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에서 팀을 이끄는 든든한 에이스로 ‘우리’의 김지한입니다

매거진 / 박혜성 / 2023-02-15 1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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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V-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풋풋했던 소년이 나날이 성장해 이제는 한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그는 경기할 때마다 겁 없는 대담한 플레이로 동료, 감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라이징 스타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성장한 김지한을 <더스파이크>가 만나봤다.

2017년 고교졸업생으로 V-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성민을 대한항공에 트레이드하면서 받은 2라운드 지명권으로 현대캐피탈의 선수가 됐다. 잘하는 선수들이 넘쳐나는 팀이었다. 형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냉엄한 프로페셔널의 세계. 프로 첫 시즌(2017-2018시즌)에 고작 4경기 10세트에 출전하며 18득점을 기록했다. 다음 시즌에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팀의 엔트리를 위해 시즌 도중에 자유계약 선수가 됐다. 프로 3년차에는 그나마 희망이 보였다. 10경기 22세트를 뛰면서 71득점을 기록했다.

 

팀 사정상 빨리 입대했다. 열심히 군 생활을 하는 도중 갑자기 팀을 옮겼다. 신영석, 황동일, 김명관, 이승준 등이 오고간 3-3 트레이드에 포함됐다. 당시 트레이드를 결정했던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그의 가능성을 봤다. 전역한 뒤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고 13경기에 출전해 14득점을 했다. 프로입단 이후 4년간은 미미했지만 2022년 순천 KOVO컵을 기점으로 팬들과 배구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라이징 스타상을 받았다. 그의 잠재력을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도 알아봤다. 하승우와 장지원, 오재성이 포함된 2-2 트레이드에 포함시켰다. 벌써 3번째 팀이다. 1999년에 출생한 선수들 가운데 최고가 되려고 등번호 99를 단 그는 대담한 플레이로 동료, 감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라이징 스타에서 없어서는 안될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는 김지한이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3라운드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로 우리카드 김지한을 지목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치열한 3위 경쟁을 이어오던 우리카드는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의 사타구니 부상으로 빨간불이 켜졌다. 위기는 항상 영웅을 탄생시킨다. 우리카드도 그랬다. 김지한이라는 히어로가 등장했다. 아가메즈가 빠져있는 동안 나경복과 함께 우리카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삼성화재와의 3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서브4점, 블로킹 3점 포함 29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 75.86%의 미친 활약을 펼치며 신영철 감독을 웃게 했다. 생애 첫 트리플크라운 달성이었다. 만 23세 3개월에 달성한 기록이다. 임동혁(만 22세 1개월), 허수봉(만 22세 10개월)에 이어 국내 선수 남자부 역대 최연소 트리플크라운 달성 3위다. 이러한 활약덕분에 한국배구연맹(KOVO)이 뽑은 이슈 플레이어도 됐다.


제주도가 가고 싶었던 소년 김지한


<더스파이크>와 처음으로 길게 인터뷰합니다. 처음 섭외 요청을 받았을 때 어땠나요.
내가 확실히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제 경기를 이기고 인터뷰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긴 해요. (인터뷰 전날이었던 1월 10일 우리카드는 한국전력에 2-3으로 패했다.)


현대캐피탈 시절 첫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선발로 나가는 것보다 인터뷰가 더 긴장된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런지.
요즘도 인터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경기하는 건 재미도 있고 내가 평생 해왔던 거니까 긴장되는 건 없는데 인터뷰는 많이 해도 어렵네요(웃음.)


배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초등학교 팀에서 선수들한테 친구들을 데리고 오라고 했나 봐요. 그래서 친구 따라갔는데 팀에서 “제주도 보내줄게”라고 말씀하셔서 나는 제주도에 놀러 가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하겠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대회 출전 때문에 제주도에 갔던 거였어요(웃음).


학창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중학교 때 우리가 남성중과 결승전에서 두 번 만났는데 두 번 다 졌어요. 그리고 다음 대회에 8강에서 또 만난 거예요. 그때는 학부모님들도, 학교도 다 질 거라고 예상했어요. 근데 우리가 남성중을 이기고 올라가서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어요. 그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남성중 선수는.) 삼성화재 최익제, 현대캐피탈 김선호, 한국전력 강우석이 당시 남성중에서 뛰었어요.


2017년에는 U19 세계대회 4강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국제대회 분위기와 느꼈던 생각은.
그 대회는 내가 크게 기여한 게 없는 것 같아요(웃음). 당시에는 다른 나라의 선수들을 보면서 놀라움이 컸어요. 탄력이나 힘 같은 피지컬이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 팀들을 상대로 4강에 진출했으니까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2019년 U-21 청소년배구대표팀에서 미들블로커로 출전했습니다.
당시 이경석 감독님이 팔이 길고 탄력이 좋아서 블로킹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미들블로커로 출전하라고 하셨어요.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어려운 건 없었는데 미들블로커가 후위로 가면 리베로랑 교체돼서 나가 있잖아요. 그게 엄청 어색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제는 많은 경기 뛰면서
우승해보고 싶어요


2017-2018시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도전했습니다.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에 지명됐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당시 뽑힐 것 같다는 자신감은 있었어요. 그러다 최태웅 감독님이 내 이름을 호명하셨을 때는 기분이 좋았죠. 그리고 ‘이제 진짜 프로 선수가 됐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라고 다짐했어요.


대학교가 아닌 프로 무대를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어차피 가야 하는 곳인데, 빨리 가서 나쁠 것 없고 오히려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가면 돈도 벌잖아요(웃음). 전부터 프로에 갈 수 있으면 대학보다 프로에 가라고 주변에서도 많이 얘기해 주셨고 나도 그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 프로 무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프로에 와서 느낀 건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시스템도 다르고요.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많이 어려웠어요. (반대로 좋았던 건.) 시설도 좋았고 만약 내가 몸이 좋지 않을 때는 바로 치료도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첫 시즌에 정규리그 우승, 두 번째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그때는 내가 뭘 모르기도 했고 경기도 많이 출전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물론 좋기는 했지만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어요. 내가 잘했다기보다 형들이 잘해서 우승했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그 경험 덕분에 꼭 내가 많이 뛰면서 우승해 봐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어요.


팀 사정상 임의탈퇴 신분으로 경기에 함께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태니까 하고자 하는 의욕도 생기지 않았고 힘들었어요.


현대캐피탈에서 보낸 3시즌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현대캐피탈 시절을 돌아보면 후회만 남는 것 같아요.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면 지금의 내가 더 잘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많아요.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더 노력해야죠.


2020년 상무에 입대했습니다. 나이를 감안하면 빨리 입대했는데.
주위 형들이 상무를 갈 수 있으면 무조건 갔다 오라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빨리 갈 수 있을 때 갔다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빨리 갔다 오길 잘한 것 같아요(웃음).


상무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체력과 체격인 것 같아요. 전에는 정말 말랐었거든요. 그래서 상무에 있는 동안 웨이트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상무에 있는 동안 한국전력으로 트레이드됐습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어땠나요.
내가 보여준 게 없어서 가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아쉬움보다는 한국전력으로 가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역 이후 한국전력으로 복귀했을 때는.
어색했죠(웃음). 당시 한국전력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처음 합류한 날 아침에 동료들한테 인사했는데 많이 어색했어요. 근데 형들이 너무 착해서 엄청 잘 챙겨주셨어요. 지금은 정말 친하고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요.


2022 순천 코보컵은 팬들에게 ‘김지한’이라는 이름을 알린 대회였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나를 알렸던 대회죠. 그래도 잘한 것보다 못한 것들이 더 기억에 남아요. 그동안 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데, 컵대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코보컵이 끝나고 우리카드로 트레이드됩니다. V-리그 5번째 시즌인데 벌써 3번째 팀이에요.
이번 트레이드는 소식을 듣고 구단의 사정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첫 번째 트레이드할 때처럼 두 번째도 우리카드로 가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팀마다 훈련이나 스타일의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직접 느꼈을 때는 어땠나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님은 새로운 걸 많이 시도하셨어요. 나한테도 그런 걸 많이 주문하셨고요.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성장할 수 있었어요.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님은 훈련 시간을 길게 하지는 않으신데 정말 힘들게 하세요. 하지만 쉴 때는 정말 편하게 만들어주세요. 우리카드 신영철 감독님은 섬세하신 것 같아요. 스윙 자세를 고쳐야 한다고 매일 수건으로 스윙 연습을 시키세요. 아가메즈가 옆에서 그것을 보고 있으면서 낚시하지 말라고 장난쳐요(웃음). 

 


더 많은 99즈 멤버들이 팀에서 자리잡기를


우리카드로 왔을 때 적응을 많이 도와준 사람은 누구인지.
(김)재휘 형이랑 (김)완종이가 많이 도와줬어요. 처음 새로운 팀에 오면 궁금한 거나 모르는 게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재휘 형이랑 완종이가 옆에서 알려주면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도와줬어요.


우리카드에는 나경복, 송희채 등 쟁쟁한 선배들이 아웃사이드 히터로 뜁니다. 주전 경쟁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힘들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경복이 형과 희채 형이 잘하는 것들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장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경복이 형은 공격, 서브에 강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경복이 형의 스윙이나 서브를 많이 배우려고 하고 있어요. 희채 형은 코트 안에서 움직이는 걸 보고 있으면 딱 봐도 배구 잘하는 사람 같아요(웃음). 그래서 희채 형이 코트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면서 따라 하고 있습니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선수들도 빛나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뿌듯할 것 같은데.
어렸을 때부터 같이 경기도 하고 알고 지내던 선수들이다 보니까 잘하는 모습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요. 팬분들이 99즈라고 불러주시는 선수들이 모두 각자의 팀에서 자리를 잡고 대표하는 선수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카드에서 기량이 더 발전했다는 말이 자주 들리는데 직접 느끼기에는 어떤가요.
나도 많이 늘었다는 게 느껴져요. 물론 현대캐피탈이랑 한국전력에서도 많이 늘긴 했지만 지금은 그때 배웠던 것들을 다듬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더 섬세한 부분들을 신경 쓰면서 훈련하고 있고 신영철 감독님도 그런 부분들을 옆에서 많이 말씀해 주세요.


신영철 감독이 본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인지.
서브, 리시브, 공격이요. 말하고 나니까 그냥 모든 부분에서 다 말씀하셨네요(웃음). 정말 내가 공을 한 번 만질 때마다 말씀해 주세요. 그만큼 도움도 많이 됐고 나에 대한 애정이 있으셔서 그렇게 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감독님 믿음에 보답할 수 있게 더 열심히 해야죠.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범실을 하거나 블로킹에 걸려도 표정 변화가 없다고 방송에서 얘기하던데.
아쉽긴 하죠. 블로킹에 안 걸리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블로킹에 걸리더라도 다음에 다시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아쉬워하기보다는 다음 공격에서 득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표정에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절친 임성진과 서브 대결
“절대 잊을 수 없는 경기였죠”


아가메즈가 부상일 때 그 자리에 대신 들어갔어요. 부담스러웠을텐데.
부담스럽다기보다 경기를 뛸 수 있으니까 좋았어요. 빨리 경기했으면 좋겠고 경기하는 동안 정말 재밌게 했어요.


12월 17일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생애 첫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습니다.
블로킹 하나가 잡히지 않아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아웃사이드 히터 쪽으로 올라올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무조건 막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손에 걸리는 순간 ‘됐다. 성공했다’라고 생각했죠(웃음). 트리플크라운으로 받은 상금은 같은 방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사용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4라운드 한국전력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패하긴 했지만 정말 재밌게 경기했거든요. (절친 임성진 선수와 서브 대결도 화제였죠.) 내 서브 차례 때 누구한테 때릴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성진이가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그 코스가 자신 있었거든요. 그래서 성진이를 지목하고 서브했죠(웃음). (그리고 바로 임성진 선수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나만 득점할 수 없으니까요(웃음). 첫 번째는 아웃이었는데 괜히 받아서 성진이 기만 살려줬어요. 두 번째는 받을 수 있었는데 내 범실이었어요. 그래도 두 번씩 주고받으니까 재밌더라고요. 절대 잊을 수 없는 경기였어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보완해야 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리시브죠. 알고 있어서 훈련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있고 감독님도 공격은 괜찮으니까 서브랑 리시브만 신경 쓰라고 말씀해 주세요.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입니다. 토끼띠 김지한 선수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개인적으로는 트리플크라운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팀으로는 당연히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멀리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항상 경기장에 찾아와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요즘 추운데 경기 끝나고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시는 분들한테 모두 싸인을 해드리고 사진을 같이 찍어드리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있어요. 이 자리를 통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항상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글. 박혜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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