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결산②] 무너진 '어우흥', 팀워크의 GS칼텍스! 키워드로 살펴보는 여자부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3-17 0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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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지난해 10월 17일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던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가 지난 16일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 하면서도 한편으론 팬들의 흥미를 자극한 시즌이었다. 

 

아직 남자부는 정규리그가 진행 중이지만, 여자부는 정규리그 종료와 함께 오는 20일부터 플레이오프에 돌입한다. 플레이오프에 앞서 여자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 흥이 넘쳐 팬들도 행복했다! GS칼텍스, 정규리그 우승

GS칼텍스가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하더라도 당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은 똑같았다. '리그는 컵대회와 다르다'라고. 1, 2라운드는 쉽지 않았다. 10경기 6승 4패, 부족하지도 않았지만 뛰어나다고도 평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6일 주포 강소휘가 복근 및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주전 미들블로커 한수지, 권민지, 신인 김지원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전력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GS칼텍스에는 흥 넘치는 팀워크가 있다.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이겨냈다. 지난 2월 5일 김유리의 눈물 인터뷰 때는 선수들이 모두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김유리를 응원했다. 누가 없어도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메워주기 위해 항상 노력하다 보니 승리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그렇게 GS칼텍스는 차곡차곡 승점을 쌓아갔다. 

 

그리고 6라운드 막바지 어수선했던 흥국생명을 제쳤다. 2월 28일 상대전 승리와 함께 시즌 첫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당시 차상현 감독은 "팀 전원이 잘 버텨주고 있어 이 자리까지 왔다. 대견스럽다. 이런 팀의 감독으로 있어 선수들이 대견하고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3일 흥국생명이 KGC인삼공사에 패하면서 승점 차를 좁히지 못했고, GS칼텍스는 숙소에서 우승을 맛봤다. 2008-2009시즌 이후 처음 맛본 정규리그 우승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주축 선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는 없다. 주장 이소영은 공격 성공률 4위, 득점 10위, 리시브 효율 5위에 오르는 등 공수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하나로 뭉친 리더십도 인정을 받았다. 여기에 우승 프리미엄까지 더해졌기에 시즌 강력한 MVP 후보로 뽑힌다. 공격 성공률, 득점, 블로킹까지 모두 상위권에 오른 러츠는 물론이고 고비 때마다 팀이 힘들 때마다 나와 깜짝 활약을 펼쳐준 문지윤·문명화, 불안할 거라는 세간의 의심을 지워낸 안혜진과 이원정, 팀의 보배로 자리 잡은 한수진·한다혜 등 모든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차상현 감독은 우승 직후 "우리 팀은 골고루 자기 역할을 해줬다. 한 명 뽑기 힘들 정도로 다 잘 해줬다"라고 칭찬했다. 

 

지난 16일 간단한 정규리그 우승 시상식을 가진 GS칼텍스. 이제 그들은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컵대회, 정규리그를 석권한 GS칼텍스는 이제 챔프전 우승만 성공하면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GS칼텍스는 오는 26일부터 플레이오프 승자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가진다. 

 


# 무산된 '어우흥'

올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흥국생명은 압도적인 성적을 선보이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1, 2라운드 10전 전승.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배구여제 김연경을 축으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팀에서 뛰게 된 이재영-이다영이 중심이 된 라인업은 워낙 강했다. 루시아가 제 역할을 못 하더라도 흥국생명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란 말이 실현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3라운드 첫 경기 GS칼텍스전에서 루시아가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에 빠지며 위기가 올 수 있었지만 김연경과 이재영이 동시에 터지니 타 팀도 막을 방도가 없었다. 3라운드 3패를 당했지만 4라운드 다시 전승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이재영과 이다영의 학폭 논란이 터졌다. 두 선수는 사과문을 게재했으나 여론은 좋지 않았고 두 선수는 2월 11일 한국도로공사전부터 코트 위를 나서지 못하고 있다. 

 

루시아 대신 들어온 브루나가 여전히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이다영 대신 들어간 김다솔의 세트 안정감은 떨어졌다. 김연경이 공격,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하고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보이며 팀을 이끌었지만 시즌 막판 많은 승수를 챙기지는 못했다. 

 

2월 11일 한국도로공사전부터 리그 마지막 경기 KGC인삼공사전까지 흥국생명의 전적은 2승 6패. 시즌 초반과 비교하면 최악의 성적이다. 그리하여 시즌 내내 지켜오던 선두 자리도 지난 2월 28일 내줬고, 결국 2위로 정규리그를 마무리하게 됐다. 

 

 

김연경이 공격 성공률과 서브 1위, 디그 5위, 득점 6위에 오르는 등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지만 뒤를 받쳐주는 선수들의 활약이 아쉬웠다. 이제 흥국생명은 챔프전이 아닌 플레이오프부터 경기를 치러야 한다.

 

'김연경 하드캐리'가 다시 한번 필요한 가운데 흥국생명은 챔프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세터들 덕분에 울고 웃고

올 시즌을 앞두고 세터들이 연쇄 이동했다. KGC인삼공사를 제외한 각 팀 주전 세터들의 이동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관심도를 크게 높였다. 현대건설에 있던 이다영은 흥국생명으로, 흥국생명에 있던 조송화는 IBK기업은행으로 갔다. 또한 IBK기업은행에 있던 이나연은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건설로, GS칼텍스에 있던 이고은도 트레이드를 통해 한국도로공사로 갔다. 

 

일단 흥국생명은 200%의 이상 아쉬움이 남는다. 흥국생명은 통 큰 투자를 통해 데려온 이다영이 학폭 논란과 함께 빠졌다. 시즌 후반 갑작스러운 주전 세터의 이탈은 팀의 성적 저하로 직결됐다. 김다솔-박혜진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렀으나 힘이 떨어졌다.

 

 

GS칼텍스 안혜진, IBK기업은행 조송화는 새로운 환경에서 나름대로 팀을 잘 이끌었다. 그간 주전과 후보를 오가던 안혜진은 올 시즌 차상현 감독의 믿음 아래 주전 세터로 뛰었다. 안혜진은 세트와 서브에서 각각 3위, 5위에 오르며 맹활약을 펼쳤고 2008-2009시즌 이후 처음으로 GS칼텍스에 정규리그 우승을 안겼다. 조송화도 새 팀에서 주포 라자레바와 함께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세트 부문 2위에 올랐고, IBK기업은행도 조송화의 안정감 덕분에 2017-2018시즌 이후 처음으로 봄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도로공사 이고은과 현대건설 김다인은 가능성 반, 아쉬움 반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두 세터 모두 한 시즌 내내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특출난 활약을 보였다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이고은은 도로공사 선수들과 완전히 융화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코트 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이 믿고 지도하는 선수이다. 선수들과 호흡만 더 잘 가다듬는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다인은 시즌 중반 완전한 주전으로 올라섰다. 이고은과 마찬가지로 잘할 때는 믿음이 가는 플레이를 보여줬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불안했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볼 배분 등에서 아직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눈에 보일 때가 많았다. 물론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볼 배급이나 경기 운영은 좋아졌다. 이제는 이도희 감독이 아닌 새로운 감독 밑에서 다시 성장기를 보내야 하는 가운데, 이고은과 마찬가지로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인 건 분명하다. 

 

# 여전했던 러츠와 디우프, 러시아 폭격기 라자레바

V-리그 2년차였던 GS칼텍스 러츠와 KGC인삼공사 디우프의 활약은 이번 시즌에도 '엄지척'이었다. 러츠는 득점 3위(854점), 공격 성공률 2위(43.89%), 블로킹 4위(세트당 0.559개), 서브 8위(0.229개)에 오르는 등 공격 전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특유의 친화력으로 GS칼텍스 선수들과 융화된 모습을 보이니 팬들도 러츠에게 많은 사랑을 보낸다. 러츠가 있기에 GS칼텍스 정규리그 우승도 한층 수월했다. 

 

 

디우프 역시 지난 시즌 득점왕의 모습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30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득점 1위(963점), 공격 성공률 6위(41.06%), 블로킹 7위(세트당 0.530개)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KGC인삼공사가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진 못했지만 디우프는 꾸준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홀로 39점 맹폭했다. 2년 연속 V-리그 여자부 득점왕이다. 

 

V-리그를 처음 뛴 선수들의 활약은 어땠을까. 처음 뛴 선수 중 돋보였던 활약을 펼친 선수는 단연 라자레바였다. '마른 몸매에서 어떻게 그런 파워 넘치는 공격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자레바의 공격을 막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라자레바는 득점 2위(867점), 공격 성공률 3위(43.41%), 서브 4위(세트당 0.261개)에 올랐다. 세터 조송화가 일정한 높이의 공만 올려주면 언제든지 득점을 올리는 득점력을 갖췄다. 시즌 후반 허리 통증으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황. 봄배구에서 활약을 기대케하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 루소와 한국도로공사 켈시는 2% 아쉬움이 남는다. 켈시는 득점 4위, 공격 성공률 7위에 올랐다. 시즌 후반에는 홀로 맹활약을 펼치는 등 퍼포먼스가 대단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기복 있는 플레이로 김종민 감독의 애간장을 태운 적이 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세터 이고은과 호흡이 전혀 맞지 않은 부분도 켈시의 아쉬운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시즌 초반 승점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게 봄 배구 탈락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루소도 고생을 많이 했다. 윙스파이커, 아포짓 스파이커를 번갈아 뛰기도 했고 어린 세터 김다인과 호흡을 맞추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경기를 해야 했다. 득점 5위, 공격 성공률 5위에 오르며 언제든 제 역할을 해준 루소다. 하지만 루소도 팀의 최하위를 막을 수는 없었다. 중앙 라인 양효진, 정지윤을 제외한 국내 공격수들이 부진할 때 홀로 사이드에서 공격하다 보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고군분투했다. 

 

# 눈에 띄는 신인 없었다! 그나마 이선우?!

올 시즌처럼 이렇게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지 않는 시즌이 있었을까. 일단 올 시즌 신인왕 후보는 KGC인삼공사 이선우다. 이선우를 제외하곤 마땅한 후보가 없다고 하는 게 맞다. 이선우는 올 시즌 17경기에 출전해 41점, 공격 성공률 28.8%를 기록했다. 수훈 선수로 선정되기도 하고, 이영택 감독도 이선우를 밀어줬다. 이선우의 성적이 신인왕을 받을 만한 성적인지 대해 많은 이들은 의문을 표할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살펴보면 이선우 외에 후보가 없다는 게 납득이 갈 것이다. 

 

 

1라운드 1순위 GS칼텍스 세터 김지원은 이선우와 더불어 그나마 경기 출전 기회를 받았으나 시즌 중반 불의의 우측 발목 부상으로 12월 말부터 아예 경기를 뛰지 못했다. 8경기 출전이 끝이다. 3순위 IBK기업은행 윙스파이커 최정민은 3경기 13점, 4순위 한국도로공사 윙스파이커 김정아 역시 7경기 무득점이 전부다. 

 

1라운드 5순위 흥국생명 세터 박혜진은 이다영이 나간 이후 간간이 코트 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0경기에 출전했다. 그래도 현대건설 한미르가 20경기로 신인 중 가장 많이 출전했으나 모든 경기 출전이 원포인트 서버 출전이었고, 득점 역시 서브 1점이 전부다. 

 

 

신인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잡으려면 선배 선수들을 이겨내 자신들의 능력치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 신인 선수들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시즌에는 달라진 신인왕 경쟁 구도를 볼 수 있을까. 

 

# 코로나19

지난 1월 초 주관 방송사 관계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일시적인 중단 외, 여자부는 큰 무리 없이 달려왔다. 이제는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정규리그 대부분을 무관중으로 치른 가운데, 포스트시즌부터는 10% 내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는 다시 경기장에서 팬들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치열했던 정규리그를 마무리하고, 더 치열할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여자부 플레이오프는 오는 20일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경기로 시작된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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