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3] 뜨거웠던 박현주의 눈물, 박미희 감독과 김연경이 전한 진심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1-03-25 00: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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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인천/이정원 기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박현주(20·흥국생명)는 성장하고 있다.

흥국생명에는 강력하고 예리한 서브를 넣는 한 선수가 있다. 바로 박현주다. 박현주는 지난 시즌 여자부 2라운더 최초의 신인왕을 받았다. 비록 올 시즌 2년차 징크스로 고생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팀의 원포인트 서버로 활약했다. 28경기에 출전해 7개의 서브 득점을 기록했다.

박현주는 22일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 2차전 4세트 25-25 듀스 상황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했다. 1차전에서도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했지만 그때와 상황이 달랐다. 범실을 하면 팀이 패배 위기, 즉 상대에게 매치 포인트를 내주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부담감이 엄청난 상황에서 등장한 박현주. 하지만 박현주는 어이없는 범실로 상대에게 매치 포인트를 내줬다. 공이 아웃되는 순간, 박현주는 무릎을 꿇고 망연자실했다. 그리고 곧바로 나온 김주향의 득점으로 흥국생명은 패했다.

박현주는 자책했다. 그날 자신의 범실이 팀 패배로 이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와 주장 김연경이 격려를 해도 그 범실을 잊을 수 없었다. 계속해서 박현주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박미희 감독은 박현주의 눈물을 감싸줬다.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박미희 감독은 "현주의 잘못이 아니다. 심장이 강한 선수인데, 현주가 어린 선수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괜찮다고 했다. 현주에게 이보다 압박감이 큰 경기는 없을 것이다. 오늘도 들어가면 자신 있게 때리라고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말을 이어간 박 감독은 "그 상황에 후회하지 않는다. 어쨌든 잘 되든지, 안 되든지 간에 어린 선수에게 너무 큰 짐을 줬다. 그래도 선수 성장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3차전은 24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렸다. 1승 1패인 가운데, 이날 승리 팀은 챔프전으로 간다. 그래서인지 코트 위 선수들은 물론이고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흥국생명은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김연경의 마지막 득점과 함께 3-0 흥국생명의 승리로 끝나자 흥국생명 선수들은 코트 위로 나와 승리의 기쁨을 즐겼다. 코트 위 한가운데에는 안도, 기쁨, 미안함의 눈물을 흘린 박현주의 모습도 보였다. 그날의 미안함을 조금을 털어낼 수 있는 승리였다. 흥국생명 언니들이 동생을 위해 만든 승리라고 한다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경기 후 박미희 감독은 "본인도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을 것 같다. 언니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연경도 "2차전 끝나고 나서 많이 괴로워하더라. 나에게 연락이 와서 자기 때문에 진 것 같다고 하더라.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경기였음에도 잘 이겨냈다. 현주가 잘 이겨내고 있는 것 같다. 그 상황에서는 어떤 누가 들어가더라도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진심 어린 격려의 한 마디를 남겼다.

박미희 감독과 김연경의 말처럼 2차전 그 상황에서는 어떤 선수라도 떨렸을 것이다. 그러면서 선수는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의 시련은 미래의 꽃길을 가는 데 있어 거쳐야 하는 필수 단계다.

박현주는 그날의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 박미희 감독과 김연경도 박현주를 격려했다. 박현주에게 2020-2021 플레이오프는 데뷔 첫 포스트시즌이라는 기억과 함께 자신이 선수 생활을 하는 데 있어 꼭 잊지 말아야 할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한편, IBK기업은행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한 흥국생명은 26일부터 GS칼텍스와 챔피언결정전을 가진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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