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못한 김연경-라슨의 공존, 상하이는 긍정적이다

매거진 / 이보미 기자 / 2021-11-30 11:12:03


중국 여자배구리그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김연경도 총 3주간의 자가격리가 끝나고 팀에 합류했다. 상하이는 외국인 선수 김연경과 조던 라슨(미국)을 보유한 가운데 젊은 국내 선수들을 영입하며 리빌딩에 나섰다. 경험이 풍부한 두 외국인 선수와 함께 신구조화를 노리는 상하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 톈진과 정면 승부를 펼친다.

‘2+1’ 쉽지 않았던 자가격리
김연경은 2017-2018시즌 이후 4년 만에 중국리그 무대에 오른다. 김연경은 지난 10월 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향했다. 당시 김연경은 소속사를 통해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한 만큼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16일 개막한 V-리그 여자배구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제가 나오는 경기도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힘든 상황이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며 잘 다녀오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비공개로 출국을 계획한 김연경은 예상치 못한 팬들의 공항 방문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다시 보는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2+1’ 자가격리는 쉽지 않았다. 먼저 국가가 지정한 숙소에서 2주간 지냈다. 김연경은 많은 제약 속에서도 홈트레이닝을 통해 컨디션을 유지하고자 했다. 10월 말에는 김연경도 자신의 SNS에 “격리 언제 끝나”는 글을 남긴 바 있다.
 

그러던 11월 5일 2주간의 격리가 끝났고, 상하이 구단의 안내를 받아 1주간 머물 숙소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구단이 지정한 숙소였다.
 

구단도 중국 SNS 웨이보 공식 계정을 통해 김연경 소식을 전했다. 구단은 “상하이의 새 외국인 선수이자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 김연경이 14일간의 격리를 마쳤다. 추가로 7일간 건강 관찰을 받은 뒤 팀에 합류해 새 시즌을 준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마침내 모든 자가격리를 마친 김연경은 SNS에 “중국에서 살기”라는 글과 함께 상하이 곳곳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왕지텡 감독이 외친 리빌딩
상하이는 10월 말 자국 선수들로만 치르는 중국 전국선수권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상하이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 호흡을 맞췄다. 그도 그럴 것이 상하이는 김연경이 2018년 팀을 떠난 뒤 미들블로커 마윤웬부터 시작해 베테랑 선수들이 점차 은퇴를 선언하며 유니폼을 벗었다. 시즌 직전에는 베테랑 공격수 장레이도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상하이의 사령탑 왕지텡 감독은 ‘리빌딩’을 외쳤다.
 

전국선수권대회에서 1998년생의 183cm 세터 쉬샤오팅이 MVP로 선정됐다. 베스트 세터도 쉬샤오팅이 차지했다. 또 동갑내기 미들블로커 장위첸과 2018년 대표팀에 발탁됐던 미들블로커 가오이도 베스트7에 포함됐다.
 

왕지텡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좋은 레벨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다가오는 시즌을 통해서도 선수들이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잠재력이 풍부한 젊은 선수들이 꾸준한 기회를 얻고 경험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다만 이 대회 베스트7 중 아포짓, 윙스파이커에는 상하이 선수들의 이름은 없었다. 아포짓에는 2003년생, 2005년생 선수 2명이 새롭게 합류한 상태다.
 

중국 언론에서도 “상하이는 이 대회에서 수비는 강점으로 보였지만, 공격이 약점이다. 김연경, 라슨의 공격력을 무기로 약점을 지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올 시즌은 김연경과 조던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타이트한 경기 일정, 체력이 변수
마침내 중국 여자배구리그 일정이 발표됐다. 11월 25일 막이 올랐다. 총 14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먼저 A, B조 나뉘어 각축을 벌인다. A조에는 저장과 허베이, 운남대와 쓰촨, 산동과 톈진, 광동이 편성됐다. B조에는 상하이를 비롯해 푸젠과 허난, 베이징과 선전, 랴오닝과 장수가 포함됐다. 12월 4일까지 각 팀당 6경기를 치른 뒤 상위 라운드에 돌입한다.

 

올 시즌에도 리그는 단축 운영된다. 리그는 1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중국 장먼스포츠센터에서 모든 경기가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A, B조 각 3경기씩 6경기가 펼쳐진다. 단일 대회 형식으로 리그가 진행되는 만큼 경기 일정이 타이트하다. 시즌 직전 발표된 일정만 봐도 상하이는 11월 27일 오후 7시, 28일 오후 9시, 30일 오후 7시, 12월 1일 오후 7시, 3일 오후 7시, 4일 오후 9시에 7경기가 예정돼있다.
 

지난 5월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도 약 한 달 이상을 리미니에 머무르며 대회를 치른 바 있다. 중국리그도 비슷하다. 그만큼 체력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선수단은 11월 20일 항공편을 이용해 상하이에서 장먼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김연경과 동료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포착되기도 했다. 장먼으로 입성한 상하이 선수단은 체육관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호텔에서 머문다.
 

중국배구협회는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리그를 마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중국의 슈퍼스타 주팅이 리그에 불참하고, 외국인 선수도 많지 않다. 중국 내에서는 리그 흥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톈진과 상하이의 대결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김연경·라슨의 상하이 vs 바르가스·리잉잉의 톈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는 톈진이다. 12월 손목 수술을 앞둔 중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에이스 주팅이 빠졌다. 그럼에도 톈진은 아포짓 멜리사 바르가스(터키), 중국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리잉잉, 201cm 베테랑 미들블로커 위안신웨까지 보유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리그 무대에 오르는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톈진과 상하이의 맞대결에 조명했다. “바르가스가 가세한 톈진과 김연경, 조던 라슨을 영입한 상하이 중 누가 우승을 할까”라며 상하이에 대해서는 “두 명의 배구 스타 합류는 팀 전력을 끌어 올리는 동시에 많은 이슈가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한 톈진과 ‘월드클래스’ 윙스파이커 2명을 영입한 상하이의 대결 구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선전에 입단한 다야나 보스코비치도 이슈다. 세계 최고의 아포짓으로 꼽히는 엑자시바시의 티야나 보스코비치의 친언니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 규정 변경, 코트 위에는 1명만 오른다
상하이는 22일 공식 SNS 웨이보 계정을 통해 “우리는 리그에서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 2명을 영입한 팀이다. 중국배구협회와 적극적으로 소통을 했다. 새로운 규정이 이번 리그 준비 및 참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협회의 규정에 전적으로 따를 것이다”면서 “상하이는 전통적으로 강한 팀이다. 올해도 최선을 다할 것이니 응원해달라”고 밝혔다.
 

개막 직전 바뀐 외국인 선수 규정이 바뀌었다. 김연경이 올해 상하이 입단 당시만 해도 2명 보유-2명 출전이었다. 하지만 타 팀에서 외국인 선수 영입이 원활하지 않았고, 상하이가 김연경-라슨을 보유한 반면 톈진과 선전은 각 1명씩 보유했다. 결국 코트 위에는 외국인 선수 1명만 오르게 됐다.
 

상하이는 개막 첫 경기인 랴오닝전에서는 김연경을 선발로 투입했고, 김연경은 17점을 선사했다. 이후 베이징전에서는 라슨을 선발 기용해 2연승을 질주했다. 라슨도 16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왕지텡 감독은 “김연경과 라슨 선수는 경기에서 다른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른 조합으로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풍부한 경험을 했다. 팀의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줄 수도 있다. 이 또한 두 선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즌을 구상했다.

 


NO.10 김연경
상하이 등번호 10번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중국 팬들도 상하이 구단 SNS 댓글로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1-2022시즌에는 김연경이 10번 유니폼을 입고 뛴다. 평소에도 10번을 달고 뛰는 김연경과 라슨이다. 라슨이 흔쾌히 양보를 했다. 라슨은 5번을 받았다.
 

1988년생 김연경과 1986년생 라슨은 ‘월드클래스’ 윙스파이커다. 지난 2018-2019시즌 엑자시바시 시절에도 두 선수는 한 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당시에는 2014-2015시즌부터 엑자시바시에서 뛴 ‘캡틴’ 라슨이 그대로 10번을 입고 뛰었다. 새 외국인 선수로 엑자시바시 유니폼을 입었던 김연경은 생소한 18번 유니폼을 착용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18번이었다. 이미 ‘식빵 언니’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연경은 남은 등번호 중에 고르다가 18번을 택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상하이에서 3시즌째를 맞이한 라슨이 아닌 김연경에게 10번 유니폼이 주어졌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중국에서 두 번째 시즌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

사진_상하이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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