ‘인삼’이라는 단어가 한편으로는 항상 우리의 스펙트럼을 스스로 좁혀버리는 걸림돌이었다. 그걸 불식시키기 위해 우리의 마스터 브랜드인 정관장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고, 그 흐름에 맞춰 스포츠단의 이름도 변경을 결정했다”며 스펙트럼 확장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설명했다.
이 단장은 팀명 외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추구하고 있는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단장이 된 후 가장 듣기 싫었던 이야기가 ‘몰빵 배구’였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낸 이 단장은 “그 부분을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고희진 감독에게 전달했고, 고 감독도 동의했다. 최대한 모든 선수들을 활용하는, 더 재밌는 배구를 추구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감독이 열심히 준비했고 나는 최대한 서포트를 해줬다. 우리가 이긴 경기들을 보면 코트 위의 모든 선수들이 재밌게 경기에 임했고, 또 고르게 활약하며 경기를 펼쳤다. 아직은 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라 분위기에 휩쓸리는 부분은 있지만, 점점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고 감독과 선수들이 변화를 위한 과도기를 이겨낼 것이라는 기대도 전했다.
이 단장은 단장 부임 전 마케팅 본부장 직책을 역임한 경력이 있다. 그는 그 때의 경력을 살려 팬들이 선수들과 더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케팅 플랜을 구상하고 있다. “경기장을 방문하고 나서 선수들과 관중들 사이의 거리를 좀 줄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밝힌 이 단장은 “팬들에게 더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서, 충무체육관에 스파크석이라고 새로운 좌석을 만들었다. 선수들을 더 가까이서 보고 경기를 더 생생하게 즐길 수 있는 경기석이다”라며 스파크석의 탄생 비화를 소개했다.
이 단장이 추구하는 ‘팬 프렌들리’한 변화의 방향성은 스파크석 신설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팬들이 더 참여할 수 있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싶다. 경기 종료 후에 팬 분들이 코트를 둘러싸주시면 선수들이 돌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팬들과 구단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고 교감할 수 있는 시간들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들은 이 단장이 남자 농구팀인 정관장 레드부스터스의 단장을 겸임하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다. 그는 “레드부스터스가 사용하는 안양 농구장의 경우 경기장과 선수 숙소가 붙어 있어서, 경기 끝나고 숙소로 가는 30m 정도의 복도에 팬들이 도열해 있으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팬 서비스를 해준다. 반면 배구는 선수단이 버스를 타러 갈 때 팬들이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거리가 멀다. 안전 문제가 있어서 버스와의 거리를 좁혀드리긴 어려움이 있지만, 대신 코트 안에서 선수들과 팬들이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드리고 싶다”며 위와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배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농구팀 레드부스터스는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행복한 시즌을 치렀다. 그들의 우승을 뒤에서 도우며 지켜봤던 이 단장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고 감독에게 농구팀에서 발견했던 긍정적인 부분을 접목시켜보자는 제안도 했다. 그는 “농구와 배구는 워낙 다르다. 또 내가 선수 출신도 아니기 때문에 경기 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농구단 김상식 감독의 경우 코치-선수-스태프들과 상당히 많은 대화를 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얻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 감독에게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전달을 하면서 더 많은 대화와 소통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고 감독도 수용하고 있고, 많이 좋아지고 있는 듯하다”라며 정관장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들의 소통이 이전보다 활발해졌음을 전했다.
이 단장은 이번 시즌의 이슈메이커인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고 감독이 처음에 메가에 대해 보고를 했을 때 히잡을 쓴 모습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다. 내가 실력에 대해 평가를 할 수는 없었지만, 대한민국에 히잡을 쓰고 운동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으니, 충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는 선수라는 생각은 들었다”고 밝힌 이 단장은 “지금은 그때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실력과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메가는 성격도 좋고, 돼지고기를 안 먹는 거 하나 빼고는 문화적으로도 전혀 걸림돌이 없다. 정말 밝은 친구다. 되려 같은 외국인 선수인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에게 아시아 문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다독이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메가를 칭찬했다.
인터뷰 도중 이 단장에게 “정관장의 선수들은 매일 홍삼을 먹냐”는 조금은 유치한 질문도 던져봤다. 이 단장은 “선수들에게는 매일 녹용이 들어간 홍삼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면역력 증진과 신진대사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제품인 만큼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다. 다들 처음엔 쓰다고 하지만 도움이 되는 걸 알고 있으니까 잘 먹는다. 두 외국인 선수들도 처음엔 쓰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잘 먹더라(웃음)”라며 친절하고 유쾌한 답변을 들려줬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단장은 정관장의 선수들과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먼저 선수들에게 “선수들에게는 프로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알아서 노력해야 한다고, 그게 곧 본인을 위하는 길이고 팀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선수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끔 끊임없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건넸다.
이어서 그는 정관장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정말 많은 분들이 봄배구를 갈망하신다. 당연히 저희는 봄배구가 목표다. 지아, 메가, 박은진 등 젊은 선수들은 아직도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봄배구에만 올라간다면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팬 분들을 위해 구단은 많은 노력을 하겠다”며 포부와 감사를 함께 전했다. 더 나은 팀이 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정관장과 이 단장은 남은 시즌도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사진_신탄진/문복주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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