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1] 흥국생명은 하나가 되었다
-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3-21 01:30:20
[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여러 악재를 이겨내고 흥국생명은 다시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흥국생명의 올 시즌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이재영, 이다영에 김연경이 복귀하면서 '흥벤져스'를 구축했다. 시즌 초반 10연승을 내달리며 '어우흥'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러 악재가 흥국생명을 흔들었다. 시즌 중 갑작스레 불거진 불화설에 이재영-이다영 주축 선수 학폭 논란이 터졌다. 결국 이재영, 이다영은 팀을 나갔고 주축 선수 두 명의 공백을 흥국생명은 메우지 못했다.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두 선수가 나간 이후 2승 6패를 기록했고, 결국 정규리그도 1위가 아닌 2위로 마무리했다. 팀을 완전히 재정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플레이오프를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단단하게 준비를 했다. 흥국생명은 2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지금껏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단 한차례도 빼놓지 않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흥국생명은 100%의 확률을 잡은 셈이다.
이날 경기를 살펴보면 김연경을 축으로 선수들이 공 하나를 살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동료가 득점을 올리면 모든 선수들이 그 선수에게 달려가 축하해 줬다. 공격이 막히거나 상대 서브를 받지 못해 자책할 때는 모두 다 같이 위로해 줬다.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도 코트 위에 있는 선수들과 경기 중 발생하는 희로애락을 공유했다. 선수들은 하나가 되었고, 코트 위에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김연경은 29점으로 펄펄 날며 힘을 냈고, 김채연(7점)-이주아(9점) 젊은 중앙 라인도 16점을 합작했다. 특히 두 선수는 블로킹도 7개나 합작했다. 브루나도 범실을 13개 기록하기도 했지만 팀원들 격려 하에 꾸역꾸역 19점을 올렸다. 도수빈-박상미 리베로 라인도, 김미연도 끝까지 코트 위를 지켰다. 박미희 감독도 여럿 차례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이끌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10경기에서 2승 8패.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플레이오프를 임해야 했던 흥국생명이지만 그들은 절치부심, 원팀으로 지금의 위기를 이겨나가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박미희 감독도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이 잘 인지하고 있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힘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연경도 "우리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잘 해줘 이길 수 있었다. 내가 잘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다솔이가 잘 올려줬기 때문이다. 모든 위기를 잘 이겨내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여기서 질 수는 없지 않냐'라고 모든 선수들이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선수들이 조금 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간절한 마음이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연경은 "배구는 다 같이 마음이 맞아야 할 수 있는 종목이다. 마음이 맞지 않으면 흐트러지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은 실력으로 채울 수 없다. 다른 팀 선수들보다 실력은 떨어질 수 있지만 단합이나 이런 부분은 낫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의 말처럼 배구는 다 같이 마음이 맞아야 할 수 있는 종목이다. 모든 종목들도 마찬가지지만 배구는 서로의 마음과 합이 맞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다.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몇 배, 몇 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가 똘똘 뭉쳐야 진정한 원팀으로 될 수 있다.
물론 이 한 경기만을 보고 흥국생명이 하나가 되었다고 보기에는 이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흥국생명 선수들은 시즌 후반의 악재를 이겨내고 하나가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들도 알고 있다. 김연경을 축으로 선수들이 이 역경을 이겨내려고 하는 게 보인다.
하나가 되어 가고 있는 흥국생명. 2차전에서도 승리를 거둬 챔프전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플레이오프 2차전은 22일 오후 7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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