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수·유광우 누른 황택의 "제가 이긴 건 아니고…팀으로 이겼죠"

남자프로배구 / 의정부/송현일 기자 / 2025-03-27 02: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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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에이스 세터 황택의(28)의 곁엔 믿음직한 동료들이 있었다. 그가 한선수와 유광우(이상 39·대한항공)라는 걸출한 선배들 앞에서도 마음껏 날개를 펼칠 수 있었던 이유, 혼자가 아닌 함께였기에 가능했다.

황택의는 26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기념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PO·3전2선승제) 대한항공과 1차전 안방 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팀의 3-1 승리에 앞장섰다.

황택의는 특히 이날 고른 볼 분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안드레스 비예나(23점)뿐 아니라 나경복(15점)과 모하메드 야쿱(11점) 등 여러 동료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가끔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땐 미들블로커 박상하(8점), 차영석(7점)의 속공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국내 최고의 세터로 꼽히는 한선수, 유광우가 차례로 출전하고도 분루를 삼켰다. 이들의 존재에도 외국인 주포 카일 러셀(31점)의 공격 점유율이 53.33%까지 치솟은 게 의외라면 의외였다. 이런 가운데 토종 공격수 정한용(9점), 정지석(7점), 곽승석(2점)은 답답한 공격 성공률로 침묵했다. 전반적으로 세터와 공격수들 간 호흡이 좋지 않았다.

어쩌면 이날로 한국 남자 배구는 세터 세대교체의 숙제를 완전히 해결했다. 차세대 국가대표 세터로 주목받는 황택의가 한선수, 유광우의 아성을 직접 무너뜨린 기념비적인 하루였다.

하지만 황택의는 "내가 이긴 게 아니다. 팀으로 이겼다. 우리가 이런 어려운 경기를 한 경기 한 경기 이기며 성장하는 게 눈에 보여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선수와 유광우보다) 뛰어난 점은 딱히 모르겠다"며 "(어린 시절부터) 형들을 보면서 따라하려 했다"고 존경심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이날 첫 두 세트를 KB손해보험에 내리 내줬다. 그러자 사령탑인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발 세터 한선수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3세트부턴 유광우가 대신 나섰다.

잘 나가던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의 이 같은 변주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3세트를 상대에 빼앗긴 뒤 4세트도 듀스 상황까지 끌려갔다.

위기의 순간 황택의가 또다시 힘을 냈다. 이번엔 직접 해결사로 등장했다. 이날 경기의 최대이자 최후의 승부처였던 4세트 27-27. 그는 이때 기습적인 패스 페인트 득점으로 팀의 매치 포인트 상황을 만들었다.

"(한)선수 형이 들어왔을 때는 잘 막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대한항공이 변화를 줘 혼란스러웠다. 특히 3세트 때 동료들이 많이 헤맸다"는 황택의는 "(패스 페인트 공격 기회가) 순간적으로 보였다"며 웃었다.

KB손해보험은 이번 승리로 창단 첫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특히 역대 V리그 남자부 PO 1차전 승리 팀의 챔프전 진출 확률은 89.4%(17/19)에 달한다.

이제 PO 2차전 대비에 돌입하는 황택의는 "항상 공에 대한 집착과 열정의 크기가 승패를 가른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의정부/송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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