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전달하는 ‘나이스’한 가족 ‘나경복×이혜지’ 부부 [김하림의 배구는 사랑을 싣고]
-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2-05-29 08:00:01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우리가 처음 맺는 인연이다. 하나의 인연이라고 한들 서로 간 연결고리는 다양하다. 배구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가족들이 있다. <더스파이크>가 이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육아vs배구
“당연히 배구가 더 편하죠”
우리카드 나경복은 2020년 7월, 동갑내기 여자친구 이혜지 씨와 4년의 연애 끝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작년 5월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얻었고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접했다. 예쁘게 자라고 있는 희원이와 함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Q.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족과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일 것 같은데 어떠셨을까요.
경복 선수들끼리만 사진 촬영을 했는데, 가족끼리 한 건 처음이다 보니 새롭고 덜 어색하게 찍을 수 있었어요. 표정이 더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나경복 선수 근황 들어볼 수 있을까요.
경복 휴가 동안 가족끼리 여행을 다녔어요. 3주 동안은 가족이랑 같이 시간을 보냈고, 이후론 시즌 때 아팠던 곳을 재활하면서 지금은 다시 비시즌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시즌 아팠던 어깨는 괜찮아지셨을까요?) 최근에 많이 좋아졌어요. 쉬는 동안에도 계속 아팠는데, 약 먹고 주사 맞으면서 지금 많이 좋아졌어요.
Q. 이번 비시즌에 따님과 시간을 보내셨는데 어떠셨나요.
경복 딸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서 엄청 좋지만 잠이 확실히 줄었어요(웃음). 육아 힘드네요.
Q. 이 질문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배구가 편하실까요, 육아가 편하실까요.
경복 모두가 똑같은 대답을 하겠지만 저 역시 배구가 더 편합니다.
혜지 제가 힘들다하면 남편이 ‘운동해볼래?’라고 말해요. 저한테 똑같이 해보라고 그래요.
경복 근데 한번 시켜보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웃음).
부족함 많은 초보 엄마 아빠
“아빠 닮은 나희원, 아들 같은 딸입니다”
Q. 따님 소개도 부탁드려요.
혜지 아빠 닮은 나희원, 아들 같은 딸입니다.
경복 눈이 저를 닮았어요. 그래서 웃을 때면 확실히 저 같은데 코랑 입을 보면 아내 판박이예요. 지금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밖에선 눈만 드러내고 다니니까 저를 더 닮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Q. 두 분 모두 부모가 되어보니 어떠실까요.
혜지 진짜 희원이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희원이가 가장 소중한 존재예요.
경복 저도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전에는 몰랐던 소중함을 느꼈어요. ‘이렇게까지 소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이번에 생겼어요.
Q. 성격은 누구를 더 많이 닮은 것 같으세요.
경복 낯도 안 가리고 계속 움직여요. 성격은 엄마를 닮았는데 성격이나 활동성은 저 닮았어요.
혜지 체력이 너무 좋아요. 지금 아침에 일어나고 1시가 지났는데 안 자고 있어요. 대단해요.
Q. 희원이와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을까요.
경복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하면 다 입으로 들어갈 때예요. 이제 돌인데 엄마 초콜릿을 한번 먹어서 식겁했죠. 식성이 정말 좋아요. 진짜 잘 먹고 가리는 거 없어요.
혜지 희원이를 데리고 경기장에 간 적 있어요. 우리카드 팬분도 아니었는데 어느 아주머니분이 희원이를 보곤 ‘나경복 선수 닮았네요. 선수 애기에요?’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때 ‘얘가 진짜 남편을 닮았구나’라고 느꼈어요.
Q. 희원이는 엄마 아빠 중에 누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으세요.
혜지 아빠를 진짜 좋아해요. 없을 땐 그렇게 찾지는 않아요. 시즌 때는 집을 많이 비우니까 영상 통화를 자주 하는데 아빠 얼굴 보면서 웃고, 아빠 오면 저한테 안 오고 무조건 아빠한테 가요. 가끔 서운할 때도 있어요. 제가 키워놨는데 아빠만 좋다고 하니까.
경복 아기가 어리니까 경기 후에 치료하고 늦어지면 잘 때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어쩌다 안 자고 있을 때 들어가면 희원이가 저를 보고 소리 지르고 웃어주면 되게 기분 좋아요.
Q. 나경복 선수는 이제 선물을 받으면 희원이 선물도 많을 것 같아요.
경복 진짜로 제 선물보다 희원이 선물이 많은데 저는 이게 더 기뻐요. 희원이를 예뻐해 주시는 게 너무 좋아서 감사드려요.
혜지 희원이가 아빠 덕분에 사랑을 많이 받게 돼서 정말 감사하죠.
Q. 운동시킬 생각은 있으세요.
혜지 잘하면 시키고 싶어요. 근데 저는 못 해서 아빠 닮으면 해야 하지 않을까요. 본인이 원하면 시키는데 억지로 시키고 싶진 않아요. 그리고 희원이도 공을 좋아해요.
Q. 희원이 데리고 여러 번 경기장에 가보셨을까요.
혜지 지난 시즌 네 번 정도 찾아갔어요. 아직 코트 위에 있는 아빠를 못 알아보는데 신나는 노래가 나오니 기분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 아기도 있는데 희원이는 가서 보기도 하고 잠도 잘 자요(웃음).
Q. 선수들이랑 대화 주제도 많이 달라지셨을 것 같아요.
경복 아기가 없을 때, 결혼하기 전이랑 대화 내용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결혼으로 이야기했는데 아이가 태어나니까 90% 대화 내용이 아기 이야기예요. 현용이 형 계실 때는 형한테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Q. 육아 선배는 누가 있을까요.
경복 저희 팀은 아니지만 (정)민수 형, (김)광국이 형, (곽)승석이 형이나 (최)홍석이형이랑 형수님들이 진짜 많이 도와주셨어요.
혜지 저희가 처음이니까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혹시 아기 피부에 뭐가 올라오면 어떻게 할 방법을 몰랐는데 먼저 이야기해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조카를 볼 때랑 정말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죠.
받은 사랑에 보답하고자
전달한 선한 영향력
나경복은 2021-2022시즌 OK금융그룹 6라운드 경기에서 개인 통산 3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이날 경기 후 인터뷰를 가졌던 나경복은 상금에 대해 “늘 해왔던 대로 기록 상금에 있어선 기부를 할 거다. 딸이 태어난 이후로 병원에 있는 아이들한테 마음이 간다”라고 이야기했다. 나경복은 희원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다른 곳에서 지속적으로 기부를 진행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Q. 기부를 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혜지 남편이 모르는 분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보답하고 싶었어요. 그 사랑을 어떻게 보답해야지 하다가 다른 선수 아내분들이 이미 많이들 기부를 하고 계시잖아요. 그걸 보면서 저도 배웠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경복 기부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어요. 실천을 하지 못했는데 와이프가 먼저 찾아줘서 오히려 저는 더 편하게 기부를 할 수 있었어요.
Q. 기부처는 어디로 택하셨나요.
혜지 서울 연고 팀이라 연고지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서울에서 찾아서 하고 있어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서울 선덕원, 중구청-약수동 어르신 생활지원금에 했습니다. 아기가 태어나다 보니 아픈 아기들을 위해서나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서 사는 아이들한테 관심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아이들이 있는 곳에 많이 했어요. 하고 싶은 건 많아서 앞으로도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Q.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이 있었지만, 기부처에 직접 방문은 해보셨을까요.
혜지 안 그래도 가보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는 남편뿐만 아니라 후배들이랑 같이 시간 될 때 갔으면 좋겠어요. 또 서울 인근이니까 선덕원 아이들이 우리카드 경기 보러 와도 좋아할 것 같아요.
Q. 언제 희원이가 가장 이쁘고, 힘이 될까요.
혜지 돌아다닐 때도 너무 예쁘지만 사실 힘들 때도 있어요. 잘 때 정말 너무 예쁩니다(웃음).
경복 맞아요. 잘 때 제일 예뻐요(웃음). 희원이가 자면 진짜 잘 자는데 놀고 싶을 땐 졸려도 참고 놀아요.
Q. 올해는 나경복 선수가 국가대표로 소집되면서 아빠와 떨어져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혜지 집에 못 오지만 영광스러운 일이니 보내줘야죠. 기분 좋게 보내주려고 해요.
경복 일주일에 한두 번씩 볼 때마다 너무 빨리 크더라고요. 시즌 때도 잠깐 못 보면 희원이가 원래 안 하던 행동을 하니까 아쉬울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최대한 볼 수 있을 때 많이 보고 전화할 수 있을 때 전화 자주 하려고요.
또 이번 남자 대표팀이 코로나19 이후로 2년 만에 모였어요. 한국에서 챌린저컵도 열리고 남자 배구에서 되게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집에 오는 날 말곤 최대한 몸을 잘 만들어서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시즌 더 바빠지지 않을까요.
혜지 운동하는 거에 대해서 못 오는 건 저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희원이나 저나 남편을 못 봐서 보고 싶을 때도 있겠죠.
Q. 희원이가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라실까요.
혜지 본인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경복 저도 행복하고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크길 바라죠. 희원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컸으면 좋겠고, 저도 많은 걸 해주고 싶어요.
Q. 나중에 희원이가 이제 글을 좀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 이 기사를 보고 어떤 생각을 가졌으면 좋을까요.
경복 희원이가 뭐 기사를 혹여나 보면 기사보단, 이제 아빠 엄마가 뭘 하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희원이가 제가 배구선수인 걸 알 때까지 계속 배구를 하고 싶어요.
혜지 저보다 더 좋은 일을 많이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제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저도 그걸 보고 배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Q. 희원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혜지 엄마 제발 말 좀 잘 들어주면 안 될까. 아직은 말 들을 때가 아니지만…
경복 희원이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어요.
혜지 모든 아기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좀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경복 당연히 혼자서 육아를 많이 하다 보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든 걸 다 알고 있어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하에서 최대한 도와드리고 싶어요. 항상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혜지 남편이 운동을 좋아해서 하고 있지만 아파해서 마음이 아파요. 고생하고 있지만 잘하고 있고, 저 역시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글. 김하림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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