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배구하자’ 안동 일직중 배구부

매거진 / 이정원 기자 / 2021-07-11 06:06:26

배구 불모지 경북 안동에 중등 배구부가 드디어 창단됐다. 바로 일직중이다. 일직중은 지난 6월 1일 본교 체육관에서 창단식을 가졌다. 중등 배구부가 없던 안동에 새로이 꽃이 핀 셈이다. 일직중은 창단식 전에 열린 지난 5월초 충북 제천에서 열린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겸 제76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 참여했으나 예선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하지만 이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그들이 가야 할 길은 멀다. 공부와 운동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 하는 일직중. ‘즐겁게 배구하자’라는 큰 꿈을 가슴에 품은 일직중 선수들을 지난 6월 14일에 만나고 왔다.
 

 


배구 불모지에 꽃을 피우다
일직중은 배구 불모지라 불리는 경북 안동에 자리 잡은 유일한 중등 배구부 팀이다. 그렇다 보니 이들을 향해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먼저 창단 멤버들을 알고 가보자. 교장 배미혜-체육부장 정진화-감독 서종칠 체제와 함께 14명의 선수단이 일직중 배구부 창단 멤버를 가 됐다. 3학년 4명, 2학년 5명, 1학년 5명까지 총 14명이다.

선수단은 주장 김찬유(175cm, WS)를 비롯해 정동면(175cm, OPP), 김지훈(171cm, OPP), 김우진(188cm, MB)이 3학년 맏형 라인을 이루고 있다. 2학년 중간 라인에는 한현진(167cm, WS), 김태우(166cm, OPP), 이예찬(170cm, S), 이승현(174cm, MB), 김요한(176cm, MB)이 있다. 귀여운 막내 1학년 라인은 이준영(177cm, WS), 강형석(162cm, WS), 이주호(175cm, WS), 한서진(167cm, OPP), 이승주(167cm, S)가 꾸리고 있다. 서종칠 감독이 뽑은 유망주는 주장 김찬유와 미들블로커 김우진, 2학년 세터 이예찬이다.

이전까지 안동 지역에 남자 중학교 배구부는 없었다. 일직중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사실 일직중은 학생 수가 적다. 2021년도 전교생 수는 60명도 채 되지 않는다. 한 때 폐교 위기를 겪었다. 2019년 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야구부가 창단되며 신입생 및 전학생 수가 늘어났다. 학교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일직중은 배구부까지 창단하기로 마음 먹었다.

안동 영호초 배구부가 자리를 잡고 있으나 중학 배구부가 없다 보니 안동 지역 학생들은 경북체육중으로 가거나 타지역으로 옮겨 배구를 해야만 했다. 배구를 그만두는 최악의 상황도 있었다. 안동 지역 주민들은 이 부분을 아쉬워했다.

사실 시골 학교이기에 여러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일직중은 학생들의 미래, 안동 지역 배구 활성화를 위해 배구부 창단을 결정했다. 일직중 배미혜 교장은 “지금까지 안동 지역 배구 환경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엘리트 초등학교 배구팀 및 고교팀의 인프라가 괜찮았다. 하지만 중학교 엘리트 배구팀의 부재로 우수 선수들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중학교 배구부가 필요한 시점에 지역사회의 요구와 본교의 상황이 맞게 되어 창단을 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일직중 우명화 교감도 “배구부 창단을 오랫동안 기다린 아이들이 있었다.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고 애들의 진로를 열어주고자 6월 창단을 결심하게 되었다. 영호초 졸업 후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걸 보면 가슴이 아팠다. 지금이라도 팀 창단이 되어 정말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서종칠 감독은 “예전에는 여자배구에 관심이 많았는데 요즘 재단에서 남자배구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신다. 학교 규모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일직중 창단으로 안동 지역에 위치한 예일메디텍고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같은 재단인 일직중 배구부와 연계되어 선수 수급에 큰 문제를 덜게 됐다.

서종칠 감독은 “안동 지역 주민들이 일직중 창단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고, 많은 노력을 기울어 주셨다. 안동영호초-일직중-예일메디텍고로 이어지는 엘리트 배구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안동 지역에 중학 배구부가 창단하니 여러 단체에서 지원금이 들어오는 건 당연했다. 배구 불모지에 씨앗을 뿌린 일직중의 창단을 반기지 않을 사람이 없었다. 우명화 교감도 “창단을 하는 데 실질적인 부담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배미혜 교장도 “안동시와 안동시체육회, 대한민국배구협회, 한국중고배구연맹, 경북배구협회, 안동시배구협회를 비롯한 지역 사회와 배구 활성화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팀 창단을 반기는 이들이 많기에 일직중 배구부 선수들은 행복하다. <더스파이크>가 방문했을 때도 아이들은 ‘방긋’한 미소를 지었다.
 

 


소규모 학교가 겪는 어려움
창단까지는 어떻게든 왔다. 하지만 창단 전과 창단 후의 어려움은 차원이 다르다. 창단 후가 진짜 시작이다. 창단 전 여러 단체에서 지원금이 들어왔지만 이러한 지원이 계속되고, 팀 운영을 충분하게 해준다고 볼 수는 없다.

우명화 교감도 “아직까지 운영의 어려움은 없지만 앞으로도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소규모 학교이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지원 들어오는 게 한계가 있다. 지금은 학부모님들의 지원금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아직까지 일직중 내에 배구를 할 만한 공간이 갖춰지지 않았다. 현재 일직중 선수들은 차로 15~20분 정도 떨어진 예일메디텍고로 가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일직중 체육관이 있긴 하지만 천장이 낮고 체육관 폭이 좁아 원활한 훈련을 진행할 수 없다. 자칫 무리하게 훈련을 진행했다가 선수들의 부상도 나올 수 있다. 서종칠 감독은 “연계 고등학교에 가 훈련을 하기 때문에 미리 고등학교 시스템도 배우고, 형들과 친해질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피곤하지만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일직중은 그 외 추가 코치 선임 및 해결해야 될 여러 부분은 재단, 지역 사회와 협의를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목표로 설정

일직중 배구부의 모토는 ‘즐겁게 운동하자’다. 배미혜 교장은 “본교 배구부 학생들 중에 열심히 해서 국가대표, 프로배구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기쁠 것이고 축하할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난 학생들이 배구를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누구든지 즐기는 자를 이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즐기는 마음으로 신나게 배구를 하는 것, 그것이 배구부의 목표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서종칠 감독도 “아이들이 즐겁게 운동했으면 하는 게 큰 소망이다. 힘닿는 데까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겠다”라며 “나 때만 해도 운동 말고는 추억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배구를 통해 학창 시절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또한 배구를 통해 친구도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또한 ‘공부하는 운동선수’도 이들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학교 스포츠를 정상화하고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강조하자는 이야기다. 우명화 교감은 “솔직히 운동과 공부를 같이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운동부 선수들도 다 이끌고 가겠다는 마음이 강하다. 선생님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종칠 감독도 “우리 배구부 학생들이 엘리트 배구 선수도 좋지만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성장하길 원한다. 시험 기간에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고, 성적도 좋길 바라고 있다”라고 희망했다.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지도를 하다 보니 학생 선수들도 당연히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학생 선수들의 성적은 대략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게 일직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운동과 공부를 함께 하다 보니 때론 지쳐있을 때도 있지만, 잠을 이겨내고 조금이라도 공부할 때는 공부하려는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고 한다.

“우리는 이 학생들을 이끌고 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고등학교 가면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학생들의 평균 성적도 나쁘지 않고 학생들이나 선생님들 모두 의욕이 넘친다. 지치고 힘들겠지만 참고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

일직중은 지난 5월 초 충북 제천에서 열린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겸 제76회 전국남녀종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창단 첫 대회라는 의미 깊은 대회였지만 결과는 예선 탈락이었다. 올해 목표는 예선 통과로 잡았다. 일직중 배구부 선수들이 모두 국가대표, 프로배구 선수의 꿈을 이룬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직중 관계자들 역시 그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배구를 통해 추억을 쌓고, 운동만이 아닌 인성, 공부까지 잡아 소위 ‘튼튼한 학생’이 되길 바란다.

정진화 체육부장은 “일직중 졸업 후 예일메디텍고로 많이 가는데, 예일메디텍고는 체육 중점학교다. 우리와 연계성이 있어 진로에 관한 부분도 꾸준히 이야기 나눌 수 있고, 내신을 확보하는 데도 타 학교 운동부에 비해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성, 공부, 운동을 모두 놓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우명화 교감도 “우리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면 자랑스럽고 좋겠지만 그 전에 학생들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라고 웃었다.

일직중 교장, 교감, 체육부장, 감독, 선수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즐겁게’다. ‘즐겁게’라는 단어가 운동하는 데 가장 필요한 단어이지만, 성적을 우선으로 하는 현 사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단어다. 하지만 일직중은 다르다.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학생들이 즐겁게 웃으며 배구를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언제나 즐겁고, 환하게 자신들의 어릴 적 추억을 만들고 있는 일직중 배구부. 첫 발을 내디딘 그들의 앞으로 여정에 꽃길이 가득하길 <더스파이크>가 응원한다.
 


"운동 선수 이전에 학생의 본분을 지키자"
일직중 서종칠 창단 감독


Q__창단 감독을 맡은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경북 안동은 배구 불모지입니다. 10여 년 전에 여자 배구부가 해체되었고요. 최근에 남자 초등, 고등 배구부가 창단됐지만, 중등 배구부는 없었습니다. 많이 힘들었죠. 지금 중등 배구부 창단에 지역이나 재단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다행스럽습니다.

Q__창단 첫해다 보니 보완해야 될 부분이 많을 거라 봅니다.
그렇죠.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경험이 많이 부족합니다. 전지훈련이나 많은 대회 참여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죠. 학교와 협의해 선수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Q__우리 선수들은 어떤 학생인가요.
인성도 좋지만 다른 학교 운동부와 달리 공부를 정말 잘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항상 ‘운동선수이기 전에 학생의 본분을 지키라’라고 해요. 학교생활을 충실히 잘 하고 있어, 학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들 칭찬도 받고, 관심도 받으며 크길 바랍니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Q__올해 목표가 있다면요.
일단 대회 1승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기회만 된다면 예선 통과도 해보고, 4강도 가야죠.

Q__어떤 배구부를 만들고 싶은가요.
‘공부하는 운동선수’입니다. 공부할 때는 공부, 운동할 때는 운동을 즐겁게 하길 바라요.

Q__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춘기다 보니 순간순간 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부모님과 잘 호흡해야 합니다. 공부든 배구든 뭐든 열심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지석 선수, 일직중 한번 찾아주세요"
주장 김찬유

Q__일직중 배구부의 창단 주장이 되었어요.
굉장히 떨리는 마음입니다. 그래도 창단 주장을 맡아 기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Q__언제부터 배구를 했나요.
강원도 동해초등학교에서 5학년 때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다른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일직중 배구부가 창단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서종칠 감독님께서 함께 해보자고 연락하셔서 전학 수속을 밟았습니다.

Q__찬유 선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대한항공 정지석 선수입니다. 정지석 선수를 닮아가려면 키도 커야 하고, 공격 능력도 뛰어나야 하고, 리시브도 좋아야 한다고 봅니다. 언젠가 정지석 선수와 함께 대한항공에서 뛰고 싶습니다.

Q__찬유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저는 공격 스윙이 빠르다고 생각해요. 키는 크지 않지만 점프력이 좋아요.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빠른 공격 스윙이 제 장점입니다.

Q__2021년 목표가 있다면요.
창단 첫 대회인 종별선수권에서는 예선 탈락에 머물렀어요. 올해는 큰 목표보다 1승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1승, 예선 통과 등 차근차근 밟아 나가겠습니다.

Q__롤모델인 정지석 선수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요.
정지석 선수님, 일직중이 안동 지역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신생팀이니까 여기 한 번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지석 선수에게 꼭 전달해 주세요.

Q__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얘들아, 아직 우리가 완성된 팀은 아니잖아. 조금씩 조금씩 꾸려가보자.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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