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무기력했다, 이번엔 흥미로울 것” 레오와 이민규는 대한항공전을 벼르고 있다
-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희수 / 2023-11-18 06:00:09
접전 끝 승리의 기쁨도 잠시, 레오와 이민규는 다음 경기를 정조준했다. 그들은 1라운드에 완패를 당했던 대한항공을 상대로 복수혈전을 노리고 있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이민규는 도드람 2023-2024 V-리그 초반을 조금은 험난하게 보내고 있었다. 레오는 리시브 부담이 늘어난 데다 이전보다 낮고 빨라진 OK금융그룹의 플레이스타일에도 적응해야 하는지라 약간의 과도기를 거치는 중이었고, 이민규는 몸 컨디션이 온전치 않아 이렇다 할 출전 기회 자체를 많이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1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라운드 맞대결에서 멋진 활약으로 팀의 세트스코어 3-2(18-25, 25-20, 21-25, 26-24, 15-9) 승리를 합작했다. 레오는 55.26%의 공격 성공률로 팀 내 최다인 24점을 터뜨렸고, 이민규는 4세트 초반부터 모처럼 세터로 코트를 밟아 깔끔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끝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경기 종료 후 라커룸에서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선수단 미팅이 진행됐고, 두 선수는 미팅이 끝난 뒤 인터뷰실을 찾았다. 먼저 이민규는 “이번 시즌 원정에서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 이번 경기도 좀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소감을 전했다. 레오는 “이민규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뛸 수 있는 경기였는데, 그의 판단들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둘이 함께 경기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민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시즌 초반 출전 시간이 적은 이유를 묻자 이민규는 “시즌 전에 가벼운 시술을 받았었다. 무리해서라도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동료들을 믿고 시간을 충분히 가지라고, 장기적으로는 그 욕심이 너에게도 팀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조금 더 몸 상태를 다지고 있었다. (곽)명우 형도 잘해주고 있었고 (강)정민이도 연습한 것들을 잘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재활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민규는 현재의 몸 상태가 어떤지 묻는 질문에는 “80% 정도는 된다. 경기를 뛰는 데는 무리가 없다”며 경기 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기노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아직 이민규의 선발 출전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다. 이민규 역시 “그래도 감독님은 시간을 더 주시려고 하는 것 같다”며 조금의 아쉬움을 함께 전했다.
두 선수가 함께 분위기를 바꾼 시점은 4세트였다. 이민규는 4세트 2-3에서 곽명우를 대신해 코트를 밟았다. “원래는 교체 투입을 예상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데, 이번 투입은 좀 갑작스러웠다. 그래서 별다른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이민규는 “그냥 늘 하던 대로 내 패턴을 잘 가져간 것 같다. 상대 블로커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최대한 분배를 고르게 하려고 했고, 공격수들이 잘 때려줬다”며 교체 투입 이후의 플레이 과정도 전했다.
그런가하면 레오는 4세트 22-22에서 2연속 백어택으로 세트포인트를 만든 뒤, 이시우의 서브 득점으로 진입한 듀스 상황에서도 2연속 백어택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압도하는 맹활약을 선보였다. 레오는 “경기 초반에 현대캐피탈의 블록과 수비가 워낙 좋아서 어려움이 좀 있었다. 세터의 패스도 내가 때리기에 충분한 위치까지 오지 못했다. 그러나 3세트 초반부터는 서로 감을 잘 찾은 것 같고, 4세트부터는 이민규와 호흡을 맞추면서 더 좋아졌다”며 이민규에게 또 한 번 공을 돌렸다.
이날 경기의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면서, 레오의 서브 차례에 몇몇 홈팬들이 야유를 보내거나 ‘아웃’을 외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레오는 그런 부분을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삼성화재에서 뛸 때부터 천안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힘들면서도 좋았다. 경기장에 뜨거운 열기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항상 나에게는 자극이 되는 곳이었다”고 밝힌 레오는 “이번에도 서브를 때릴 때 몇몇 방해요소가 좀 있었지만, 그런 건 크게 신경 쓰지도, 듣지도 않는다. 내가 할 일들만 집중한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OK금융그룹의 다음 경기는 22일 안산에서 펼쳐지는 대한항공과의 홈경기다. 지난 1라운드 맞대결에서는 셧아웃 완패를 당한 바 있다. 이민규는 “1라운드 때는 너무 무기력하게 졌다. 그래서 선수 개개인의 동기부여가 큰 경기일 것이다. 또 우리가 홈경기 승률이 좋기 때문에 선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전의를 다졌다. 레오 역시 “굉장히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꼭 승리하고 싶다”며 승리를 갈구했다.
에이스 본능을 다시 한 번 발휘한 레오와 꾸준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민규가 과연 대한항공을 상대로도 맹활약을 펼치며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치러질 경기가 기대된다.
사진_천안/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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