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V-리그] 한선수 빠져도 강했던 대한항공, '창단 후 첫 최하위 확정' 삼성화재
-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3-16 01:51:04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V-리그 남자부가 지난 11일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재개됐다.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를 제외한 다섯 팀의 순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마지막 6라운드만 남아 있다. 지난주 경기들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이번 주 경기들을 살펴보자.
1위 대한항공 (승점 61점, 21승 10패, 세트 득실률 1.510)
◎ 03. 11(목) ~ 03. 15(월) : 1승(14일 vs KB손해보험 3-0승(인천))
사실 경기 전에 악재가 있었다. 주전 세터 한선수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던 구단 관계자와 동선이 겹치면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흔들리지 않았다. 바로 황승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전역 후 첫 선발 출전 기회를 받은 황승빈은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요스바니(19점), 곽승석(12점), 정지석(10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주장 한선수를 대신해 임시 주장을 맡았던 곽승석도 코트 위에서 동생들을 잘 이끌며 리더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선수가 빠져도 그 역할을 대신하는 선수가 있기에 대한항공은 강팀으로 평가받는다. 대한항공은 KB손해보험전 승리와 함께 가장 먼저 승점 60점을 돌파하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 03. 17(수) ~ 03. 22(월) : 17일 vs 한국전력(수원), 21일 vs 삼성화재(대전)
올 시즌 상대 전적 열세인 한국전력을 수원에서 만난다. 한국전력에 4, 5라운드 모두 패했다. 러셀을 막는데 실패했다. 러셀은 대한항공을 만나 141점을 올렸다. 타팀 맞대결과 비교해 가장 높은 득점 수치다. 5라운드에서도 러셀에 26점을 헌납했다. 러셀 방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정지석이 최근 경기력에 기복을 보이고 있다. 중단 직전 경기였던 우리카드전에서 4점에 그쳤고, KB손해보험전에서는 겨우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정지석의 공수 활약도 필요하다.
삼성화재를 상대로는 올 시즌 5전 전승을 거뒀다. 삼성화재를 만나면 블로킹이나 서브나 일반적인 지표가 상승의 폭을 그렸다. 삼성화재 강서브와 패기를 노련미로 제압했다. 금주 주전 세터 한선수가 언제 경기에 투입될지도 하나의 포인트다.
2위 우리카드 (승점 55점, 19승 12패, 세트 득실률 1.365)
◎ 03. 11(목) ~ 03. 15(월) : 1승(11일 vs 삼성화재 3-2승(대전))
2주간 휴식기가 가장 아쉬웠던 팀은 아마도 우리카드였을 것이다. 중단 직전까지 4연승을 달리며 선두 추격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화재와 어려운 경기를 펼치긴 했지만 연승은 이어갔다. 1세트 무득점에 그치던 알렉스가 2세트부터 살아나면서 이날 총 28점을 올렸고, 나경복 역시 23점을 기록하며 쌍포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 누구보다 돋보였던 선수는 한성정. 그는 블로킹 4개 포함 올 시즌 개인 최다인 15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팀 블로킹에서도 13-7로 앞선 게 승리 요인이었다. 연승 숫자가 '5'로 늘어났다.
◎ 03. 17(수) ~ 03. 22(월) : 19일 vs 현대캐피탈(장충)
우리카드는 올 시즌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아쉬운 성적만 남겼다. 상대 전적 1승 4패로 열세다. 4, 5라운드 모두 2-3으로 패했는데 모두 리버스 스윕 패다. 경기 흐름을 가져가다가도 이상하게 3세트만 시작되면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준 우리카드다. 그 안을 살펴보면 여러 원인이 있다. 세터 하승우가 한 번 흔들리면 쭉 흔들리고, 나경복 역시 상대 강서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물론 최근 우리카드가 연승을 달리고 기세만 놓고 보면 좋다. 하지만 배구공은 둥글다. 4, 5라운드 같은 경기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난 맞대결 영상들을 살펴보며 팀의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우리카드다.
3위 KB손해보험 (승점 52점, 17승 15패, 세트 득실률 1.048)
◎ 03. 11(목) ~ 03. 15(월) : 1패(14일 vs 대한항공 0-3패(인천))
이상렬 감독이 과거 폭력 사건 논란으로 인해 자진 사퇴했다. 이경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직을 맡아 잔여 시즌 팀을 이끈다. 한 번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주전 미들블로커 김홍정이 복귀하고, 선수들 역시 으샤으샤하며 승리를 하고자 했지만 쉽지 않았다. 중요할 때마다 범실이 나왔고, 케이타(22점)를 제외하면 김정호-정동근(이상 5점) 등 국내 선수들의 화력도 많이 식었다. 케이타도 득점은 많이 올렸지만 범실은 양 팀 선수 통틀어 가장 많은 10개를 기록했다. 공격 효율 면에서 많이 떨어졌다. 경기 후 이경수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부담이 가장 큰 시기다. 승점 차도 별로 안 나고 경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무리하게 요구하고 반영하려다 보면 혼란이 올 수 있다. 그 틀을 깰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훈련을 더 착실히 할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 03. 17(수) ~ 03. 22(월) : 18일 vs 삼성화재(의정부), 22일 vs 현대캐피탈(천안)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6위 현대캐피탈과 7위 삼성화재전 승리가 절실하다. 아니, 꼭 승리를 거둬야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다행히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모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화재에게는 3승 2패, 현대캐피탈에는 5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최근 경기들을 살펴보면 케이타가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지만 범실 역시 많다. 최근 5경기 범실이 무려 62개다. 평균 12.4개다. 범실이 많이 나온다면 득점의 가치는 떨어진다. 물론 KB손해보험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 안정이다. 분위기를 안정화하고 케이타의 공격 효율을 높여 승리를 거두는 게 현 상황에서 KB손해보험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4위 OK금융그룹 (승점 51점, 18승 14패, 세트 득실률 1.045)
◎ 03. 11(목) ~ 03. 15(월) : 1패(15일 vs 현대캐피탈 2-3패(안산))
22일 만에 경기를 치른 탓일까. 선수들의 몸은 무거워 보였다. 상대 현대캐피탈은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탓에 대거 후보 선수들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OK금융그룹의 경기력은 쉽게 올라오지 않았다. 펠리페가 홀로 36점을 올리며 고군분투했지만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별로였다.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국내 선수는 없었다. 석진욱 감독은 쓸 수 있는 자원을 모두 꺼내 활용했음에도 현대캐피탈을 이기지 못했다. 더군다나 상대는 다우디도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기에 이날 패배가 더욱 아프다. 그래도 석 감독은 "2주 격리를 했는데 1점을 땄다는 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경기서 선수들의 의지가 보였으면 했는데 아쉽다"라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 03. 17(수) ~ 03. 22(월) : 20일 vs 한국전력(수원)
한국전력보다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지만 승점(51점)은 동률이다. 플레이오프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순위 싸움 경쟁 중인 한국전력전 승리가 절실하다. 올 시즌 한국전력을 상대로 3승 2패, 상대 전적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5라운드 맞대결에서는 1-3으로 패했다. 이때부터 학교 폭력 논란에 휩싸인 송명근과 심경섭 없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꾸준한 펠리페가 있지만 송명근의 역할을 대신해야 할 국내 에이스가 없다. 김웅비, 조재성, 차지환, 최홍석 등이 번갈아가며 주포 역할을 맡기지만 쉽지 않다. 펠리페가 상대 러셀과 어느 정도 비슷한 득점력을 가져가 준다면, 신영석-박철우에 맞설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한 OK금융그룹이다.
5위 한국전력 (승점 51점, 16승 15패, 세트 득실률 1.079)
◎ 03. 11(목) ~ 03. 15(월) : 1승(13일 vs 현대캐피탈 3-2승(천안))
올 시즌 맞대결을 펼칠 때마다 수많은 이야기를 양산했던 현대캐피탈과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사실 경기 전날 주포 러셀이 장염 증상을 나타냈다. 결국 러셀은 1세트 초반과 5세트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트에는 원포인트 서버로만 나왔다. 결국 대부분의 시간을 국내 선수들로만 치른 한국전력. 그들에게는 박철우가 있었다. 올 시즌 개인 최다 35점을 폭발했다. 공격 성공률 57%에 달했다. 여기에 데뷔 첫 두 자릿수 득점(10점)을 올린 이시몬, 임성진(9점)의 깜짝 활약까지 더해지며 현대캐피탈을 잡았다. 장병철 감독은 "상황이 어려웠는데 국내 선수들이 하나가 돼서 잘 풀어준 게 승리 요인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국내 선수들의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전력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 03. 17(수) ~ 03. 22(월) : 17일 vs 대한항공(수원), 20일 vs OK금융그룹(수원)
장염 증상으로 지난 현대캐피탈전에서 풀타임을 뛰지 못했던 러셀이 다시 돌아와 공격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러셀은 대한항공전에서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다. 한국전력에게 고민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박철우, 황동일, 신영석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30대 중후반을 넘어섰다. 6라운드는 다른 라운드에 비해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하는 만큼 체력적인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OK금융그룹은 봄배구를 가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넘어야 하는 팀이다. 어쩌면 대한항공전보다 더욱 중요한 경기다. 직접 순위 대결을 펼치는 팀이기 때문이다. OK금융그룹은 주축 송명근, 심경섭이 팀을 나갔다. 또한 팀 전원이 2주간 자가격리를 해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의 위기를 한국전력이 기회로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위 현대캐피탈 (승점 36점, 13승 18패, 세트 득실률 0.797)
◎ 03. 11(목) ~ 03. 15(월) : 1승 1패(13일 vs 한국전력 2-3패(천안), 15일 vs OK금융그룹 3-2승(안산))
다우디가 33점을 올리고, 허수봉이 16점을 올렸지만 5세트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 앞선 세트들과는 달리 5세트 공격 성공률이 상대에 크게 밀렸다. 5세트 공격 성공률 33%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71%에 달했다. 공격에서 활로를 뚫지 못하다 보니 점수 차가 점점 벌어지는 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최태웅 감독은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 어린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승점 1점이라도 획득한 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하루 쉬고 펼쳐진 15일 OK금융그룹전. 최태웅 감독은 다우디를 제외하고 허수봉, 함형진 등 국내 선수들로만 라인업을 꾸렸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은 오랜만에 경기를 치른 OK금융그룹을 제압했다. 허수봉(15점), 함형진(13점), 문성민(12점), 박준혁(10점) 등 네 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문성민과 허수봉이 아포짓 자리에서 제 역할을 했기에 다우디도 시즌 첫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 03. 17(수) ~ 03. 22(월) : 19일 vs 우리카드(장충), 22일 vs KB손해보험(천안)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우리카드를 만나면 강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 전적 4승 1패로 절대적인 우위를 보였다. 특히 4, 5라운드에서는 0-2로 뒤지고 있었으나 내리 3, 4, 5세트를 따내며 승리를 가져오는 저력을 발휘했다. 문성민이 그럴 때마다 제 역할을 했다. 4라운드에서는 교체 출전해 알토란 같은 7점을 올렸고, 5라운드에서도 14점에 공격 성공률 56.52%를 기록했다. 문성민의 활약이 승리에 큰 도움이 된 현대캐피탈이다.
반면, KB손해보험을 상대로는 올 시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이 상대 6개 팀 중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한 팀은 K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지난 5라운드 맞대결을 살펴보면 케이타 제어는 물론이고 상대 강서브에 크게 흔들렸다. 수비에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리시브에서 안정감을 찾고, 상대 케이타의 공격을 제어할 방법이 필요하다.
7위 삼성화재 (승점 22점, 5승 26패, 세트 득실률 0.488)
◎ 03. 11(목) ~ 03. 15(월) : 1패(11일 vs 우리카드 2-3패(대전))
삼성화재의 올 시즌 행보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우리카드전에서도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으나 또 패했다. 삼성화재에는 운도 따르지 않았다. 마테우스가 28점을 올리고, 신장호가 시즌 최다 21점에 공격 성공률은 65%에 달했다. 하지만 주전 세터 이승원이 3세트 중반 다리에 경련이 일어났다. 결국 신인 정승현이 남은 경기를 이끌었다. 정승현의 패스는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중요한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부분은 신인으로서 이겨내기 힘들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흐뭇한 부분이지만 여전히 결과가 좋지 못하다는 건 한 번 고민을 해봐야 한다. 경기 후 고희진 감독은 "안 좋은 습관이 또 나왔다. 그럴 때마다 감독 입장에서는 아쉽다"라고 아쉬워했다.
◎ 03. 17(수) ~ 03. 22(월) : 18일 vs KB손해보험(의정부), 21일 vs 대한항공(대전)
잔여 경기에 상관없이 창단 후 첫 최하위가 확정됐다. 남은 경기 5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더라도 최종 승점 37점. 6위 현대캐피탈이 현재 기록 중인 38점을 따라잡지 못한다. 삼성화재에게는 치욕이다.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은 다섯 경기 승리가 절실하다. 한 경기라도 패한다면 시즌 두 자릿수 승리도 챙기지 못한다. 삼성화재가 현재 해야 될 역할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이다. 순위 반등을 노리는 팀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 리그에 새로운 재미에 줘야 한다. 주전 세터 이승원이 경련 증상을 이겨내고 금주 경기에 복귀할 수 있을지, 마테우스-신장호 쌍포의 활약이 이번에는 팀을 승리로 이끌지도 기대를 모은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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