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서브 무력화 성공’ 패배 속 희망이었던 KB손해보험의 사이드 아웃 능력

남자프로배구 / 의정부/김희수 / 2023-10-25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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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는 석패했지만, KB손해보험의 경기 내용은 준수했다. 특히 V-리그 최고의 서버 레오를 상대로도 무너지지 않고 대등하게 맞섰다.

OK금융그룹의 주포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는 V-리그 최고의 서버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2022-2023시즌에 무려 127개의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서브 라인에 설 때마다 괴력을 발휘했고, 세트 당 서브 득점은 0.934점으로 압도적인 리그 1위 기록이었다. 당연히 레오의 연속 서브는 OK금융그룹의 주된 승리 패턴이었다.

그러나 24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KB손해보험과 OK금융그룹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1라운드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은 레오의 서브 차례를 빠르게 끊으며 OK금융그룹의 승리 패턴 하나를 틀어막았다. 지난 시즌에도 레오는 KB손해보험을 상대로 타 팀을 상대할 때보다 서브 득점을 많이 터뜨리지 못했지만(세트 당 서브 득점 VS KB손해보험 – 0.83개, VS 그 외 5팀 – 0.96개), 이날의 KB손해보험 선수들은 지난 시즌보다도 더 완벽하게 레오의 서브에 대처했다.

1세트 2-3으로 KB손해보험이 뒤진 상황에서 레오의 첫 서브가 서브 라인 폴트로 끝난 가운데, 잠시 후 9-11에서 두 번째 서브 차례가 찾아왔다. 레오는 1번 자리를 겨냥한 강력한 서브를 구사했고, 정민수가 이를 간신히 머리 위로 띄워놓았다. 정확한 리시브는 아니었지만 황승빈이 1번 자리로 빠르게 이동해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에게 오픈 패스를 올렸고, 비예나가 이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사이드 아웃(상대의 서브 차례를 끊고 서브권을 가져오는 것)에 성공했다.

이후 역전에 성공한 KB손해보험은 23-19에서 레오의 세 번째 서브 차례를 맞이했다. 이번에도 정민수가 볼을 높이 띄우는 데 성공했고, 비예나가 네트 앞에서 높은 집중력으로 득점을 만들며 단번에 사이드 아웃을 만들었다. 이후 비예나가 백어택을 터뜨리며 KB손해보험은 1세트를 따냈다. 

 

KB손해보험은 접전 끝에 패한 2세트에도 레오의 서브만큼은 성공적으로 무력화시켰다. 3-5에서는 힘을 살짝 뺀 서브를 리우 훙민이 잘 걷어 올렸고, 이어진 랠리는 비예나의 마무리 득점으로 끝났다. 11-12에서는 정민수가 높게 띄워놓은 공을 황승빈이 레프트 패스로 연결했고 황경민이 쓰리 블록을 뚫어내며 사이드 아웃을 만들었다. 세트 후반 19-21에서는 정민수가 아예 황승빈의 머리 위로 깔끔한 리시브를 성공시켰고 비예나가 백어택을 터뜨렸다.

KB손해보험의 뛰어난 대처 능력으로 인해 레오의 연속 서브는 3세트에도 나오지 못했다. 7-3에서 정민수가 또 한 번의 정확한 리시브로 비예나의 직선 공격 성공을 이끌었고, 18-11에서는 레오가 서브 범실을 저질렀다. 8연속으로 레오의 서브를 단 번에 사이드 아웃시킨 것.

KB손해보험의 레오 상대 속전속결 사이드 아웃 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세트 1-2에서도 황경민의 깔끔한 리시브에 이은 비예나의 백어택이 터졌고, 8-13에서도 레오가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빠르게 서브권을 뺏어왔다. 무려 10연속으로 레오의 서브 차례를 한 번에 끊는 순간이었다. 레오는 16-22에서 찾아온 열한 번째 서브 차례가 돼서야 비예나의 공격 범실이 나오며 이날의 첫 연속 서브를 구사할 수 있었고, 이마저도 한국민의 속공으로 두 번을 넘기지는 못했다.

마지막 5세트에도 레오는 두 번의 서브 기회를 얻었지만 연속 서브에 실패했다. 2-2에서는 정민수의 리시브가 다소 흔들렸지만 비예나가 재치 있게 대각을 노리는 연타 공격을 성공시켰고, 9-13에서는 또 한 번의 서브 라인 폴트를 저질렀다. 이날 레오의 최종 서브 구사 횟수는 13회였고, KB손해보험은 그 중 열두 번의 서브를 한 번에 사이드 아웃시켰다. 서브 득점은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비록 경기에서는 세트스코어 2-3(25-19, 23-25, 25-17, 20-25, 11-15)으로 석패했지만, 분명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KB손해보험이 레오의 서브를 틀어막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첫 번째 터치인 리시브가 좋았다. 이날 52.17%의 팀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KB손해보험의 리시버들은 레오의 서브 역시 비교적 무난하게 받아냈다. 황승빈의 머리 위로 배달된 리시브들도 있었고, 그렇지 못했던 리시브들도 높게 띄워놓는 데는 성공하며 황승빈이 패스를 올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줬다.

여기에 황승빈과 공격수들의 역량도 더해졌다. 황승빈은 빠르게 공이 떨어질 위치를 찾아가 적절한 높이와 길이의 패스를 뿌렸고, 황경민과 비예나는 깔끔한 결정력으로 득점을 만들었다. 높이 띄워놓는 리시브와 안정적인 패스, 그리고 이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결정력은 강서버를 상대하는 정석적인 방법이지만 실전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이날 이를 실전에 구현해냈다.

모든 경기를 이길 수는 없기에, 길고도 험한 V-리그에서 높은 위치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패한 경기에서도 얻어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이날 KB손해보험은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지만, V-리그 최강의 서버를 상대로 빼어난 사이드 아웃 능력을 발휘하며 다음 라운드에서 OK금융그룹을 만나도 그들의 승리 패턴 하나를 충분히 봉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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