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제패한 대한항공의 토미볼,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바라본다

매거진 / 박혜성 / 2023-05-07 12: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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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가서도 배구 생각
토미 감독은 배구에 미쳤다


성공적인 시즌을 마치고 나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합니다.
시상식 이후 괌으로 가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괌에 있는 동안 햇볕을 쬐면서 쉬기도 하고 2023-2024시즌을 어떻게 치러야 할지 구상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냈는데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생활 면에서는 문제없습니다. 오히려 정말 빨리 적응했어요. 사실 내가 사는 삶 자체가 집과 체육관 혹은 경기장만 다니기 때문에 한국에 오기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웃음). 그리고 음식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삼겹살을 가장 좋아합니다.


늦었지만 통합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우승 당시를 떠올리면 어떤가요.
정말 매우 기뻤어요.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고 선수들이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더 성장했어요. 그래서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믿고 있습니다. 나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더 많은 기쁨과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2022-2023시즌을 보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경기를 이기면 당연히 정말 좋고, 패하면 누구라도 힘들잖아요. 그 기준으로 봤을 때는 5라운드 연패 빠졌을 때가 제일 힘든 순간이지 않았나 싶어요.


반대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좋은 경기들도 많았고 많은 선수들이 큰 도움을 줬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순간이 정말 많아요. 그래도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가장 기억에 남죠. 1, 2세트를 패하고 3, 4, 5세트를 이기면서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했잖아요. 그 자체로서 우리가 어떤 팀인지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코트 안에서 선수들이 많은 인내심과 투지를 보여줬기도 했고요.


정규리그에서 현대캐피탈과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쳤습니다. 언제쯤 1위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요.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으려 했어요.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던 3월 10일 6라운드) KB손해보험전에서 마지막 득점이 나오는 순간에야 1위 했다고 생각했어요. 배구라는 건 공이 떨어져야 결과가 나오는 거니까요(웃음). 끝까지 방심하지 않았던 것뿐이지 시즌 초반부터 우리가 1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2시즌 연속 통합우승인데 지난 해와 비교했을 때 언제가 더 힘들었나요.
누구든 부임 첫해는 자신이 추구하는 배구 스타일과 아이디어, 추구하는 팀 문화를 정착시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잖아요. 그래서 첫 번째 시즌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에는 선수들과 함께 보내는 두 번째 시즌이었다 보니 서로간에 더 많은 이해도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시즌에는 좀 더 수월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감독들과 달리 경기 전 인터뷰 때 선발 명단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솔직히 선발 라인업을 공개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왜냐하면 내가 공개하는 순간 상대방에게 전력을 노출시키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중 진행했던 인터뷰를 복기해보면 경기 결과보다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보여줬는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프로는 결과로 증명하는 곳인데 조금 특이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경기 내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경기 내용은 우리 실력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상대방에 상관없이 우리 플레이를 잘하면 경기 내용은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요. 경기는 두 팀 간의 대결이기 때문에 어떤 팀은 이기고 어떤 팀은 패하게 돼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결과 보다는 내용을 더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부상으로 그만뒀던 배구
배구가 좋아서 다시 돌아왔다


개인 기록을 찾아보니 이른 나이에 은퇴했네요. 선수 시절에는 어떤 선수였나요.
허리 부상 때문에 18살에 은퇴했어요. 배구를 열정적으로 하던 선수였어요. 항상 스마트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배구를 정말 좋아했고 배구를 많이 하고 싶어 했죠. 연령별 대표팀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포지션은 아웃사이드 히터와 리베로를 소화했어요.


은퇴 이후 이른 나이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도자를 하게 된 계기는.
사실 은퇴하고 3년 동안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해봤어요. 그동안 배구만 해왔으니까 새로운 걸 해보자는 생각에 공부도 하고 음악도 했고 일반적인 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건 배구이기 때문에 결국 다시 코트로 돌아왔죠. 나는 에너지가 정말 많은 사람이에요. 근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배구고, 배구를 통해 많은 동기부여를 얻기도 하죠. 그래서 내가 갖고 있는 에너지를 배구에 쏟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어요.


이른 나이에 감독 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물론 힘든 점도 많았죠. 하지만 감독이라는 자리는 나이가 적어도, 나이가 많아도 힘든 순간은 항상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 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12년 정도 됐는데 내 나이가 가장 많았던 때는 한 번도 없었어요.


지금까지 핀란드, 독일, 일본, 한국에서 감독 생활을 했는데 국가별로 배구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가요.
기술도 다르고 나라별로 배구에 접근하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 달라요. 하지만 나는 어디를 가도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서 접근하려고 해요. 각 나라별로 배구 스타일을 말하자면 우선 한국은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배구를 해요. 체격과 힘을 중시하는 것 같아요. 선수들의 정신력과 투지는 정말 높다고 봐요. 일본 같은 경우는 기본기가 정말 좋아요.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아요. 일본은 외국인 지도자가 많이 유입됐어요. 그래서 일본 배구 스타일에 외국인 감독들이 가진 새로운 아이디어를 섞어서 배구를 만들어 가요. 그래도 패스 분배율을 보면 일본 역시 외국인 선수의 의존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독일은 선수들의 신장과 피지컬이 정말 좋아요. 그래서 배구하기가 참 편해요. 선수들을 봤을 때 기술적으로는 조금 떨어질 수 있지만 배구하기에는 수월하다고 볼 수 있죠. 그리고 핀란드는 모든 팀이 다 프로팀이 아니에요. 프로팀인 곳도 있고 세미프로인 곳도 있죠. 그래서 팀별로 전력 차가 큽니다.


대한항공에 처음 부임하고 나서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었는지.
합류 전에 대한항공의 경기를 영상을 봤을 때 기술이 좋고, 배구를 잘하는 선수가 많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 선수들을 다음 단계로 성장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스피드를 더 끌어 올려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토미 감독의 배구하면 ‘빠르고 스마트한 배구’를 많이 떠올립니다.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다면.
우선 스피드에 대해서 말하면, 내가 공격할 때 상대가 3명의 블로커가 따라오면 득점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스피드 있는 패스를 이용해서 상대 블로커가 늦을 수 있도록 만드는 거죠. 내가 원하는 것은 간단해요. 우리가 공격할 때 상대에는 블로커 숫자가 적어야 하고, 반대로 상대가 공격할 때 우리는 최대한 많은 블로커가 떠야 해요. 그리고 스마트한 배구는 힘으로만 하는 배구가 아닌 여러 방법으로 득점하기를 원해요. 선수들에게 힘의 배구가 아닌 여러 가지 무기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해요. 코트에서 특정 순간, 거기에 알맞은 무기를 통해 점수를 내는 걸 원합니다. 사실 말로 하면 다 쉬워 보이죠(웃음). 그래서 평소 훈련할 때 다른 것보다 배구를 가장 많이 하려고 하고 있어요.


얘기를 들어보면 연결을 책임지는 세터가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
내 배구의 기본은 ‘6명의 선수가 모두 세터다’입니다. 물론 세터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있죠.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말하는 건 있지만 모든 선수가 주인 의식을 갖고 코트 안에서 하나가 되어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식대로 밀어붙여야 해요.

 


배구밖에 모르던 토미 감독
그의 스승 역시 배구밖에 몰랐다


일본 V리그 나고야 울프독스 코치 시절 감독으로 모셨던 안데르스 크리스티안손과 함께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리던 천안에 방문한 것이 방송화면에도 나오던데.
사실 나는 크리스티안손 감독님뿐만 아니라 배구 스승님이 참 많아요. 크리스티안손 감독님과는 배구 얘기를 정말 많이 하고 거기서 영감도 많이 얻어요. 그분은 지도자 생활만 50년 넘게 하셨거든요. 그래서 예전 배구와 지금의 배구 트렌드를 모두 알고 계세요. 그걸 통해 새로운 걸 접목시키려고 하시는 분이에요. (참고로 크리스티안손 감독은 국제배구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다.)


한 시즌 동안 지켜본 대한항공의 배구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크리스티안손 감독님의 영향도 물론 있지만 나 역시도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선수 때부터 그랬어요. 다른 선수들이 전통 때문에 하는 것도 내 생각과 맞지 않으면 나는 반대했어요. 예를 들면 경기 전에 몸 풀 때 두 선수가 주고받는 맨투맨을 많이 하잖아요.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맨투맨과 같은 상황은 나오지 않는데 왜 길게 하는지 이해를 못 했어요. 그리고 개인 공격 연습할 때도 블로킹 없는 상태에서 연습하잖아요.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 노 블로킹 상태는 거의 안 나오거든요.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걸로 바꾸려고 해요. 물론 내 말이 모두 맞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저 내 생각에 바꾸면 좋겠다는 것들은 내 방식대로 바꾸려고 하고 있어요.


한국 배구를 직접 지켜본 크리스티안손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요.
사실 그분이 한국 배구를 많이 보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정말 재밌다고는 하시더라고요. 지도자이다 보니 자신이 보기에 이것만 고치면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부분도 말씀하셨어요. 대한항공의 훈련를 보신 후에도 느낀 점을 되게 직설적으로 얘기도 해주시고요.


이제 아시아쿼터가 코앞인데 감독님은 아시아쿼터 도입을 반대했죠.
한국 선수들을 조금 더 코트에서 보고 싶기 때문이에요. 7개 구단이 15~20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든 선수가 경기를 뛰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그 선수들한테 기회를 조금 더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아시아쿼터의 장점도 있겠지만 내 의견을 물어보면 반대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내가 반대한다고 바뀔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웃음).


현재 대한민국남자배구 대표팀은 오랫동안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감독의 눈으로 봤을 때 무엇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모든 지도자가 일단 모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팀, 대표팀 지도자들이 한 가지 생각을 갖고 서로 간의 소통이 더 활발해져야 합니다. 감독들 사이에 시너지가 있어야 하고요. 그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대한항공은 5월 14일부터 바레인에서 열리는 2023 AVC(아시아배구연맹) 클럽챔피언십에 참가합니다. 원하는 목표가 있나요.
국제 무대 경험을 쌓고 싶어요. 솔직히 어떤 성적을 낼 거라 장담은 못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그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줄 생각입니다. (기대하는 국제 대회 참가 효과는.)그동안 선수들은 V-리그에서 한국 배구만 보고, 해왔잖아요. 국제 대회를 가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배구를 경험할 수 있고, 평생 상대해 보지 못했던 선수도 만나볼 수 있어요. 그런 경험은 정말 중요합니다. 국제대회에 가면 음식이나 생활면에서 불편한 게 정말 많을 거예요. 물론 그 안에서도 방법을 찾아야 하죠. 사실 그런 것들을 기대하고 있어요.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2023-2024시즌 목표가 궁금합니다.
결과적인 목표는 다들 알고 계시잖아요(웃음). 4연속 통합 우승이죠. 사실 2022-2023시즌을 돌아보면 아쉬웠던 점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 부분을 더 보완해야죠. 그리고 대한항공이 세계적인 클럽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글. 박혜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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