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KE프리뷰]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마지막 전쟁, 누가 챔프전에 올라갈까
-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3-24 02:52:41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결국 3차전까지 왔다.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은 24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을 가진다.
현재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기록 중인 가운데, 3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팀은 챔프전으로 간다. 즉, 패한 팀은 올 시즌이 그대로 종료된다. 1차전은 흥국생명이, 2차전은 IBK기업은행이 승리를 가져갔다.
1차전에서 흔들렸던 IBK기업은행은 2차전에서 대반전을 이룩했다. 1세트에 흥국생명을 6점으로 묶었다. 이 6점은 정규리그, 포스트시즌 포함 역대 한 세트(1~4세트 기준) 최소 득점이다.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고, 불안한 상대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손쉬운 경기를 풀어갔다. 블로킹과 서브 각각 5개를 1세트에 기록했다.
2세트 역시 라자레바를 축으로 한 공격이 불을 뿜었고, 김수지와 김희진은 김연경의 공격을 연이어 차단했다. 비록 3세트와 4세트 중반까지 상대 조직력과 수비 집중력, 공격에 당황하며 기세를 내주기도 했지만 4세트 막판 흐름을 되찾았다.
2차전에서 끝내고자 했던 흥국생명은 세트마다 극과 극의 기복을 보였다. 1, 2세트는 최악의 경기력이었다면 3, 4세트는 그래도 희망을 볼 수 있었던 경기력이었다. 김연경이 손가락 통증에도 불구하고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김나희가 김채연 대신 나와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비록 득점은 3점에 머물렀지만 이단 연결 및 높이에서 힘을 줬다.
경기 후 박미희 감독도 "패배에도 다행인 것은 3, 4세트가 괜찮았다는 점이다. 3차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분위기 반전이나 안정적인 플레이가 필요할 때 나희를 기용할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미 정규리그 6번의 맞대결, 플레이오프 2번의 맞대결까지. 올 시즌에만 총 8번을 맞붙었다. 상대가 어떤 오더를 가지고 나올지, 어떤 공격 플랜을 짜고 나올지 양 팀 감독의 머릿속에는 다 그려져 있다.
김우재 감독은 3차전 키워드로 서브와 오더 싸움을 뽑은 바 있다. 2차전 종료 후 김 감독은 "1차전과 다르게 2차전에서는 오더 싸움에서 이겼다"라며 "단기전은 첫 세트가 중요하다. 3차전에서도 서브, 오더 싸움 등 여러 가지가 작용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배구는 매 세트 선발 로테이션을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상대 감독과의 지략 대결이다. 1차전, 오더 싸움에서 완전히 밀렸다고 판단한 김우재 감독은 2차전에 라자레바와 김연경을 맞붙였다. 이는 대성공이었다. 김연경은 1세트와 2세트에 각각 25%, 33%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번 경기에서도 양 팀 감독의 지략 싸움이 기대된다.
김연경이 라자레바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해준다는 가정 하에, 3차전에서도 1, 2차전과 마찬가지로 김미연과 표승주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두 선수 중 어떤 선수가 상대 폭탄 서브를 잘 버티냐가 최대 관건이다. 1차전은 김미연이 35%의 리시브 효율을 보이며, 18%에 그친 표승주의 판정승을 거뒀다. 반면 2차전에서는 표승주가 24%까지 리시브 효율을 끌어올리며 안정감을 되찾았고, 공격에서도 16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3차전에서도 분명 흥국생명은 표승주에게, IBK기업은행은 김미연 쪽으로 서브 넣을 공산이 크다. 1차전에서 김미연 40개, 표승주 44개, 2차전에서는 김미연 43개, 표승주 29개의 서브를 받았다. 각 팀에서 가장 많은 서브를 받은 두 선수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력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또한 동료들의 지원까지 더해진다면 두 선수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또한 2차전 승리의 숨은 주역이었던 김하경과 부담감을 아직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김다솔의 세터 대결도 눈여겨봐야 한다. 물론 3차전에서는 다시 주전 조송화가 나올 수도 있지만, 정규리그 5·6라운드에 이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볼 수 있듯이 흥국생명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김하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김하경에게 다시 한번 기대를 걸 수 있는 상황이다. 시즌 후반 라자레바와 호흡이 조송화보다 낫다.
시즌 후반부터 흥국생명의 주전 자리를 잡은 김다솔은 여전히 흔들린다. 온전한 패스는 물론이고 이단 연결, 동료들과 호흡에도 아직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큰 경기를 주전으로 치르는 게 처음이다. 박미희 감독은 “내가 다솔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부담감을 떨어뜨리자'가 아니다. 부담감은 누구나 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편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부담감을 떨쳐내야 한다. 또한 흥국생명은 브루나,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이 득점에 가담해 준다면 더욱 승부는 재밌어질 전망이다.
사실 두 팀 모두 지쳤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기 위해선 지금의 이 고생과 힘듦을 잠시 잊고 챔프전 진출만 바라봐야 한다. 스포츠는 패배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표승주도 "챔프전에 가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고, 김연경의 목표 역시 챔프전 진출이다.
이날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승리한다면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챔프전에 진출한다'라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2018-2019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다시 챔프전 진출 성공이다. IBK기업은행이 승리한다면 '여자부 최초 플레이오프 1차전 패배 팀의 챔프전 진출'이라는 아름다운 새 역사를 만들게 된다. IBK기업은행은 2017-2018시즌 이후 세 시즌 만에 챔프전에 오르게 된다.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마지막 혈투. GS칼텍스가 기다리고 있는 챔프전에 진출할 팀은 어디일까. 이제 마지막 전쟁만이 남았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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