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여상 곽선옥이 세상에 외친 자신감 “저는 육각형 OH 선수입니다!”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3-03-16 12: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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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당당하게 ‘육각형 아웃사이드 히터 선수’라고 소개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고보단 최선을 다했고, 노력 없이는 원하는 걸 얻으려고 하지 않았다. 반쪽 선수가 아닌 다재다능한 선수가 되기 위한 곽선옥의 땀방울을 소개하려고 한다.
 


“반쪽 선수는 되고 싶지 않아요”


Q.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됐습니다. 팀에서 최고 학년이 된 두 달 동안 어땠게 지냈나요.
안 다쳐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컸어요. 팀에서 가장 높은 학년이기 때문에 솔선수범해야 하고, 후배들도 다독여가면서 하는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어요. 두 달 밖에 안 됐는데도 힘들어요(웃음). 

 

Q. 배구공을 처음 잡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될까요.

원래 다니는 초등학교에는 배구부가 없었어요. 그냥 키가 큰 여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교감 선생님께서 ‘너 배구해 볼 생각 없니?’라고 물어보셨어요. 공부보다 뛰어노는 걸 좋아해서 바로 ‘좋다’고하고 3일 만에 배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서 배구를 시작했어요.
 

Q. 아웃사이드 히터 포지션을 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리베로를 하기엔 키가 크다고 생각했고, 세터로 세트를 배운 적이 없기에 부족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배구를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이 리시브 감각이랑, 네트 위에서 공을 다루는 감각이 좋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아웃사이드 히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Q. 기본기가 강점으로 평가받는 만큼 리시브에 자신이 있을 것 같은데요.
반쪽 선수라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서 리시브 연습을 많이 해요. 아웃사이드 히터니깐 상대가 목적타 서브를 나에게 칠 확률이 높아서 모든 공이 다 나한테 온다고 생각하고 해요. 코트 안에서 위축된 모습 보여주는 것보다는 자신 있게 하려고 사인도 먼저 내요.

‘최고보단 최선을 다하자’


Q. 2022년 여자유스대표팀에 뽑혔습니다.
아무나 못 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었고,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것도 많았어요. 연령별 대표팀 선생님들이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셨어요. 덕분에 자만하지 않고 자신 있게 대회를 치르고 왔습니다(웃음).
 

Q. 처음 경험한 아시아 무대는 어땠나요.
그때 당시 몸 상태가 정말 나빠서 내가 가진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어요. 아시아 친구들이지만 중국은 키가 많이 큰 걸 실감했어요. 일본 선수들을 보고는 많이 배웠어요. 코트에서 예의나 플레이까지 정말 배운 것이 많았어요.
 

Q. 2022 제14회 아시아유스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과 함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티켓까지 따고 왔습니다. 그 대회에서 배운 점이 있을까요.
무조건 자신 있게 하고,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기죽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당당하게 하려고 해요. 배구가 항상 잘 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안 되는 날에 더 파이팅 하고 내가 분위기를 만들려고 하는 게 이전과는 바뀌었어요.
 

Q. 지난해 소속팀 일신여상은 대통령배와 CBS배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CBS배에선 최우수선수상도 받았어요.
한 팀만 누릴 수 있는 우승을 2번이나 경험해서 기뻤어요. CBS배 때는 선배 언니들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주축으로 뛴 대회였어요. 세터랑 아직 호흡이 맞지 않아서 불안했는데,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우승을 할 수 있어서 뜻깊었습니다.
 

Q.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유스 대표팀에 가기 5일 전, 연습 경기를 하다 발을 밟아서 돌아갔어요. ‘망했다’라는 생각부터 들었죠. 현장에 가서도 재활하고 내게 필요한 것만 하니깐 많이 좋아졌어요. 이후에도 재활에 집중해서 몸을 다 완벽하게 만들고 운동을 시작하니깐 점프도 잘 돼요. 지금은 다 나았고 다치기 전보다 운동이 더 잘 돼요.
 


육각형 아웃사이드 히터
“고등학교엔
라이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배구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운동이 절대 쉬운 게 아니라고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어요. 어릴 때부터 ‘악으로 깡으로’하는 걸 배워서 지금까지 잘 참고 견디고 있어요. 아직 힘들었던 적은 없어요. (심리적으론 없을까요.) 부상을 입었을 때요. 다른 애들은 열심히 운동하는데 나만 쉬고 있으면 뒤쳐져서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어요. 다시 잘 받고 잘 때릴 수 있을까. 이전만큼 경기력이 나올까 걱정한 적은 있었어요. 

 

Q. 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초등학교 소년체전 결승에서 우승했을 때요! 다 같이 기뻐하고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어요.
 

Q. 지금까지 배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가족이요. 항상 힘들 때 전화하면 좋은 말씀과 함께 힘내라고 해주세요. ‘뒤에 엄마가 있으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큰 힘이 되어 주겠다’라고 엄마가 항상 말하는 데 정말 힘이 많이 돼요.

동기 중에는 선명여고 서채현, 한봄고 김세빈과 정말 친해요. 같은 팀도 아니고 포지션도 다 다르지만 그만큼 경쟁의식이 들지 않아요. 서로 잘 맞고, 속마음 털어놓기도 하고 정말 편해요. 친구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Q.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일본 국가대표 이시카와 마유 선수요. 선수가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을 비롯해서 배구하는 모습을 봤을 때 배울 점이 많아서 많이 보고 참고하고 있어요.
 

Q. 자신은 어떤 선수인가요.
‘육각형 아웃사이드 히터’요(웃음). 점프와 순발력이 아직은 떨어지지만, 서브 리시브와 공격하는 능력은 고등학교에서 라이벌이 없다고 생각해요(웃음).
 

Q. 그럼 사람 곽선옥은요.
운동할 때는 누가 봐도 운동선수인데, 생활할 때는 멍청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사차원 이야기도요. 대신 사교성이 좋고, 남을 웃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웃음.)

노력 없이 얻으려고 하지 말자
“세계 무대를 꼭 경험하고 싶어요”


Q. 좌우명이 있을까요.
‘노력 없이 얻으려고 하지 말자’ 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르쳐준 선생님께서 ‘노력 없이 얻으려고 하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정말 마음에 와닿았어요. 원하는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데, 놀고 풀어진 상황에서 운동하면서 우승하고 싶고 대표팀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 게 안 좋은 생각이라는 걸 느꼈어요. 이 말이 정말로 기억에 남아 있어요.
 

Q. 자신에게 배구는 어떤 존재인가요.
내 인생의 전부예요. 고등학교 3학년까지 가장 오래 했던 것이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삶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Q. 올해는 곽선옥 선수에게 중요한 한 해입니다. 신인 드래프트뿐만 아니라 연령별 세계선수권에 갈 기회도 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일단 세계선수권 대회는 12명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잖아요. 한국을 대표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를 경험할 수 있기에 더 큰 욕심이 생겨요. 다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대회에서 내가 어떤 활약을 보여주는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지금까지 배구하면서 고마웠던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면 어떤 이야기할 수 있나요.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가족 모두가 나를 잘 잡아줘서 고맙고, 드래프트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조금만 더 같이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때 배구를 가르쳐주신 박희숙 선생님과 중학교 때 현재원 선생님이 계세요. 내 몸 상태를 가장 걱정해주시고, 배구를 비롯해서 외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주는 선생님이라 감사함을 느껴요. 고등학교 때 많은 선생님을 만났는데 여러 선생님께 배운 점도 많았어요. 그리고 지금 감독님으로 계신 정용하 선생님, 하나하나 다 관리해주시고 나쁜 길로 가지 않게 잡아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고등학교 생활이 얼마 안 남았는데, 그만큼 열심히 해서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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