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에 다시 시작이다, IBK기업은행 프랜차이즈 스타 김희진

매거진 / 이정원 기자 / 2021-02-27 00:35:01

 

김희진은 이제 ‘빼박’ 30대다. 2021년이 되면서 만으로도 30살을 채웠다. 1991년 출생이다. 서울 중앙여고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뽐냈다.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로 들어와 성공한 프로배구선수의 길을 걸었다. IBK기업은행과 함께 세 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김희진은 우리가 알던 김희진이 아니었다. 종아리 부상 여파로 데뷔 후 가장 적은 18경기 출전에 그쳤다. 득점 역시 2011-2012시즌 이후 처음으로 200점대로 떨어졌다. 팀도 5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선 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그래도 김희진은 다시 일어났다. 부상을 털고 돌아와 팀 재건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느덧 프로 10번째 시즌을 소화 중인 김희진. 이제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소중함을 느낀다고 한다. IBK기업은행 프랜차이즈 김희진을 만나고 왔다. 30대의 시작에서 김희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프로 데뷔 후 10번째 시즌
지난 시즌 악몽 겪고 새출발


김희진과 <더스파이크>는 오랜만에 만났다. 2018년 9월호 이후 첫 만남이다. 김희진도 “<더스파이크>와 인터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인터뷰의 시작을 알렸다.

이제 인터뷰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20대에는 파이팅 넘치는 패기가 주무기였다면, 서른 줄에 들어선 지금은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앞세운다. 김희진은 “어릴 때는 인터뷰하면 마냥 ‘열심히 하겠다’, ‘내 나이에 맞게, 파이팅 있게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뒤따른다. 팀 주장이고, 성적도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나이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말에도 여유가 느껴진다. 생각해 보니 김희진도 프로에 데뷔한 지 10년이 지났다. 이제 팀 동생들과 나이 차가 제법 난다. 이번에 새로 팀에 들어온 최정민, 김수빈(이상 2002년생)과 무려 ‘11살’ 차이다. 김희진도 요즘은 세대 차이를 느끼는 모양이다.

“진짜 요즘은 세대 차이를 많이 느껴요. 흔히들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는데, 지금과 제 신인 시절의 개념이 다른 것 같아요. 옛날에는 운동도 그렇고 모든 일을 후배들이 도맡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운동에만 환경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다르죠. 구단에서 ‘딱딱’ 모든 부분을 도와주기 때문에 선수들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아요.”

IBK기업은행에서 기분 좋고, 행복한 순간만을 지내오던 김희진에게도 악몽의 순간은 있었다. 바로 지난 시즌이다. 이정철 감독과 계약 만료 이후 김우재 감독 체제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린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5위에 머물렀다. IBK기업은행이 5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건 처음이었다. ‘V3’에 빛나는 IBK기업은행 프랜차이즈 선수로 팀의 역사를 함께 해온 김희진에게는 잊고 싶은 시즌이다. “5위를 했을 때는 정말 어디로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어요.” 이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리그 일정뿐만 아니라 대표팀 모든 일정까지 소화하니 몸이 성치 않았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종아리가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종아리 통증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를 안고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까지 치렀다. 물론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티켓을 따왔으나, 김희진의 몸 상태는 최악으로 가고 있었다.

다행히 지난 시즌 종료 후 김희진은 착실히 몸 관리를 했다. 그 결과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며 제천에서 열리는 컵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컨디션이 너무 좋았던 탓일까. 김희진은 대회 직전 팀 훈련 도중 발목 부상을 입었다. 컵대회는 당연히 못 나왔고, 시즌 초반에도 정상 컨디션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연이은 부상은 김희진을 힘들게 했다.

“지난 시즌에도 부상이 있었고, 이번 시즌 들어가기 전에도 부상을 입었는데 힘들었죠. 특히 이번 비시즌에는 몸이 정말 좋았거든요. ‘내가 이대로만 하면 우리 팀 성적은 좋겠다’라고 생각까지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몸 좋을 때 다친다’는 말이 확 와닿았어요. 기대가 컸던 만큼 절망도 컸던 것 같아요.”

세터 조송화와 제대로 된 연습도 한 번 하지 못하고 시즌을 맞이한 것도 김희진에게는 큰 아쉬움이었다. 김희진은 “비시즌엔 세터와 얼마만큼 호흡을 잘 맞추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것을 못 하고 시즌에 투입되다 보니 힘들었다. 볼 감각 찾기가 쉽지 않더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경기 컨트롤하는 부분이나, 몸 컨디션을 관리하기가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래도 올 시즌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과 뭔가 다르다. 아무래도 세 명이 새로 합류한 게 크다. 세터 조송화, 리베로 신연경, 외인 아포짓 스파이커 라자레바다. 세 선수는 매 경기 공수에서 큰 힘을 주고 있다. 김우재 감독이 경기 전, 후 인터뷰에서 자주 세 선수를 언급한다.

김희진은 “연경이와 송화가 새로 합류함으로써 조금 더 팀이 탄탄해졌다. 불안감이 줄었다. 라자레바도 잘해준다. 지난 시즌에는 우리 팀에 한방이 부족했는데 그 한방을 외인이 채워주니 좋다. 모두 열심히 해주고 있어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김희진도 부상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으려고 끊임없이 연구 중이다. 김우재 감독도 주장인 김희진에게 책임감을 요구하는 편이다. 코트 위에서뿐만 아니라 코트 밖에서의 역할도 중요한 김희진이다.

“감독님께서 모든 팀원을 이끌어 달라고 부탁하는 편이에요. 선수들과 많은 생각을 해요. 지난 시즌 5위라는 성적은 신경 안 쓰려고요. 거기에 머물면 안 나와도 되는 실수가 나올 수도 있어요. 항상 선수들에게 ‘편하게 하자’고 말하죠.”

“그리고 지난 시즌보다 팀 성적이 좋잖아요. 원래 성적 좋은 팀들이 한 번 패하면 분위기가 가라앉아요. 패배가 없어야 한다는 승리 욕심이 강하죠.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 성적이 좋기 때문에 매 경기 긴장감을 가지고 경기를 하고 있어요. 팀이 긴장감을 덜고, 경기도 잘 풀어가기 위해서는 제가 더 공격에서 힘을 줘야 해요. 감독님도 말씀하시고요. 그래야 라자레바도 고생 없이 경기할 수 있다고 봐요. 아직도 제가 원하는 몸 상태가 아니에요. 점수를 줄 수 있는 정도도 아니고요. 제가 더 잘 해서 팀에 도움이 되어야죠.” 한 마디, 한 마디에 팀을 향한 애정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김희진=IBK기업은행’
유일하게 남은 프랜차이즈


김희진은 해가 바뀌며 만으로도 ‘빼박’ 30대에 접어들었다. 흔흔히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면 슬퍼진다고 한다. 이제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뀐 김희진도 마찬가지다. 세월의 흐름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생일(4월 29일) 지나면 만으로도 30세네요. ‘빼박’이에요(웃음).”

김희진의 신인 시절에는 대부분 선수가 30대 초반에 은퇴를 선언했다. 모두 은퇴를 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 이젠 아니다. 30대를 넘어 40대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들이 많다. 현대캐피탈 여오현 플레잉코치, 한국도로공사 정대영, 흥국생명 김세영이 그렇다.

김희진은 “내가 20살, 21살일 때는 30대 초반인 언니들이 대부분 은퇴를 했다. 나도 그때 30살, 31살이었다면 은퇴가 빨랐을 수도 있다”라며 “지금은 아니다. 이젠 30대도 어리다고 본다. 한창 뛸 나이다. 선수 수명도 늘어났고 지금 뛰고 있는 언니들을 바라보며 나도 많이 보고 배우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신인 시절 그리던 30대와 실제로 맞이한 30대, 생각한 바와 차이가 있을까. 그는 ‘부상’이라는 키워드를 꺼냈다. 20대에는 혈기왕성했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나이만 믿고’ 운동을 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스스로도 부상이 이렇게 잦을 줄 몰랐다고 한다. 몸 관리에 신경을 안 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20대에는 부상이 없을 거로 생각했어요. 워낙 신체조건이 뛰어난 편이기 때문에 몸 관리만 잘 하면 선수 생활도 오래 할 거라고 들었거든요. 정말 그때는 나이만 믿고 어디 아파도 치료도 잘 안 받았어요. 그런데 되돌아보니 몸 관리에 조금 소홀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이렇게 부상이 잦을 줄 몰랐거든요. 훈련 때 다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시간이 흘러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술도 안 마시고, 약속도 줄이고, 스스로 약도 찾아 먹고 있어요. 어릴 때는 영양제든 비타민이든 다 먹기 싫었는데 요즘은 알아서 찾아 먹게 되네요(웃음).”

찬란했던 20대를 회상하며, 잠깐 옛 추억에 빠져든다. 김희진은 IBK기업은행 창단 멤버로 팀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또한 함께 팀에 입단했던 동료들이 지금도 여자부 각 팀 핵심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채선아, 최은지(이상 KGC인삼공사), 박정아(한국도로공사), 이나연(현대건설)까지 화려하다. “지금도 동기들이랑 자주 연락은 못 하지만 비시즌에는 함께 놀러 가기도 해요. 경기장에서도 만나면 반갑죠.”

이 가운데 IBK기업은행에 남은 선수는 김희진이 유일하다. 홀로 IBK기업은행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표승주는 한국도로공사 지명을 받은 뒤 GS칼텍스를 거쳐 IBK기업은행으로 넘어왔다). 김희진은 2019-2020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었다. 그때도 여러 팀의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녀는 팀에 남았다. 김희진은 총액 5억 원을 받으며 팀에 잔류했다. 5억 원은 팀 내 최고 연봉이다. IBK기업은행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희진에 대한 예우를 톡톡히 해줬다.

“아무래도 처음 온 팀이 IBK기업은행이다 보니까 애정이 가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도 저를 각별하게 생각해줘 기분이 좋아요. 예전보다 시설도 좋아지고, 대우도 달라졌어요. 창단 초창기에는 아파트에서 생활하다 보니 너무 힘들었거든요. 비몽사몽으로 새벽부터 수일여중 체육관으로 가서 운동하고, 주민센터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데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전용체육관도 생기고 편해지니 떠날 이유가 없더라고요.”



IBK기업은행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여럿 있다. 김희진도 있고, 김희진과 쌍두마차 역할을 했던 박정아도 있고, IBK기업은행 첫 영구결번 대상자였던 김사니 코치, 주포 역할을 했던 알레시아-데스티니까지. IBK기업은행이 지금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큰 영향력을 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 선수들을 하나로 뭉친 지휘자, 이정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IBK기업은행 창단 감독으로 2018-2019시즌까지 8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았다.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 결정전 우승 3회를 이끌었다. 김희진에게도 이정철 감독은 아주 특별한 사람이다.

김희진은 “감독님 덕분에 선수로서 값어치가 올라갔다고 본다. 감독님 밑에 있으면서 아포짓 스파이커, 미들블로커뿐만 아니라 후위 공격까지 할 수 있는 전천후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나에게 정말 고마운 분이다”라고 말했다.

말을 이어간 김희진은 “예전에는 감독님에게 혼나는 게 정말 싫었다. 우승했을 때도 ‘나의 가치가 올라가겠구나’라는 생각보다 ‘얼른 감독님 때려야지’ 이 생각만 있었다(웃음)”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힘든 훈련 과정을 모두 이겨내고 김희진은 프로배구에서 손꼽는 스타가 됐다. 김희진은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니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큰 도움을 주신 고마운 분이다”라고 말했다.


“배구 선수 안 했다면 테니스 선수 했을 것”

김희진은 중앙여고 3학년 때부터 성인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실력을 입증받았다. 하지만 김희진은 1년 유급+신생팀 리그 참가 지연으로 인해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프로에 입문했다. 동기 박정아(1993년생)보다는 두 살이 많다. 김희진은 “프로에 와서 1년 쉰 게 아쉽긴 하지만 불안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그 이후로 성적이 쭉쭉 났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 리그 참가가 지연된 1년 동안 훈련만 주구장창 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김희진은 후회하거나 뭔가에 미련을 가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한마디로 ‘쿨’하다. 2016 리우올림픽 당시 김희진의 부진한 활약을 보고 일부 팬이 질타를 했을 때도 김희진은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선수는 우승하고 열심히 하면 칭찬을 받지만 못하면 질타밖에 나오지 않아요. 리우 때 저와 정아가 욕을 많이 먹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부분 신경을 안 써요. 악플을 잘 안 보려고 하고, 보더라도 ‘아, 이게 한글이구나’라고 생각하고 넘겨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해요.” 정말 강한 멘탈의 소유자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예전 힘들었던 훈련을 되돌아보면서 삶의 힘듦을 버틴다고 한다.

평소 김희진은 집에 머물며 휴식 취하는 걸 좋아한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는 못 본 드라마도 몰아서 보며 휴식을 취한다. 흔히 말하는 ‘집순이’다. 활발하게 돌아다닐 거 같던 우리의 예상과 정반대다. “제가 그렇게 안 보일 순 있겠는데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무기력하게 있는 걸 좋아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는 것을 선호해요.”

김희진은 배구 선수가 되지 않았더라도 운동선수를 했을 거라고 한다. 김희진의 어머니(김성호 씨)가 테니스 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테니스 선수로 빠졌을 거라고 밝혔다. 김희진이 나온 서울 중앙여중-중앙여고에도 배구부뿐만 아니라 테니스부가 있다.

“테니스를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해요. 중·고등학교 때 테니스장이 있었는데 심심하면 가서 하고 그랬어요. 테니스부 감독님이 제가 키도 크고 힘도 좋으니까 테니스부로 넘어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아, 그리고 농구도 좋아해요.” 김희진은 프로농구 원주 DB 김종규와 동갑내기 친구로 유명하다. 그런데 김희진은 “별로 안 친하다. 그냥 동갑내기 농구선수이다”라고 웃었다.

자나 깨나 운동 생각뿐인 김희진. 하지만 그도 즐기지 못하는 운동이 있다. 바로 스키다. 겨울에는 항상 시즌이 있다 보니 스키장에 갈 생각은 꿈도 못 꾼다. 김희진도 “동계 종목은 꿈도 못 꾼다. 스키 탈 생각은 아예 안 한다. 해봤자 눈썰매장 가서 눈썰매 타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언니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도쿄올림픽
“이번에는 무조건 메달 따야 한다”


2021년에는 2020년에 열리지 못한 도쿄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아직도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김희진은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도쿄올림픽까지 나가면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김희진의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한국은 런던올림픽 4위, 리우올림픽 8강의 성적을 기록했다.

“런던 때는 멋모르고 들어갔던 것 같아요. 번호판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죠. 그때는 뽑힐지도 몰랐거든요. 지금 돌아다니는 영상을 보는데 정말 막 때리더라고요(웃음). 두 번째로 갔던 리우는 힘들었어요. 성숙하지 못했죠. 선수로서 과도기였고 올림픽 직전에 부상 여파도 있었거든요. 아쉬웠죠. 그리고 이번에는 선배로 가는 입장이에요. 후배들을 이끌어야죠. 그래서 책임감이 막중해요. 아포짓 스파이커로 들어가든, 미들블로커로 들어가든 제 몫을 하고 나와야죠.”

말을 이어간 김희진은 “예전에는 언니들이 무서웠다. 고등학생 때 뽑혔을 때는 다가가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드니까 편해졌다. (정)대영 언니도 예전에는 무서웠는데 이제는 만나면 ‘어머니, 안녕하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편해졌다”라고 웃었다.

 

김희진도 대표팀에 들어가면 눈이 ‘반짝’ 해진다. 롤모델 김연경(흥국생명)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배울 기회이기 때문이다. 김희진은 “식상하지만 나에게 롤모델은 연경 언니다. 어릴 때 어느 정도였냐면 언니의 모든 것을 따라 하고 싶었다. 존경의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은 김연경, 양효진(현대건설), 김수지(IBK기업은행) 등 대표팀 맏언니들의 올림픽 고별무대가 될 수 있다.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이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그래서 김희진도 언니들과 함께 메달을 따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

“올림픽 메달은 제일 큰 목표죠. 아시안게임 메달(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있기 때문에 올림픽 메달만 있으면 돼요. 지난 두 차례 기회를 아쉽게 놓쳤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조건 메달 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표팀을 은퇴하는 언니들도 있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라바리니 감독도 올림픽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 김희진도 올림픽에 가기 위해 여러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과 지난 1년을 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더 많은 부분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희진은 “공격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2020년에 대표팀 훈련을 아예 못 했기 때문에 첫 단계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라며 “라바리니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훈련 시스템이 전혀 이해가 안 됐다. 지금은 조금 나아지긴 했는데, 감독님과 함께하려면 똑똑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혹시 김희진이 관심 있게 지켜본 선수는 누구일까. 김희진은 GS칼텍스 주장 이소영을 언급했다. 이소영은 올 시즌 공수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며 GS칼텍스 순항에 일조하고 있다. 김희진은 “소영이는 전천후 플레이어다. 서브, 블로킹, 수비까지 모두 좋다. 너무 무서운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은퇴 전에 V-리그 MVP 되고 싶어요”
시즌 후엔 팬 미팅과 스위스 여행 소망


도쿄올림픽 메달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팀도 잘 해야 하고, 김희진 역시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대표팀에도 뽑힐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2020-2021시즌 한국도로공사와 3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하위권으로 예상되던 IBK기업은행은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희진은 이들과 경쟁에서 이겨 봄배구에 올라갈 자신이 있다고 확신했다.
 


“주위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어요. 우리 팀이 하위권 평가를 받은 이유는 컵대회에서 성적이 저조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컵대회 성적이 전부라고 생각은 안 해요. 편견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충분히 저력이 있다고 봐요.”

“후반기에는 범실 관리와 서브가 중요해요. 우리 팀이 서브에서 범실이 많이 나오는데 서브를 얼마만큼 안정적으로 가져 가느냐가 포인트죠. 또한 리시브가 안 된다고 불안감을 가지면 안 돼요. 원래부터 IBK기업은행은 리시브가 그렇게 좋은 팀이 아니었어요. 흔들려도 이후 하이볼 처리 능력이 좋았죠.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해요.”

2021년, 신축년이 밝았다. 김희진은 시즌 종료 후 수행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두 가지를 적어놨다. 단, 코로나19가 없어져야 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들이다. 김희진은 “코로나19가 사라진다면 스위스에 가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 몇 년 전에도 한 번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갔다. 예전에 호주에 가서 스카이다이빙을 해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영어 잘 하는 친구들이나 동생들과 가고 싶다. 또 팬들과 팬미팅을 해보고 싶다. SNS를 안 하다 보니 팬들이 외로워한다.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에 팬들과 소통의 장을 만들고 싶다”라고 웃었다.

30대에 접어들었어도 김희진은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그래도 이젠 조금씩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자신의 앞날을 조금씩 고민해야 하는 나이라고 판단했다.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요. 결혼 안 한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야기 나누고 있으면 외롭지 않아요(웃음). 그래도 내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는 맞는 것 같아요. 플랜을 세워야 해요. 20대에는 짧게, 짧게 앞을 봤다면 지금은 길게 봐야 해요. 선수 생활도 길어봤자 10년이거든요.”

물었다. 김희진의 목표는 무엇인지. 김희진은 ‘리그 MVP’와 ‘은퇴’ 이야기를 꺼냈다. 김희진은 2013년과 2015년에 컵대회 MVP를 수상했고, 2014-2015시즌에는 리그 BEST7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으나 리그 MVP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희진도 “IBK기업은행에 있으면서 많은 것을 이뤘는데 아직 리그 MVP를 못 탔다. MVP 받기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사실 MVP 받지 못하더라도 팀이 우승만 할 수 있다면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희진은 “나중에 은퇴를 할 때 남들에게 등 떠밀리듯이 은퇴를 하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박수칠 때 떠나라’라고 하듯이 팬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은퇴를 하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30대에 들어선 김희진의 배구 인생은 다시 시작이다. 김희진은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여기 이 자리까지 온 스스로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벌써 IBK기업은행에 온 지도 10년이 넘었네. 지금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지만 아직 충분히 더 좋은 기량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어느덧 김희진과 길고 길었던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김희진은 “잡지 인터뷰를 오랜만에 해서 좋았다. 다른 곳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니 특별했다. 나는 ‘코보티비’ 신입이지만 이날만큼은 <더스파이크>에 감사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김희진은 자신의 꿈을 하나하나씩 이뤄갈 날을 생각하며 오늘도 훈련장에서 배구공을 놓지 않고 있다. 김희진은 지금까지 자신을 있게 해준 팬들을 향해 고마움을 표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많이 부족한데 항상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팀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그리고 코로나19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 힘낼 수 있게 응원해 주셔서 항상 감사드립니다. 빠른 시일 내에 뵙길 희망합니다.”
 

김희진 프로필 

생년월일 1991. 04. 29

신장/체중 185cm/75kg 

출신교 서울중앙여중-서울중앙여고

입단년도

2010-2011시즌 신생팀 우선지명(IBK기업은행)

주요경력

2010~ IBK기업은행

2012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2012-2013시즌 통합우승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6 리우올림픽 국가대표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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