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되어 돌아왔다! 흥국생명 캣벨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2-19 12:00:29
7년 전 대학교를 갓 졸업해 프로 무대를 처음 밟았던 과거의 어렸던 모습은 잊어야 할 것 같다. 사자가 되어 돌아온 캐서린 벨. 날카로운 사자의 발톱을 드러냈다. 지치지 않고 코트 위에서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친다. 올 시즌 4라운드가 끝난 시점, 캣벨은 당당히 득점 1위(644점)에 이름을 올렸다. 배구만 잘하는가. 화끈한 입담의 소유자에 사진은 모델 뺨치게 잘 찍었다. 팔색조 매력의 캣벨을 만나봤다.
“지금은 경험도 많이 쌓이고 노련해졌죠”
Q. 오랜만에 V-리그에서 뛰고 있습니다. 시즌을 치르고 있는 소감은 어떤가요.
좋아요. 운동을 하면 아프거나 다칠 경우가 있잖아요. 옆에서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같이 관리 해주고 있어서 몸 상태도 좋아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랑 다른 경험을 하고 있지만 지금이 너무 재밌고 더 행복해요.
Q. 앞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V-리그가 처음은 아닙니다. GS칼텍스에서 뛰었던 2015-2016시즌이 캣벨 선수에게 첫 프로 무대였습니다. GS칼텍스 시절이 캣벨 선수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나요.
그때는 처음이었고 어려서 어려움이 많았죠. 다른 감독님과 코칭스탭들이 계셨던 만큼 지금의 GS칼텍스랑 다르잖아요. 언어 장벽도 컸고 혼자 있는 시간을 적응하지 못했어요. 그 때 경험이 쌓였고 지금 도움이 되고 있죠. 혼자 지내는 것도 익숙해졌어요.
Q. 그 당시 아포짓과 미들블로커를 오가며 시즌을 치르셨습니다(GS칼텍스는 4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끝나고는 미들블로커 포지션으로 베스트7도 수상하셨습니다. 본인에게 어떻게 다가오셨나요.
상을 받았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컸어요. 어린 저에게 자신감을 채워줬던 상이었어요.
Q. GS칼텍스 생활을 마무리한 후 푸에르토리코, 터키, 중국, 필리핀 여러 나라 리그를 경험하셨습니다. 다른 리그들은 어떠셨나요.
뜻깊은 경험이었죠. 터키 리그는 빠르고 높게 플레이하는 경쟁력 있는 곳이에요. 수준 높은 곳에 있으면서 많이 배웠고, 여러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서 움직임도 많이 알게 됐어요. 중국은 더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리그라고 생각해요. 중국에 있는 동안에도 좋은 경험들을 많이 쌓았어요.
Q. 여러 번 V-리그에 문을 두드리셨습니다. 계속 V-리그에 도전한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계속 문을 두드리다가 2년 정도 트라이아웃에 신청을 안 했을 때도 있었어요. 공백기가 다시 한국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어요. 항상 오고 싶었던 V-리그였기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습니다. 작년에는 배구뿐만 아니라 일적으로도 잘 풀렸던 한 해였습니다.
Q. 7년 만에 다시 돌아온 V-리그는 처음에 뛰었던 시즌과는 본인 스스로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당시에는 어렸으니 부족한 것도 많았고 컨디션 조절을 잘 못했어요. 구단에서 하라고 하는 것만 따랐어요. 지금은 스스로 경험이 많이 쌓이고 노련해졌어요. 제 몸에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리그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선수들도 성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시즌에 앞서 KOVO컵을 봤을 때 수준 자체가 올라간 것 같아요.
Q. GS칼텍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을 코트에서 마주하셨을 땐 어땠나요.
그 당시 강소휘 선수가 1년 차였어요. 지금은 정말 잘하는 선수 중에 손꼽히는 선수로 성장한 게 느껴져요. 자신감이나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어요. 또 저희 팀 (정)윤주가 1년 차 시절 강소휘 선수를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정말 괜찮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생각해요. 이소영 선수는 그때도 잘했지만 지금도 서브 리시브나 모든 면에서 다 잘하는 것 같아요.
Q. 현대건설 야스민과 대학교 선후배 사이에 필리핀 리그에 이어 V-리그에서도 함께 뛰고 있습니다.
야스민과 같이 뛴 적이 많은데 라이벌 의식은 전혀 없어요. 정말 친한 친구예요.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하다가 한 번씩 서로 대화를 나눌 정도로 정말 친한 친구예요. 배구가 저희에겐 일이기도 하니 프로 마인드로 서로 재밌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신뢰 가득 흥국생명
“언어는 달라도 통하는 게 생겼어요”
Q. 오랜만에 하는 한국 생활은 만족스러우신가요.
네! 정말 만족스러워요. 제가 집순이라 코로나19가 아니었어도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을 것 같아요. 한국은 제게 특별한 곳이잖아요. 또 깨끗하고 친절한 나라라 생활은 정말 만족스러워요.
Q. 시즌 끝나고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처음에는 제주도였어요. 정말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해 가보고 싶었어요. 지금은 서울에 있는 남산타워에 가서 좋은 레스토랑에서 점심 맛있게 먹고 싶어요.
Q. 한국 음식은 입맛에 맞으실까요.
너무 잘 맞아요. 제가 쌈 싸 먹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집에서 한 번씩 만들어 먹어요. 물론 숙소 밥이 더 맛있고요(웃음). 원래는 돼지고기도 잘 안 먹었는데 삼겹살을 쌈 싸 먹는 게 너무 맛있더라고요. 오징어나 생선회만 아니면 다 즐겨 먹어요.
Q. 한국어 발음이 너무 좋으세요. 한국어로 선수들과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 가능하실까요.
감사합니다. 영어랑 한국어를 섞어서 간단하게 말을 하면서 선수들이랑 소통해요. 경기 중간마다 ‘블로킹, 천천히’ 이렇게요. IBK기업은행 경기 당시 저희가 블로킹을 많이 못 잡고 있었어요. 옆에서 같이 뛰는 (이)주아에게 ‘주아, 블로킹 천천히’라고 했는데 노려보더라고요. 이미 선생님들께 블로킹으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상황이라서 그랬나 봐요(웃음).
한국어랑 영어를 간단하게 섞으면서 재밌게 이야기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알아듣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있을 땐 태희 통역을 불러서 이해하고 다시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Q. 올 시즌 흥국생명이 많이 어려졌습니다. 맏언니 역할을 맡아 코트 안팎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는 실수하는 게 당연하죠. 두려움도 많을 텐데 저도 겪어봤기에 충분히 이해해요. 제가 코트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다양해요. 경기도 잘 뛰어야 하고, 어려울 땐 다독여주거나 활기를 불어넣어 줘야 해요. 여러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더 집중해서 하려고 합니다.
Q. 흥국생명이 시즌을 거듭할수록 끈끈해지고 강해지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이랑 비교하면 어떤 게 많이 달라졌나요.
선수들이랑 신뢰가 많이 쌓였어요. 서로를 믿고 코트에서도 대화를 많이 해요. 당연히 저는 영어를 쓰고 선수들은 한국어를 쓰지만 언어가 달라도 통하는 뭔가가 생겼어요. 이게 제일 끈끈해진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언어가 다르지만 소통이 되면서 코트 안에서 다 같이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자연스레 경기력도 더 좋아진 것 같습니다.
Q. 흥국생명은 어떤 팀인가요.
팀을 생각하면 감성적이게 돼요. 같이 뛰고 있는 선수들 모두가 너무 최고예요. 선수 한 명 한 명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다 너무 아끼는 동생들이에요. 운동을 하고 일을 하러 왔는데 친구들을 사귀러 온 것 같아요(웃음). 혜진, 주아, 미연, 윤이 다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제게 과분한 친구들이에요. 결혼하게 되면 꼭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어요.
Q. 박미희 감독님은 어떤 존재인가요.
감독님은 한국 엄마예요. 배구에 대한 열정이 많으세요. 엄마랑 감독님의 경계가 흐트러질 때가 있어요. 가끔 감독님이 세게 말씀하실 때가 있어요. 엄마랑 싸우듯이 한 번씩 감독님께 말하고 싶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죠(웃음).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걸 감독님이 아시기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걸 저도 알고 있죠. 배구를 같이 해서 너무 즐겁습니다.
연습벌레 캣벨
“만족할 때까지 멈추지 않아요”
Q. 캣벨 선수는 어떻게 배구를 시작하게 됐을까요.
15살에 시작했어요. 어느 날 친구가 흰 공을 가지고 와선 네트를 넘기는 운동이라고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게 따라 했는데 친구는 제일 좋은 팀에서 뛰고 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레벨이 낮은 팀에서 뛰었어요(웃음).
Q. 지금까지 배구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을까요.
그 당시 제가 미국에 있던 지역에선 배구는 백인들이 주로 하는 운동이었어요. 미국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해 더 이뤄내고 싶은 마음에 더 했어요. 하다 보니 잘한다 싶고 계속하니 더 잘한다고 느껴졌어요. 다양한 친구들도 만날 수 있게 하고 새로운 문화도 느낄 수 있어요. 또 가족 부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되니 계속하고 있었어요.
Q. 박미희 감독님께서 ‘캣벨은 연습 벌레다.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말리고 싶을 정도다’라고 언급해주신 적이 있어요. 본인이 느끼기엔 어떤가요.
저 스스로 만족을 느끼는 기준이 있어요. 경기가 끝나고 바로 돌려봐요. 다시 보다가 부족함을 느끼면 만족할 때까지 해요.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알아서 예전에 잘 된 영상을 비교해 봐요. 체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면 보강을 하고 힘을 더 기르려고 해요. 몸 컨디션에 저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려고 해요. 수석 코치님도 훈련 중간에 ‘그만해도 될 것 같아’고 이야기하세요. 하지만 스스로 만족스러운 부분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할게요. 더 할게요’하고 더 연습하게 돼요.
Q. 코트에서 캣벨 선수의 존재감은 상당히 무섭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SNS상에서나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활기차세요. 코트 위에서의 캣벨과 일상생활에서의 캣벨은 다른 부분도 있을까요.
다 제 모습이에요. SNS에서의 모습이 더 솔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SNS에서 보여준 에너지를 코트에 가지고 오기엔 경기에선 집중할 게 많아 어려워요. 물론 경기에서도 활기차고 에너지 넘칠 때도 있지만 긴장을 해야 하잖아요. 그래도 양쪽 모두 저의 진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구로 만난 친구들은 처음에 ‘무섭다’고 해요. 그러다 점점 친해지면 첫인상과 다르게 착하고 상냥하다고 하더라고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올 시즌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5, 6라운드를 어떻게 치르고 싶을까요.
마지막 두 라운드를 남겨두고 있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계속해서 더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걸 제일 하고 싶어요. 다음 시즌에도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어요. 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이번 시즌이 끝나고도 다시 한국에 돌아오고 싶은 목표도 있지만 지금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하고 싶습니다.
Q. 항상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엄마께서 항상 제 경기를 놓치지 않고 다 보세요.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보시면서 응원해 주시고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리죠. 사실 많이 보고 싶어요. 시즌이 끝나고 가면 여기서 했던 경험들을 이야기 해주고 공유할 시간이 너무 기대돼요.
Q. 끝으로 팬들에게 인사 한 번 부탁드릴게요.
저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팬분들 언제나 응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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