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가 되기 위해 돌아왔다’ 더 강력해진 타이스, V-리그 우승 정조준!
- 매거진 / 김희수 / 2022-11-07 06:00:26
4년 전, <더스파이크> 최초로 외국인 선수가 커버 스토리를 장식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V-리그 삼성화재 소속으로 활약했던 타이스 덜 호스트였다. 항상 밝은 표정과 함께 타점 높은 공격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타이스는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이탈리아 리그로 떠났다. 그는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며 끊임없이 성장했다. 타이스는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번 V-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제는 푸른색의 삼성화재가 아닌 붉은색 한국전력의 유니폼을 입은 ‘네덜란드 특급’ 이야기다.
“국제대회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결과가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했어요”
Q. 안녕하세요! 4년 만에 <더스파이크>와 다시 인터뷰를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일단 정말 자랑스러워요. 내가 표지를 장식했던 <더스파이크> 2018년 11월호가 우리 집 거실에 아직도 놓여있거든요. 사실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읽기는 어렵지만, 표지에 나온 사진이 멋있고 마음에 들었어요.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Q. 비시즌 동안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과 세계선수권 출전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두 대회에 참가한 소감이 궁금한데.
좋은 경험이었어요. VNL에서는 예상보다 우리 팀(네덜란드)의 경기력과 결과가 좋았어요. 세계선수권은 VNL보다도 더 중요한 대회인 만큼 더 집중해서 준비했고, 예선 경기력은 정말 좋았죠. 그러나 딱 하루 안 좋았던 날(16강 우크라이나전) 때문에 대회를 마치게 돼서 아쉬웠어요.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두 대회 모두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Q. 네덜란드가 세계선수권 조별 예선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더 아쉬울 것 같은데, 우크라이나전에서는 무엇이 문제였는가.
어떤 경기든 가끔은 준비했던 것에 비해서 결과가 안 나오는 경우도 있는 법이죠. 결과는 아쉬웠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승복할 수 있어요. 그날의 퍼포먼스는 하나를 꼽을 것 없이 여러 면에서 아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최대한 좋은 점 위주로 찾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Q. 좋았던 경기 이야기도 해봐야죠. 세계선수권 조별 예선 아르헨티나전 5세트에서는 타이스 선수의 연속 서브가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습니다. 그날 경기를 돌아본다면.
아르헨티나전은 이기면 2승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확정되는 중요한 경기였어요. 처음 스타팅에서는 제외됐었는데, 교체 투입된 이후 팀의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뻤어요. 5세트에는 연속 서브를 많이 때린 건 기억나는데, 정확히 몇 번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타이스는 5세트에서 에이스 1개 포함 8연속 서브를 때렸다). 아르헨티나는 올림픽에서 동메달도 획득해본 강팀이에요. 그런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Q. VNL과 세계선수권에서 치른 경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
VNL에서 치른 프랑스전이요.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요. 경기하면서 단 한 순간도 이길 기회가 없다고 느꼈어요. 정말 강력했습니다. VNL 때 이탈리아와의 경기도 기억에 남아요. 이탈리아는 주전 선수들이 대체로 어린 선수들인데, 그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 경기를 통해 와 닿아서 인상 깊었어요.
“레온과 함께 뛴 것은 영광이었어요”
“지아넬리는 놀라울 정도로
노련한 선수에요”
Q. 삼성화재를 떠난 뒤 이탈리아 리그 라벤나와 페루자에서 3시즌을 소화했습니다. 3시즌의 경험이 궁금한데.
삼성화재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마치고, 라벤나에서 제의가 왔어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제의를 수락했죠. 라벤나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페루자로 이적해서 두 시즌을 뛰었어요. 페루자는 이탈리아 리그를 넘어 세계적인 강팀이에요. 좋은 선수들과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Q. 말대로 페루자에는 엄청난 선수들이 있죠. 윌프레드 레온(폴란드), 맷 앤더슨(미국)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도 함께 뛰었잖아요. 또 대표팀에서는 니미르 압델-아지즈와 함께하고 있고요. 함께 뛰어본 공격수 가운데 최고로 꼽는 선수는 누구인지, 이유까지 함께 들려주면 좋겠네요.
와...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래도 한 명만 골라야 한다면, 레온을 고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레온의 플레이는 노력만으로는 따라 할 수 없는 플레이라고 느껴져요. 서브면 서브, 공격이면 공격 모두 대단한 선수죠. 레온은 가끔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도, 화를 내거나 스스로 정신적 동기부여를 하면서 순식간에 컨디션을 끌어올려요. 역시 세계적인 선수라고 느꼈죠. 그와 함께 뛴 것이 영광이었습니다.
Q. 지난 시즌 페루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시모네 지아넬리(이탈리아)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엄청난 활약으로 우승과 MVP를 거머쥐었습니다. 타이스가 느낀 지아넬리는 어떤 세터인가요?
지아넬리와는 딱 한 시즌만 함께 했지만, 놀라운 선수에요. 지아넬리는 데뷔를 19살에 했어요. 그래서 정상에 오른 지금도 겨우 26살밖에 되지 않았죠.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도록 노련한 선수예요. 패스뿐만 아니라 서브랑 수비도 뛰어나요. 성격도 굉장히 좋습니다.
Q. 이탈리아는 올해 VNL 4위-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리그는 남자배구에서 손에 꼽히는 정상급 리그이기도 하고요. 자국 리그의 수준과 해당 국가 대표팀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라고 느껴지는지.
물론 연관이 깊죠. 이탈리아는 1부부터 3부까지 리그가 매우 체계적으로 운영돼요. 선수들 역시 최고 수준이고요. 특히 유소년 체계가 매우 탄탄한데, 최근에는 남녀 가리지 않고 모든 유소년 대회를 휩쓸다시피 했어요. 이런 선수들이 성장해서 또 1부 리그로 향하고, 국가대표가 되는 거죠. 엄청난 시스템입니다.
“한국 배구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Q. 이제 한국 이야기를 나눠보죠. 먼저 트라이아웃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항상 사람들에게 한국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최고라고 말했어요. 늘 한국이 그립고 좋았죠. 페루자에서의 첫 시즌은 많은 기회를 받았어요. 그러나 불운하게도 지난 시즌은 그렇지 못했죠. 그러던 중 ‘한국으로 돌아와 달라’라는 연락을 여기저기서 참 많이 받았어요. 한국에 대한 감정이 항상 좋았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려했어요. 고민 끝에 복귀를 결정했고, 트라이아웃에 지원했습니다.
Q. 트라이아웃에서 뽑힐 것을 예상했는지. 혹시 뽑히지 않았다면 어떤 계획이 있었는지.
솔직히 말하면 왠지 뽑힐 것 같은 자신감이 조금은 있었어요(웃음). 트라이아웃은 페루자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제대로 끝나기 전에 진행됐어요. 그래서 딱히 플랜 B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거나 하진 않았고, 페루자에서의 남은 경기들에 집중했어요. 뭐 예상해보자면 국제대회들을 준비하면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Q. 한국 복귀를 결정한 뒤 주변 사람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한국이 먼 나라인 만큼 복귀가 사소한 결정은 아니었기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특히 (지금은 아내가 된) 여자친구와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여자친구가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하고 있어서, 함께 논의할 부분들이 좀 많았죠. 그래도 고민 끝에 한국이 좋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부모님은 내가 한국에서 잘 지냈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하셨고요.
Q. 4년 전 <더스파이크>와의 인터뷰에서 “몸 관리를 잘한다면 31세까지도 전성기일 것 같다”라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공교롭게도 딱 그 나이에 다시 V-리그로 돌아왔어요. 몸 상태는?
내가 그런 말을 했어요?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웃음). 물론 여전히 몸 상태에 자신이 있어요. 오히려 지금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보다 좋다고 생각해요. 순수하게 피지컬 측면에서 그렇다기보다는, 경험이 쌓이면서 멘탈이 성장한 것까지 반영된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확실한 건 지난 시즌보다는 훨씬 좋다는 겁니다. 나는 여전히 더 발전할 여지가 있고, 노력을 멈추지 않을 거예요. 내가 4년 전에 했던 말을 바꿔야겠네요. 전성기를 더 길게 만들 겁니다.
Q.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의 배구는 세계 배구와 달리 공격수 1~2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도 했어요. 돌아온 이후 느끼는 한국 배구는 변화가 보이는지.
네. 한국 배구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느껴져요. 지금 우리 팀만 봐도 내가 40점 이상을 내줘야만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거든요. 국제적인 배구 흐름은 워낙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한국이 거기에 발맞춰 움직이고자 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첫 스텝을 떼는 정도랄까요. 나는 한국 배구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 한국은 그러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전력 선수들은 모두
나를 친구로 여기고 편하게 대해줘요”
Q. 3시즌 간 몸담았던 삼성화재가 아닌 한국전력의 선수로 V-리그에 돌아왔습니다. 삼성화재와 한국전력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삼성화재는 워낙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온 팀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독자적인 문화가 뚜렷하게 갖춰진 팀이었어요. 선수들의 자부심이나 연습량이 굉장했죠. 반면 한국전력은 훈련 방법이 이전보다 질적으로 뛰어난 방향성을 추구해요. 그리고 진행 상황에 맞춰 훈련량이나 일정도 유동적으로 조절하는 점이 좋죠. 그렇다고 지금 하는 노력의 양이 적은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Q. 한국전력에는 박철우, 김강녕, 이민욱, 이지석 등 삼성화재에서 함께 했던 선수들도 많죠. 많은 대화를 나눴나요?
그들을 다시 팀으로 만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고, 선물 같은 일이라고 느꼈어요. 그 선수들은 모두 동료를 넘어 친구 같아요. 특히 박철우와는 SNS를 통해 이탈리아에 있을 때도 종종 연락했거든요. 모두 다시 만나서 기뻐요. 황동일은 이젠 없지만(OK금융그룹으로 이적) 같이 있는 동안 즐겁게 지냈어요. 모두들 내가 이 팀의 구성원으로 빠르게 적응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줬습니다.
Q. 삼성화재 시절 함께 했던 선수를 제외하고 팀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한 명 꼽기가 참 어렵네요. 삼성화재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아무래도 내가 외국인이니까 나를 어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경우도 초반에는 좀 있었는데, 이 팀은 모두 오자마자 나를 친구로 여기고 편안하게 대해줬거든요. 굳이 고르자면 공재학? 동갑인데, 맨날 만나면 헤이 프렌드~ 프렌드~ 하고 불러요(웃음).
Q. 권영민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요? 자주 해주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감독님은 감독으로서의 느낌보다는 선수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마치 플레잉 코치처럼 느껴지는 분이에요. 늘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분이죠. 재밌는 사람이면서도, 코치로서는 집중력 있는 지도를 해주세요. 팀 전체적으로는 ‘책임감을 가져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고, 나에게는 ‘우리 팀의 호흡을 먼저 생각하고 팀적으로 움직이라’는 조언을 많이 하세요.
Q. 안요한 통역은 한국전력에서 선수로 뛰었던 만큼 훈련이나 경기에 관한 내용을 통역해줄 때는 누구보다 더 자세히 전달해줄 수 있을 텐데, 안요한 통역과는 호흡이 잘 맞는지.
(안요한 통역을 흘끗 쳐다보며) 물론이죠. 우리 호흡 좋습니다(웃음). 안요한 통역이 선수 출신이라는 점은 큰 도움이 돼요. 예를 들어 코트 안에서의 느낌이나 기술적인 부분들을 통역이 이미 잘 알고 있다 보니 나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요.
Q. 타이스 선수 자신도 아직 V-리그 우승을 경험한 적이 없고, 한국전력도 창단 이후 우승이 아직 없습니다. 우승에 대한 열망과 가능성을 말해본다면.
우리 팀이 아주 좋은 팀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있는 팀이라서가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우리가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팀은 우승을 꿈꾸기에 우리 역시 당연히 우승을 열망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감독, 새로운 세터(하승우), 새로운 리베로(장지원), 나까지 새로운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래서 우승이 없다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신선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우선 무엇보다 한 경기 한 경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것이 잘 쌓인다면 플레이오프, 나아가 우승에 다다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연습도 좋지만 진짜 경기 뛰는 게 훨씬 재밌어요. 경기장 많이 찾아주세요!”
Q. 대표팀에서와 마찬가지로 등번호 4번을 달았어요. 4번에 특별한 애착이 있는 것인지.
엄청난 의미가 있거나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원하는 번호를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면 항상 4번을 고를 정도로 좋아해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배구 선수 출신이신데, 두 분 다 4번을 달고 뛰셨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4번을 달게 됐어요.
Q.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어요. 아직은 조금 이른 질문일 수 있지만, 선수 생활을 마친 뒤의 계획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아직 없어요. 정말, 정말 모르겠어요(웃음). 체력적으로 여전히 문제가 없고, 배구를 하는 것이 너무 즐거워요. 그래서 배구를 끝낸 이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Q.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F1 스타 막스 베르스타펜을 샤라웃한 것도 봤어요. 배구 외에도 스포츠를 즐겨보는지.
맞아요, F1의 빅 팬이에요! 베르스타펜은 진짜 재능 넘치는 선수죠. 네덜란드 선수인 베르스타펜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아주 좋아요. F1 말고도 축구랑 농구 역시 즐겨보는 편이에요.
Q. 타이스 선수는 한국 팬들을 향한 각별한 애정으로도 유명했습니다.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나게 된 기분은.
무척 행복해요. 한국 팬들에게는 늘 좋은 기억뿐이죠. 응원도 열심히 해주고, 경기가 끝나면 꼭 사진을 찍고 선물을 주고 소리를 질러줘요. 정말 열정적이죠. 지금도 받은 선물들은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코로나19 때문에 시즌이 중단되거나, 팬이 없는 경기장에서 경기한 적도 있잖아요? 그런데 운이 좋게 내가 돌아온 지금은 팬들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이네요. 텅 빈 경기장에서 경기하지 않을 수 있어서 기뻐요!
글. 김희수 인터넷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