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만 18세 소녀' KGC 이선우 "배구 더 잘 하고 싶어요"
- 여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12-07 00:37:23
[더스파이크=대전/이정원 기자] "주춤해도 자신 있게 때리고 싶었다."
KGC인삼공사 신인 윙스파이커 이선우(18)는 아직까지 많은 배구팬들이 모른다. 남성여고 졸업반인 이선우는 2020 KOVO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KGC인삼공사에 입단한 선수다. 184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선수로 탄력이 준수하다는 평이다. 2019년에는 18세이하 유스대표팀에 선발돼 유스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유망주다.
장신 윙스파이커로 기대를 받고 있는 이선우지만 프로의 벽은 아직 높다. 6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IBK기업은행과 경기 시작 전까지 리그 6경기 출전에 머물고 있었다. 아직 기회를 못 잡고 있었다. 신인으로서 아직까지 더 기다리고, 더 훈련을 해야 했다. 그런 이선우를 위해 이영택 감독은 강훈련을 진행했다. 그녀를 신인왕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교체로만 경기에 나오던 이선우에게 드디어 기회가 주어졌다. 이영택 감독은 6일 IBK기업은행전을 앞두고 이선우에게 선발 출격이라는 특명을 줬다. 사실 모두가 놀란 의외의 선택이었다. 3연패 탈출이 걸린 경기에서 신인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전 이영택 감독은 "이선우의 높이와 공격력을 믿어보려 한다. 실수해도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6경기(7세트) 6점에 그친 이선우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최은지와 함께 윙스파이커로 선발 출전해 세트 스코어 3-0(25-20, 27-25, 25-20) 승리를 이끌었다. KGC인삼공사는 3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날 이선우는 11점, 공격 성공률 38.46%, 리시브 효율 11.67%를 기록했다. 특히 3세트 24-20에서 경기를 끝내는 퀵오픈 득점을 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선우의 투입은 대성공이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에서 득점을 올려줬고, 수비에서도 큰 보탬이 됐다. 디그 12개를 기록했다. 물론 리시브효율은 16%로 저조했지만, 오지영과 최은지의 도움 덕에 큰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경기 후 이영택 감독은 "이선우는 오늘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칭찬했다.
이날 이선우는 주관 방송사 수훈선수 인터뷰뿐만 아니라, 데뷔 후 처음으로 인터뷰실에도 들어왔다. 팀 선배 오지영과 함께 왔다. 경기 후 이선우는 "인터뷰실에 왔는데 아까 방송사 인터뷰할 때도 그랬지만 어리둥절하다. 지금도 무슨 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웃었다.
말을 이어간 이선우는 "지난 흥국생명전에서 너무 아쉽게 졌다. 이번 IBK기업은행전은 이기고 싶었는데 선발로 뛰며 이겨 기분이 좋다. 사실 많이 긴장이 됐다. 그래도 언니들이 옆에서 계속 '괜찮아'라고 말해줬는데 큰 도움이 됐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날 선발 투입 소식은 이틀 전에 알았다고 한다. 그는 "선발 출전 소식을 이틀 전에 알았다. 놀라기도 했고, 기분도 좋았지만 걱정이 더 많았다"라고 웃었다.
이선우는 범실이 나와도 주눅 들지 않았다. 공격에서 블로킹에 걸려도, 범실이 나와도 위축하지 않고 공격을 했다. 인상적이었다. 오지영도 "이 선수에게 가능성이 어마어마하게 열려 있다. 자신을 믿고 훈련을 한다면 3~4년 안에는 큰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칭찬했다.
그는 "주춤해도 자신 있게 때리고 싶었다. 언니들이 '우리가 커버해 줄 테니까 미스 걱정하지 말고 때려'라고 말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때리려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선우는 이날 자신의 활약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스승과 주장은 너무 잘했다고 칭찬을 했지만, 정작 본인은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오늘은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 주고 싶다. 리시브나 디그가 아직도 부족하다. 더 보완해야 한다. 네트 플레이도 급했다." 이선우의 말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건 좋은 일이다.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발전하고자 하는 욕심이 프로 선수로선 있어야 한다. 이영택 감독은 이선우를 더 유망한 선수로 만들기 위해 그녀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이선우 역시 "다른 팀 신인 선수들이나 언니들보다 훈련을 많이 했다. 리시브 연습을 많이 했다. 빨리 실력이 늘고 싶다"라고 말했다.
모든 신인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이선우의 개인 목표 역시 신인왕이다. 이선우는 "신인왕 받고 싶다. 오늘 스타팅으로 들어가서 인터뷰도 했는데 더 연습한 만큼 아쉬움이 많다. 다음에는 더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오지영은 그런 이선우를 바라보며 "19살치고 너무 잘 하더라. 자기를 너무 낮게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주위에서 높이 평가하니까 자신감 얻고 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 나이 때 경기도 못 뛰었다. 선우는 가능성이 어마어마하다"라고 말했다.
주장과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을 받고 있는 이선우. 그녀의 프로 첫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사진_대전/홍기웅, 이정원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