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초 女배구부 첫 추계배 우승...170cm 거포 나이주 MVP 올라

아마배구 / 송현일 기자 / 2025-10-01 01: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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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배구 명가를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수유초다. 국내 유일하게 남녀부를 동시 운영하는 이 학교 진열장에는 더 이상 트로피를 놓을 공간이 없어 입상할 때마다 골치다. 남자팀과 여자팀 모두 전국구로 통하는 덕분에 메달 개수도 남들 두 배다. 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 남녀 동반 출전을 한 적도 물론 있다.

이렇듯 위풍당당한 수유초지만, 그간 추계배 전국초등학교 배구대회 여자부 우승과는 유독 연이 없었다. 실제 지난해까지 한 번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올해 수유초가 이 대회 결승에 오르자 지도자 경력만 40년이 넘는 백전노장 김상균 감독의 이마에도 땀이 흘렀다. "40년 동안 수유초를 이끌고도 이렇게 긴장한 날은 정말 오랜만이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김 감독은 마침내 숙원을 풀었다. 수유초는 9월 30일 강원도 인제체육관에서 끝난 대회 결승전에서 수정초를 세트 점수 2대1로 누르고 우승기를 번쩍 들어 올렸다. 풀 세트로 향한 이날 경기는 마지막 세트도 양 팀 나란히 10득점 이상 기록하는 등 무척 팽팽했다. 신장이 좋은 수유초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수비 조직력이 탄탄한 수정초의 맹위도 만만찮았다. 오히려 3세트 중반만 해도 수정초가 주도권을 쥔 그림이었다.

하지만 경기 막바지 수유초 에이스 미들블로커 나이주(6학년·170cm)의 손끝이 살아나면서 상황은 변했다. 그가 고비마다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자 수유초의 추격 불씨가 확 살아났다. 덕분에 팀은 3세트 짜릿한 역전승에 성공, 창단 첫 이 대회 여자부 우승을 거뒀다.

대회 최우수선수상(MVP) 역시 나이주의 차지였다. 그는 "팀에 첫 추계배 트로피를 안긴 것만으로 기쁜데,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3세트 초반 수정초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많이 했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나이주는 김 감독뿐 아니라 다른 학교 일선 지도자들도 입을 모아 칭찬하는 재능이다. 프로배구 우리카드 출신 김시훈 한국배구연맹 이사도 이날 그의 플레이를 보며 엄지를 올렸다. 배구를 시작한 지 일 년 밖에 안 됐는데도 공격 기본기만큼은 부족한 구석이 없다는 평가다. 특히 성인 선수들에게도 어렵다는 하이 볼 처리는 그의 장기 중 하나다.

"롤 모델은 아직 없다"는 나이주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훗날 프로 무대에 서는 것. "수유초 출신 선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는 게 그의 꿈이다. 그날을 기다리며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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