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최초 1,300 블로킹, 신영석은 멈추지 않는다... “박수칠 때 더 해야죠”

남자프로배구 / 수원/김예진 기자 / 2025-02-17 10: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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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라는 수식어는 누구에게나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 꾸준히 ‘최초’의 길을 걷고 있는 미들블로커가 있다. 바로 신영석이다.


신영석은 지난 16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한국전력과 OK저축은행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날 신영석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1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해냈다.

이날 신영석이 기록한 첫 번째 블로킹은 1세트 9-10의 상황이었다. 신호진의 오픈 공격을 완벽히 차단하며 동점 상황을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경기장 안에는 평소보다 큰 환호가 가득 찼다. 바로 이 블로킹이 신영석이 기록한 개인 역대통산 1,300번째 블로킹 성공이었던 것.

지난 12일 오후 있었던 우리카드와의 원정 경기에서 단 하나의 블로킹 성공만을 기록하며 아쉽게 대기록을 달성하지 못했던 신영석은 그렇게 홈 팬들 앞에서 또 한 번 V-리그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신영석은 2008-09시즌 1라운드 2순위로 드림식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던 2014-15시즌 현대캐피탈로 이적했고 한동안 현대캐피탈의 상징과도 같은 든든한 벽으로서 활약했다. 그러나 2020-21시즌 지명권을 포함한 트레이드가 성사되며 황동일, 김지한과 함께 한국전력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많은 배구 팬을 깜짝 놀라게 한 트레이드였다.

그럼에도 신영석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한국전력에 합류한 첫 시즌부터 100개의 블로킹 성공을 기록했다. 한국전력 합류 후 치른 네 시즌 동안 평균적으로 93.5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네 시즌 세트 평균 블로킹 역시 0.673으로 준수하다. 그 덕에 한국전력에 합류한 이후로도 매 시즌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 베스트7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16일 경기를 마치고 만난 신영석은 “기록을 달성한 순간 많은 사람들이 생각났다. 블로킹은 나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사이드 블로커들이 자리를 잘 잡아줘야 하고 서버도 서브를 잘 때려줘야 한다. 또 분석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달성한 그 순간 많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며 코트 위에서의 순간을 돌아봤다.

이어 신영석은 “사실 블로킹 성공 1,200개를 기록했을 땐 별로 못 잡았다고 생각했다. 언제든 더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1,300개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상은 못할 것 같다. 이게 마지막 기록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더욱 의미가 남달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영석이라는 선수의 가치는 누구나 알고 있다. 권영민 감독 역시 경기 전 신영석의 기록에 대해 묻자 “(신)영석이는 누가 뭐라 해도 국내에서 가장 잘하는 미들블로커다. 감독으로서는 참 고마운 선수다. 농담으로 영석이에게 마흔다섯까지 뛰어달라고 하곤 하는데 후배들을 위해서 오래오래 코트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영석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마흔다섯은 안 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는 “이번 시즌에는 유독 세월이 원망스럽다. 팬들도 예전 같지 않다며 많이 걱정을 해준다. 작년까지는 나이 때문에 못 한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세월을 정통으로 맞은 듯한 느낌”이라며 “지금까지 뛸 수 있도록 버텨준 내 몸에 감사함을 느낀다. 앞으로 얼마나 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여자부에서는 누구보다 상징적인 선수인 김연경의 은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같은 시대에 활약을 펼친 신영석의 발언에 자연스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 신영석은 “김연경 선수는 참 멋있는 선수다. 자신의 소신에 따라 밝게 빛나는 곳에서 끝내고 싶다는 말을 들으니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정말 통합우승을 해서 가장 밝은 곳에서 은퇴한다면 그마저도 김연경이 만든 하나의 표본이 되지 않겠나”라고 존경을 표하면서도 “내가 은퇴하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내 끝은 정해놓지 않겠다. 난 박수칠 때 더 하겠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1,300이라는 믿을 수 없는 숫자를 만들어 낸 신영석이지만 여전히 목표는 있다. 신영석은 “운이 좋게도 미들블로커로서는 드문 기록을 많이 세웠다. 욕심을 내보자면 블로킹 면에서는 여자부 양효진 선수만큼 해보고 싶다. 득점도 더 하고 싶다. 작년에 통산 4,000득점을 올렸는데 못해도 4,500득점까진 달성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신영석은 ‘좋은 미들블로커의 표본’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미들블로커들이 롤모델로 신영석을 꼽는다. 신영석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신영석은 “어린 선수 중에도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에게 내가 목표나 기준점이 돼서 우리 V-리그의 미들블로커들이 많이 활성화가 됐으면 좋겠다”며 후배들의 활약을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24번이 적힌 등을 보면 든든함을 느낀다. 저 선수라면 막아줄 수 있다는 생각은 추측이 아닌 확신이 된 지 오래다. 전열의 맨 앞에서 1,303번이나 상대의 창을 막아낸 방패를 신뢰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게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신영석은 다시 길을 나선다. 1,300을 지났지만 신영석의 걸음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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