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언니가 필요해요” 연승 이끈 총사령관 김지원, 그에게도 누군가가 필요한 이유

여자프로배구 / 수원/김희수 / 2025-03-04 06: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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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승리를 지휘하는 총사령관에게도 누군가가 곁에 필요했다.

충격적인 부진에 빠졌던 전반기를 뒤로한 채 후반기를 준비한 GS칼텍스는 좋은 흐름을 타며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라는 확실한 에이스를 중심으로 국내 선수들의 조직력과 개인 기량이 살아나면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팀으로 거듭난 GS칼텍스다.

그런 GS칼텍스의 6라운드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상위권 팀인 정관장을 꺾으며 기세를 올리더니, 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는 현대건설까지 3-1(25-20, 27-29, 25-22, 25-21)로 꺾고 연승을 달렸다. 이 승리는 수원 원정에서 장장 15연패를 당하고 있던 GS칼텍스가 햇수로는 6년 만에 수원에서 현대건설을 상대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정관장과 현대건설을 연달아 꺾는 두 경기에서 선발 세터는 모두 김지원이었다. 이번 시즌 내내 주전으로 활약했던 김지원은 5라운드 후반부에 안혜진에게 잠시 바통을 넘기기도 했지만, 안혜진의 허벅지 부상으로 인해 다시 코트 위의 총사령관으로 나섰다. 준수한 경기력으로 팀을 이끈 김지원의 공은 연승 과정에서 결코 적지 않았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지원은 “상대전 15연패면 내가 프로에 오기 전부터 현대건설을 못 이겼다는 거다. 그래서 이 승리는 나에게도 수원에서의 첫 승리다. 그동안은 이상하게 수원에만 오면 좀 말리는 느낌도 들고 그랬는데, 경기 전부터 선수들끼리 ‘우리 형광 코트에서 한 번 이겨보자’고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진짜로 이겨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후 김지원과 경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날 김지원은 트란 투이(등록명 뚜이)와 좋은 호흡을 맞췄다. 뚜이의 공격력이 다른 경기에 비해 확실히 잘 발휘되는 모습이었다. 김지원은 “사실 뚜이가 온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호흡이 맞지 않아서 활용하기가 좀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세트 후반부에 상대가 실바만 견제를 하다 보니 그걸 역이용하려는 의도로 뚜이를 활용한다. 이번 경기에서 호흡이 잘 맞아서 좋았다”며 적극적인 활용의 이유와 이에 대한 만족도를 밝혔다.

허벅지 통증으로 인해 김지원에게 코트를 맡긴 채 정관장전에서는 엔트리에 들지 않았던 안혜진은 이날 엔트리에 복귀해 웜업존에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경기에는 여전히 나서지 않았다. 김지원은 “나에겐 (안)혜진 언니가 필요하다. 언니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정말 크다. 원래 몸이 안 좋아지면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조급함도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목이 좋지 않았을 때는 언니가 있었기 때문에 언니를 믿고 재활에 전념할 수 있었다. 또 밖에서 언니의 플레이를 보고 배울 수 있었다”며 안혜진이 자신에게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를 들려줬다.

김지원과 시즌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었다. 최악의 전반기를 뒤로 하고 인상적인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김지원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시즌 초반과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진 것 같다. 처음부터 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당연히 있지만, 일단 지금의 좋은 흐름을 잘 이어가서 다음 시즌 초반에도 계속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봄배구에 못 나간다고 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봄배구에 못 갔으니 포기한다는 마음가짐은 잘못된 마음가짐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끝까지 잘 버티면서 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있다”며 프로페셔널한 목소리를 먼저 냈다.

남은 정규리그 경기는 총 네 경기다. 끝으로 김지원의 목표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는 “우선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 지금 서브 득점이 총 21개인데, 25개를 기록하고 싶다. (오)세연이는 블로킹 100개, 나는 서브 득점 25개를 달성하자고 내기를 한 상태다. 팀적으로는 라운드 전승을 하고 싶다. 그래야 지지(실바의 애칭)의 라운드 MVP를 만들어줄 수 있다”며 다부진 목표들을 알려줬다.


우승과 봄배구 진출이 모든 선수들의 전부는 아니다.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목표를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김지원과 GS칼텍스가 남은 네 경기에서 각자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길 응원해본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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