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진이 IBK전을 웜업존에서 출발한 이유, 사령탑은 큰 그림을 그린다 [스파이크WHY]

여자프로배구 / 화성/이정원 기자 / 2021-11-29 10:06:53


GS칼텍스 주전 세터 안혜진은 IBK기업은행전을 웜업존에서 출발했다. 시즌 처음 있는 일이다. 차상현 감독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배구 경기에서 세터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리시브가 잘 되어도, 공격력이 좋은 공격수가 있어도 세터가 공을 잘 올리지 못하면 그 팀은 결국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GS칼텍스에는 국가대표 세터 안혜진이 있다. 2020-2021시즌 안혜진은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풀타임 주전 첫 시즌이었지만, 이소영-강소휘-메레타 러츠(등록명 러츠) 삼각편대를 잘 활용했고, 김유리-한수지의 중앙 공격도 자유자재로 이끌어냈다. 그 결과 여자부 첫 트레블이라는 알찬 결과까지 얻었다. 여자부 BEST7 세터 부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안혜진은 쾌속 질주했다.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020 도쿄올림픽까지 나갔고,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왔다. 올 시즌 많은 이들은 안혜진이 보다 더 농익은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시즌에 들어와 뚜껑을 열어보니 안혜진은 좀처럼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꾸역꾸역 경기를 이끌며 팀의 승리를 책임지기도 했지만, 무언가 쫓기는 모습을 보이는듯했다. 제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다.

비시즌 국제 대회 출전으로 인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차상현 감독은 "올림픽 핑계는 없다. 다만 경기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쉬는 시간이 없다. 그런데 그것을 이유로 들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경기에서 교체되는 횟수도 조금씩 늘어났다.

지난 24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도 1세트 선발 출전했지만 2, 4세트는 뛰지 못했고 3세트는 교체로 들어왔으며 마지막 5세트만 선발로 나왔다. 이때 GS칼텍스는 2-3으로 패했다.

27일 화성에서 열린 IBK기업은행전. 차상현 감독은 새로운 변화를 줬다. 안혜진을 대신해 김지원을 선발로 기용한 것이다. 김지원의 데뷔 첫 정규리그 경기 선발 출전이었다.

현재 백업 세터 이원정이 부상 회복으로 인해 100%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안혜진의 백업으로 2년차 김지원이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용에 대해 차상현 감독은 "혜진이랑 경기 당일 오전에 이야기를 해봤다. 밖에서 보다가 들어가 경기를 뛰는 것도 괜찮을 거라 봤다"라고 이야기했다. 마음속에 있는 부담을 내리고 편안하게 경기를 준비하길 바랐던 사령탑의 마음이었다.  

 


안혜진은 웜업존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김지원이 아직은 풀로 경기를 소화할 능력이 부족하기에 안혜진의 언제 투입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렸다.

1세트 후반, 김희진의 연속 득점으로 22-21까지 쫓아오자 차상현 감독은 안혜진 카드를 꺼냈다. 뒤에서 굳은 의지와 함께 경기 투입을 준비하고 있던 안혜진이 비장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권민지의 블로킹, 권민지의 퀵오픈-모마의 후위 공격을 이끌어내며 IBK기업은행의 추격 의지를 차단시켰다.

이후 안혜진은 교체 없이 쭉 코트를 지켰다. 2세트 살짝 흔들린 모습도 있었지만, 무리 없이 팀에 세트를 안겨줬다. 서브 득점은 보너스였다. 3세트 역시 능수능란한 패스워크로 팀의 공격을 책임졌다. 팀도 3-0 완승을 거뒀다.

차상현 감독은 "경기 전에 이야기했듯이 지원이가 먼저 들어가고, 혜진이가 나중에 들어갔다. 분명 혜진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정말 혜진이가 나중에 들어가 잘 해줬다"라고 말했다.

사실 확고한 주전으로 뛰던 선수가 웜업존에서 경기를 시작하면 기분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안혜진은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았다. 팀 승리만을 생각했으며, 부담을 내려놓고 다시 마음을 잡길 바라는 사령탑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차상현 감독도 "사실 스타팅으로 들어가는 것과 아닌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기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혜진이가 이 부분을 잘 받아줘 고맙다"라고 웃었다.

GS칼텍스 외인 모마 바소코 레티치아(등록명 모마)도 차상현 감독의 이야기에 동조했다. 모마는 "언제나 세터와 리듬이 중요하다. 혜진에게도 잘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안혜진을 향한 믿음을 보였다.

GS칼텍스의 주전 세터는 누가 뭐래도 안혜진이다. 예리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들 줄 아는 선수이며, 패스에도 일가견이 있다,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 갈 중요한 선수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말이 있다. 약간의 흔들리는 이 시기도 안혜진의 선수 인생에 있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차상현 감독은 그런 안혜진에게 약간의 '쉼'을 부여하며 안정을 줬다. 어차피 시즌은 길고, 나중에는 안혜진이 더 큰 역할을 해야 된다. 일종의 '큰 그림'을 그린 셈이다.


사진_더스파이크 DB(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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