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국가대표입니다" 세계에 도전하는 한국 배구의 유망주 이우진

매거진 / 김하림 기자 / 2023-07-30 0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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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주목받은 두 선수가 있다. 이들 유망주는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여전히 또래들보다 기량이 앞서고 피지컬도 눈에 띈다. 당연히 연령별 대표팀에도 들어갔다. 남녀 U19 한국대표팀은 8월에 진행되는 국제배구연맹(FIVB) U19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몇년 뒤 한국 배구를 이끌어가야할 기대주들이 아시아 무대를 넘어서 세계 무대를 경험하는 것이다. 경북체고 이우진의 세계를 향한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4강 진출 확정됐을 때
제일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우진은 지난해 이란에서 열렸던 2022 제14회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유스남자선수권대회에 한국의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했다. 그는 196cm의 높은 신장을 지녔고 기본기부터 공격까지 또래 사이에선 한 단계 높은 준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 이어 올해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소집된 U19 대표팀에도 뽑힌 이우진은 “작년엔 처음 국제 무대를 나가는 거라 많이 긴장도 하고 걱정도 했다. 그래도 올해는 두 번째인 만큼 적응도 빨리할 수 있었다”고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소감을 전했다.


연령별 대표팀은 대부분 또래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소수의 선수들만이 경험한다. 그래서 더욱 네트 건너편의 상대하기 어려운 친구들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같은 목표를 향해 훈련하는 시간이 값졌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을 경험한 선수 대부분이 1년 만에 다시 대표팀으로 만났다. 이우진은 “대회에 가서도 만나던 친구들이라 꾸준히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상대편으로 마주봤던 친구들을 같은 팀으로 만나니깐 든든했다. 다들 파이팅도 많아져서 즐겁게 훈련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을 되돌아 보면서 이우진은 일본과 인도를 상대했던 경기가 제일 아쉽다고 털어놨다. U18 대표팀은 일본과 인도를 예선과 본선에서 2차례 만났다. 결과는 전패였다. 일본을 상대로 예선에서 풀세트, 4강에선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인도와는 예선에서 셧아웃, 3-4위 결정전에서는 5세트 끝에 패했다. “일본과 인도를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공격에서 마무리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피지컬과 높이가 더 좋은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공격 기술을 배우는 게 뜻 깊었어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의미 있는 순간도 있었다. 세계선수권 티켓을 따기 위해선 중국과 8강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다. 높은 블로킹을 자랑하는 중국을 상대로 서브와 스피드로 경기를 풀어갔다. 5세트까지 가는 동안에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그는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5세트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재밌게 해보자고 했다”라고 경기를 복기했다.


5세트도 듀스 접전이 이어졌다. 15-14, 매치포인트에서 한국은 속공 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하고 4강에 올랐다. 이우진은 “8강 중국 경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4강 뿐만 아니라 세계선수권 티켓을 딸 수 있었던 만큼 꼭 이기고 싶었다”라면서 “4강에 진출한 이후 너무 행복했다. 제일 행복한 순간이었다”라고 행복한 기억을 되짚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


그가 배구공을 처음 잡은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의 유혹으로 시작했다. “서영래라고 초등학교를 같이 나온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배구부에 들어가면 제주도에 갈 수 있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라고 배구선수가 된 계기를 털어놨다. “결국 같이 배구를 하면서 제주도에 다녀왔다. 지금까지 배구가 재밌기에 그 친구가 전혀 원망스럽지 않다”라며 웃었다.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꾸준히 배구를 배웠다. “초등학교 때 우리 팀에 키가 큰 선수가 없었다. 리시브를 받으면서 미들블로커로 중학교까지 뛰었다. 고등학교에는 미들블로커를 하는 형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아웃사이드 히터로 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일찍이 두각을 드러냈다. 아마추어 배구 관계자들도 이우진의 성장을 크게 기대했다. 덕분에 저학년 때도 동기들보다 출전 기회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행착오는 동반됐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와 격차를 느끼며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고등학교에 막 올라갔을 때 처음이다 보니 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배구도 너무 못했고요. 지금까지 했던 게 물거품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그래도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한 덕분에 팀에 녹아들 수 있었고, 그때 밤마다 리시브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많은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배구 기량만큼이나 내면도 성장했다. “1학년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면, 지금은 배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해요. 저학년 때는 스트레이트 공격 없이 코트 한 가운데만 때렸다면, 이젠 스트레이트 뿐만 아니라 크로스 공격까지 하면서 여러 공격 기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다. 팀에서 최고 학년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 코트에서 동생들부터 팀까지 선배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우진 역시 “저학년 때는 형들을 믿고 하는 플레이가 많았다. 이젠 내가 제일 선배인 만큼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후배들을 이끌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경북사대부고부터 경북체고로 전학 온 지금까지 팀은 꾸준히 4강에 올랐다. 아쉽게도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올해 종별선수권에서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지만, 큰 경기는 달랐다. 상대는 최근 가장 많은 우승을 경험한 수성고였다. 결국 경북체고는 셧아웃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 종별선수권에서 고등학교 입학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갔다. 처음 밟아 본 결승 무대라 너무 긴장됐다. 보여준 것도 없이 경기가 끝나서 아쉬웠다”라고 털어놓으면서도 “준우승을 발판삼아 더 노력해서 남은 대회에선 우승을 꼭 해보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당시 롤모델로 현대캐피탈 허수봉을 꼽았다. 롤모델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허수봉이 국가대표로 활약한 AVC 챌린지컵 경기를 보면서 동기부여를 얻었다. 그는 “너무 멋있었다. 공격할 때의 기술도 좋았다. 나도 저렇게 서브에이스를 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잘하셨다”라고 했다.


이우진은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기록한 소년체전 우승을 꼽았다. 그는 2017년 열린 제46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우승 트로피와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소년체전에서 우승한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른 선수들이 우승하고 나서 눈물을 흘리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다. 막상 나도 우승하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고 얘들이랑 다 같이 껴안으면서 엄청 기뻐했다”라고 말했다.


‘할 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자.’ 배구를 하면서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는 다짐이다. 그가 열심히 배구를 하는 원동력으로 부모님을 꼽았다. “항상 대회부터 전지훈련까지 다 따라오셔서 응원해 주신다. 항상 힘이 된다”라고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코트 안에선 늠름한 배구선수지만, 밖에선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쉴 때는 “누워서 노래를 듣거나 PC방에 가서 배구 생각은 안하고 게임만 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올라운더 선수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젠 아시아 무대를 넘어 세계 무대를 밟는다. 이우진은 “세계 무대에서는 아시아 선수가 아닌 피지컬이 우리 보다 좋은 유럽 선수들을 만난다. 그 선수들을 보고 높은 블로킹에서도 때리는 기술을 더 연습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또 “내 공격과 리시브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더불어서 좋은 성적도 함께 얻고 싶다”라며 대회를 앞둔 각오를 다졌다.


이번 U19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다. FIVB는 연령별 대회에서 오버헤드 리시브를 금지했다. 만일 오버헤드 동작으로 리시브를 하면 아무리 정확하게 공을 터치해도 더블 컨택트 범실로 간주된다. 결국 반드시 언더핸드 리시브로 상대의 서브를 받아야 한다. “나는 주로 오버헤드로 리시브를 많이 받는 편이다”라고 털어 놓은 이우진은 “규정이 바뀐만큼 언더핸드로 받으면서 범실이 잦아지는 게 힘들다. 하지만 훈련을 거듭할 수록 많이 좋아지고 있다”라고 했다.


C조에 속한 한국은 이란, 콜롬비아, 푸에르토리코, 나이지리아를 차례로 상대한다. 이우진은 그 가운데서도 나이지리아와의 맞대결을 기대했다. “나이지리아를 빨리 만나보고 싶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점프가 높은 만큼 우리랑 다른 플레이를 어떻게 하는 지 보고 싶다”라고 그 이유를 털어놓았다.


“모든 부분에서 잘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포지션이 아웃사이드 히터인 만큼 리시브와 공격에서 두루 더 잘하고 싶다”라며 자신이 성장하고 싶은 배구 선수의 모습을 그린 이우진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글_김하림 기자

사진_박상혁 기자, 한국중고배구연맹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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