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블랑 감독의 과감한 ‘허수봉-레오’ 로테이션 변화…현대캐피탈의 완벽한 독주로 이어질까
- 남자프로배구 / 이예원 기자 / 2025-01-13 07:00:36
연승 행진에도 불구하고 현대캐피탈 플립 블랑 감독은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기 두 경기동안 전반기와 다른 로테이션을 가져갔다. 변화를 통해 더 많은 승리를 쌓겠다는 의지다.
현대캐피탈은 압도적인 1위(18승 2패, 승점 52)다. 11연승 고지에 오르며 패배하는 법을 잊었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와 허수봉으로 이어지는 아웃사이드히터가 명불허전이다. 공격 하나로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선수 구성과 플레이에 흠이 보이지 않는다. 리시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공격으로 해결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고 후반기 두 경기도 깔끔한 셧아웃으로 승점 6점을 챙겼다.
승승장구인 현대캐피탈에 후반기 변화가 생겼다. 후반기 첫 경기였던 OK저축은행전부터 아웃사이드 히터 두 선수의 위치를 바꿨다.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에 굳이 변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필립 블랑 감독은 과감했다. 팀의 더 높은 효율을 위한 결정이었다. 지난 OK저축은행 경기를 앞두고 블랑 감독은 “전반기가 끝나고 우리가 종합해본 결과 적합한 선수단 구성과 교체카드를 활용하기 위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캐피탈은 전반기동안 레오와 신펑이 붙어가는 로테이션을 사용했다. 세터 황승빈이 1번 자리에서 시작해 아포짓인 신펑이 4번 자리에서 스타팅으로 나섰다. 상대 서브로 시작하는 세트에는 황승빈이 6번 자리에서 시작했다. 공격을 하지 않는 세터를 후위 1번 자리로 시작해 전위에 공격수를 세 명으로 시작하는 전략이다.
블랑 감독은 기존의 전반기 틀을 깼다. “시스템의 변화가 드라마틱 변화는 아니다. 로테이션 내에서 아웃사이드 히터인 허수봉과 레오의 앞뒤 자리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변화 이유는 전체적인 흐름 때문이었다. "허수봉을 신펑과 붙여서 허수봉의 공격 효율을 높이고 리시브 부담을 덜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레오는 세터가 1번 자리에 있을 때 레프트 전위에서 잘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세한 이유를 전해줬다.
블랑 감독은 OK저축은행전 승리 이후 "코트에서 선수들이 시스템에 대해 소통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음 도입한 경기에서 합격점을 표한 것이다.
OK저축은행전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두 선수의 자리 교체만 이뤄졌다면 우리카드전에서는 전체적인 로테이션 위치에도 변화를 줬다. 레오와 황승빈이 붙고 아포짓 신펑과 허수봉이 같이 돌아가는 로테이션은 동일했다. 다만 1번 자리에 세터 황승빈이 아닌 레오가 위치했다. 그러므로 전위 4번 자리에는 신펑이 아닌 허수봉이 위치하게 된다.
로테이션 상 세터와 대각에 위치하는 아포짓은 팀의 주공격수다. 리시브에 가담하는 아웃사이드히터 보다 상대적으로 공격에 더 비중을 두는 포지션이다. 이러한 아포짓을 전위 4번 자리에 놓고 시작한다면 더 큰 공격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현대캐피탈은 신펑보다 허수봉의 공격력이 압도적이다. 허수봉을 4번 자리에 세우는 것은 최근 허수봉의 좋은 공격력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레오는 이러한 변화와 관련해 “감독님과 전반기 때부터 계속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를 한 부분이다. 불편하거나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허수봉 선수가 편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후위에서 내가 도와주고 반대로 내가 전위에 있을 때 허수봉 선수가 수비 쪽에 가담을 많이 해줘서 공격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다”고 밝혔다.
블랑 감독의 과감한 선택을 증명하듯 현대캐피탈은 새로운 시스템을 시도한 두 경기에서 셧아웃 승리를 장식했다. 선택의 결과가 성공적이었다. 블랑 감독이 강조한 '사이드 아웃' 배구를 보여주고 있다. 변화가 가져온 많은 결과 중 블랑 감독은 블로킹에 가장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시스템을 가져가면서 블로킹에 대해서 효율이 높아진 것 같다. 수치 상으로 세트 당 3~4개씩 잡고 있는데 좋은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적수가 없어 보이는 현대캐피탈이지만 블랑 감독은 더 좋은 경기력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블랑 감독의 선택은 순항 중이다. 전략가 블랑 감독과 함께하는 현대캐피탈 순항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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