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들에게 비수 꽂은 박정아X박은서 "홈 개막전 승리해서 기뻐요!"
- 여자프로배구 / 광주/김희수 / 2023-10-20 06:00:28
박정아는 동고동락했던 옛 동료들을, 박은서는 자신의 친동생을 네트 너머 상대로 마주했다. 그리고 좋은 활약을 펼치며 소중한 사람들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20일 펼쳐진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경기에는 흥미로운 스토리로 얽힌 선수들이 많았다. 비시즌에 양 팀을 바삐 오갔던 이고은,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최가은,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지명권으로 한국도로공사가 선발한 김세빈 등이 그들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아웃사이드 히터 박정아와 박은서 역시 이 경기에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지난 비시즌에 페퍼저축은행으로 전격 이적한 박정아는 일곱 시즌 동안 동고동락했던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을 V-리그에서는 처음으로 적으로 마주했고, 박은서는 친동생이자 한국도로공사의 세터인 박은지와 만나게 된 것.
그러나 공은 공이고 사는 사였다. 두 선수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비수를 꽂았다. 박정아는 경기 중후반부터 에이스의 본능을 뽐내며 블로킹 3득점 포함 19점을 터뜨렸고, 박은서는 4세트 14-15에서 5연속 서브로 팀의 상승세를 이끈 데 이어 5세트에는 알토란같은 3점을 올리며 ‘게임 체인저’로 활약했다. 두 선수의 활약 속에 페퍼저축은행은 한국도로공사를 세트스코어 3-2(25-22, 20-25, 19-25, 25-17, 15-13)로 꺾었다.
경기 종료 후 두 선수는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박정아는 “홈 개막전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부담스러운 경기기도 했다. 중반에 조금 어려움을 겪었는데 잘 이겨내고 승리를 거둬 기분이 좋다”고, 박은서는 “홈 개막전에서 승리해 너무 좋다. 준비했던 것들을 많이 보여준 것 같아 더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친구들과 재회한 박정아는 “웃기기도 했고, 반갑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좋았다”는 짧은 소회를 전했다. 2-3세트 문정원의 서브 표적이 되며 고전했던 것에 대해서는 “(문)정원이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의 서브가 다 어려웠다. 이번 시즌에 리시브는 나에게 가장 큰 숙제다. 버티는 날도 있고 터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웃음). 하지만 연습 많이 하고 있고, 동료들도 다들 도와주기 때문에 버티는 날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크게 아픈 곳은 없고, 회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현재 몸 상태에 대해 밝힌 박정아는 붉은색 유니폼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묻자 “성인이 되고 나서는 붉은색 유니폼을 처음 입어본다. 주변 사람들한테 장난으로 퍼스널 컬러랑 잘 안 맞지 않냐고 말하기도 한다(웃음). 그래도 다들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좋다”고 답하며 밝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한편 동생 박은지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박은서는 “동생이 많이 힘들어 했었는데, 극복하고 이겨내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다.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조금 더 힘냈으면 좋겠다. 나를 향한 목적타도 올 줄 알았다(웃음). 준비하고 있었다”며 박은지를 격려했다. 경기의 흐름을 바꿔버린 4세트 연속 서브의 비결에 대해서는 “범실에 대한 두려움을 뒤로 하고, 내 서브를 잘 때리기 위해 욕심을 부려봤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박은서가 동 포지션 선배인 박정아를 보면서 어떤 것들을 배우고 있을지도 궁금했다. 박은서는 “저는 긴장을 하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 밖에 안 나서 강타를 고집하곤 하는데, 언니는 여러 가지 공격법을 섞어가면서 여유롭게 플레이한다. 그런 부분을 닮고 싶다”는 대답을 내놨다.
이날 “인터뷰실에 처음 와봤다”며 상기된 표정을 짓는 박은서에게 박정아는 “인터뷰 처음 할 때는 저기(기자석 한 가운데)에 앉아야 한다”며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다.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선배 박정아와 후배 박은서는 코트 안은 물론 밖에서도 불편한 사이처럼 보이지 않았다. 두 선수가 앞으로 코트 안팎에서 서로를 믿고 도우며 만들어낼 결과물이 기대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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