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한 선택' 2022-2023시즌 여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 프리뷰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9-01 12:00:54
아마추어 선수들이 새로운 무대를 향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등용문. 2022-2023시즌 한국배구연맹(이하 KOVO)의 신인선수 드래프트가 9월 5일 여자부를 시작으로 문을 연다. 구단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선택을, 아마추어 선수들은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올해 좁디 좁은 프로의 문을 통과할 선수는 누가 될까.
“뽑을 선수가 없습니다”
남자부와 여자부 가릴 것 없이 모두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다고 걱정을 늘어놓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선수층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자부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프로 관계자들은 지난 겨울부터 올 여름까지 열리는 여러 대회를 다니며 유망주들을 지켜본다.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지켜보지만, 그 선수의 발전 가능성에 더 중점을 둔다. 겨울에 보여줬던 아쉬운 부분이 여름 때 보완되고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면, 지금 당장 기량은 떨어지더라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 팀에 접목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로 각 학교가 정상적인 훈련을 할 수 없었고, 대회마저 줄어들면서 선수들은 실전 감각을 키울 수 없었다. 이 때문에 프로 관계자들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완벽한 기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여자부는 신탄진에 자리한 KGC인삼공사 훈련장에서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트라이아웃을 거친 뒤 9월 5일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창단 승인과 함께 이번 시즌 드래프트에서 1명 우선 선수 지명권을 가지고 있다. 구단들은 반드시 2명 이상 뽑기로 약속한 가운데 최소 14명의 선수가 프로의 문을 넘는다.
숨은 진주를 찾아라
얇은 선수층이지만 눈여겨볼 만한 자원은 있다.
2021년 8월 KGC인삼공사 염혜선의 아버지 염경열씨의 호적에 이름을 올린 염어르헝이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페퍼저축은행은 우선 지명권을 염어르헝에게 행사할 것이 유력하다.
어르헝은 2019년 한국에 입국해 엘리트 배구를 접했다. 미들블로커가 주 포지션이지만, 리시브 훈련도 병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 194cm의 신장은 어르헝의 강점이다. 다만 한국인 국적을 따내기 위한 귀화 시험이라는 분명히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미성년자 외국인이 한국인 양부모의 호적에 이름을 올렸더라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선 귀화 시험은 필수다. 국적 신청 이후 1년 이내에 3번의 시험 기회가 있다. 올해 안에 국적 취득이 어렵더라도 미성년자 때 입양 허가만 받아 둔다면, 성인이 되어도 특별 귀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현재 어르헝은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한 두 번의 시험에서 모두 합격하지 못했다.
올해는 오랜만에 연령별 대표팀이 국제무대에 나섰다. 덕분에 고등학교 3학년 선수들도 그 무대를 밟았다.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21회 아시아청소년여자U20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U20 대표팀 가운데 쏠쏠한 자원들이 있다.
페퍼저축은행 박은서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진 일신여상 박은지(176cm, S)는 현재 여고부 지원자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본기를 잘 갖췄고 빠른 발로 여러 선수를 고르게 활용한다. 리시브가 흔들릴 때도 공격수들의 타점을 살려주는 기량이 눈길을 끈다.
박은지와 함께 U20 대표팀 세터로 활약한 한봄고 김사랑(174cm) 역시 괜찮은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박은지보다 더 많이 출전했다. 올해 한봄고의 4관왕을 이끈 주역이다. 배구는 같은 기량이면 우승을 경험한 팀에서 뛴 선수를 더 높게 평가한다. 비록 신장은 낮지만, 공격수에게 블로커를 빼주는 세트 플레이를 준수하게 해낸다.
제천여고 이예은(175cm, OH)은 아웃사이드 히터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어느 프로팀 관계자는 “현재 고등학교 3학년 중에서 리시브를 제일 괜찮게 받는다”고 했다. 소속팀에서는 리시브뿐만 아니라 공격까지 책임졌다. 리시브 가담 이후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신장에 비해 긴 팔다리를 활용한 빠른 스윙이 돋보인다. 공격파워도 나쁘지 않다.
한봄고 김보빈(180cm)은 미들블로커로 다소 아쉬운 신장이지만, 빠른 발을 활용한 이동 공격이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체공력을 활용한 블로킹 능력도 있다. 선명여고 이민서(175cm, OP)는 왼손잡이라는 강점을 지녔다. 그 강점을 살려 고교 무대에서는 서브로 좋은 인상을 많이 남겼다. 아포짓으로 리시브도 가담하지만 정확성은 다소 아쉬움이 있다.
이밖에도 근영여고 서가은(178cm, OH)은 큰 키에서 나오는 묵직한 공격과 서브가 상당하다. 힘 있는 스윙은 돋보인다. 반면 리시브와 수비 부분에선 보완이 필요하다. 리시브에 가담은 하지만 의문부호가 있다. 팀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면제되는 경우도 많았다.
세화여고 김서윤(183cm, OH)은 현재 3학년 아웃사이드 히터 중 최장신이다. 키를 활용한 높은 타점은 고교 무대에서 통했다. 리시브를 잘 한다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자기 앞에 오는 서브는 그런대로 잘 소화했다. 서가은과 김서윤 모두 리시브는 아쉬워도 피지컬의 장점은 매력적이다.
한봄고 최효서(171cm, OH)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작은 신장이지만 팀에서 가장 많은 공격을 한다. 상대 블로커를 활용한 터치아웃으로 득점을 유도한다. 지난해 잠시 리베로 포지션을 소화할 만큼 리시브는 준수했다. 프로무대의 기준으로는 작은 신장이 걸림돌이다. 고교 무대에선 공수 겸장으로 불린다. 다만 유서연(GS칼텍스) 김세인(도로공사) 등 단신으로 V-리그에서 성공한 사례는 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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