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막지 못한 3연패, 그러나 패장은 '희망'을 봤다...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오늘만큼만 해주면 바랄 게 없다" [벤치명암]
- 남자프로배구 / 의정부/송현일 기자 / 2025-02-01 00:12:35
졌지만 잘 싸웠다. 패배에도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의 표정이 밝았던 이유다.
KB손해보험은 지난 31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5라운드 안방경기에서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3-2 진땀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가 부재 중인 한국전력에 하마터면 승리를 허용할 뻔한 것이다.
경기가 끝난 뒤 아폰소 감독은 한국전력의 경기력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늘 한국전력이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서브가 강하게 들어오면서 우리는 많은 문제를 떠안게 됐다. 상대 팀은 수비가 잘 됐고, 반격까지 잘 이뤄졌다. 한국전력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정말 어려운 경기였다"며 "우리 팀의 전체적인 퍼포먼스나 기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승리는 승리다. 이날 경기로 3연승을 기록한 KB손해보험은 15승10패, 승점 41로 3위를 굳혔다. 2위 대한항공(승점 47)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아폰소 감독은 "경기력이 좋았던 한국전력을 상대로 0-2로 지고 있었는데, 결과를 뒤집었다"면서 "우리가 팀으로서 정신력이나 투지, 의욕을 통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1, 2세트를 내리 빼앗긴 KB손해보험은 3세트 들어 황경민 대신 나경복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로써 3~5세트를 모두 가져왔으니 결과적으론 신의 한 수였다.
아폰소 감독은 "(3세트에) 황경민을 뺴고 나경복을 투입했다. 황경민이 못했기 때문은 아니다. 0-2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그런 결정을 내렸다. 나경복을 통해 서브와 공격에서 도움을 얻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눈앞에서 승리를 놓친 한국전력은 3연패 길목에 들어섰다. 서재덕 임성진 윤하준이 끝까지 분투했지만 외국인 공격수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꾸기란 쉽지 않았다. 갈수록 공격의 예리함이 떨어지면서 결국 KB손해보험에 리버스 스윕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9승16패, 승점 24가 된 한국전력은 6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다만 권영민 감독은 경기 내용에 만족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특히 1세트는 서브 공략, 블로킹, 공격까지 다 잘 맞았다. 3세트부터 나경복이 들어오면서 힘든 경기를 하게 됐지만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따라갔다. (윤)하준이나 (이)원중이도 오랜만에 들어가서 제 역할을 했다"고 했다.
권영민 감독의 말대로 이날 한국전력의 경기력은 패배에도 불구, 분명 박수받을 만했다. 지난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셧아웃으로 패한 것과는 완전히 딴 판이다. 선수들에게 항상 당근을 건넸던 권영민 감독의 '간만의 채찍질'이 모처럼 효과를 발휘했다. 그는 "삼성화재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지는 건 내가 다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실력이 아닌 거 같다. 실패와 포기는 다르다.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권영민 감독은 "프로에서 결과는 중요하지만, 승패를 떠나 선수들이 코트에서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거기에 맞춰서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나도 선수들을 믿고, 선수들도 나를 믿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도 선수들이 오늘만큼만 해주면 감독으로서 더 바랄 게 없다"고 이야기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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