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V2] 동갑내기 세터, 한선수-유광우의 아름다운 동행
- 남자프로배구 / 강예진 / 2021-04-18 02:02:03
[더스파이크=인천/강예진 기자]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동갑내기 두 세터가 함께 우승을 일궈냈다.
대한항공은 17일 도드람 2020-2021 V-리그 챔피언결정전 5차전서 우리카드를 3-1로 꺾고 창단 첫 통합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세터 한선수는 그토록 염원하던 통합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2007-2008시즌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한선수는 정규리그 1위였던 2010-2011, 2016-2017, 2018-2019시즌 모두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그치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숙원을 풀게 된 것.
올 시즌이 유독 힘들었던 이유는 외인의 이탈, 자가격리, 정규리그 1위에서 오는 부담감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중압감,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다.
동갑내기 세터 유광우는 그 누구보다 한선수가 느끼는 압박감을 이해한다. 한때 삼성화재를 7연패로 이끈 주역으로 큰 무대를 수없이 경험해본 베테랑 세터로서 같은 위치에 있어 봤기 때문.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줬다. 한선수가 주전 세터로 코트 밟는 시간이 많았지만, 유광우는 뒤에서 묵묵히 친구를 도왔다. 한선수가 편히 쉴 수 있게, 또 한선수는 유광우를 믿고 코트를 맡겼다.
두 선수의 상부상조는 챔피언결정전 5차전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수와 감독 모두가 승부처로 꼽았던 3세트, 3-7로 뒤처진 상황에서 유광우가 투입됐다. 지친 한선수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 리드 당하는 분위기를 뒤집기 위함이었다.
적중했다. 유광우는 2점차로 좁혀진 11-13에서 나경복의 공격을 단독으로 가로막았다. 그 후 투입된 한선수는 듀스 접전 끝 코트를 지휘하며 27-25으로 3세트를 가져오며 세트스코어 2-1을 만들며 우위를 점했다.
경기 후 한선수는 “광우는 들어가서 항상 잘해줬다. 좋지 않았던 분위기를 잘 바꿔준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산틸리 감독 역시 “예상치 못한 블로킹을 잡아냈고, 경기를 다시 뒤집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두 세터의 적절한 조화는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우승 후 올라 온 코보티비 인터뷰캠에서 한선수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 본 유광우는 “힘든 상황인데 버텨야 하는 걸 알기 때문에, 누구도 그 자리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부담감이다”라면서 “고생했다는 말보다 좋은 말은 없는 것 같다”라며 한선수를 위로했다.
한때 동시대의 라이벌로 꼽히며 같은 유니폼을 입는 것조차 상상하기 어려웠던 두 사람의 아름다운 동행 그리고 두 선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우승. 동갑내기 두 세터의 아름다운 동행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_더스파이크DB(홍기웅 기자), SNS 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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