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노트] ‘러셀 보호 작전’ 한국전력이 꺼내든 다양한 리시브 카드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08-15 00:00:36
사진_미들블로커 안요한이 러셀 근처까지 내려와 대신 리시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상대가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할 때 일부 로테이션에서 이러한 리시브 라인을 세웠다
[더스파이크=천안/서영욱 기자] 한국전력이 연습경기에서부터 러셀 리시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험 중이다.
14일 천안 현대캐피탈 복합베이스캠프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연습경기를 치렀다. OK저축은행까지 세 팀이 12일부터 진행한 2020 랜선 서머매치 일환으로 이날 두 팀 경기가 마지막 일정이었다.
13일 OK저축은행과 경기에 출전한 한국전력 새 외국인 선수 카일 러셀은 이날도 어김없이 선발로 나섰다. 지난 6일 대한항공과 연습경기에서 처음 출전한 이후 세 번째 연습경기 출전이었고 3세트까지 소화했다.
공격에서는 김명관과 호흡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높은 타점에서 뿜어내는 스파이크는 위력적이었다. 공격 동작이 빠르진 않았지만 높이와 힘을 바탕으로 블로킹을 뚫어내거나 터치 아웃으로 득점을 올렸다.
주목해야 할 요소 또 다른 요소는 러셀의 리시브였다.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는 자연스럽게 서브 공략 대상이 되는 만큼, 러셀이 이를 얼마나 버텨내는지도 한국전력에는 중요했다.
예상대로 현대캐피탈 역시 최대한 서브로 러셀을 흔들고자 했고 1세트 초반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어떤 양상이 나오는지가 잘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1세트 초반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러셀에게 향하는 서브가 몇 차례 실점으로 이어지면서 금세 분위기를 내줬다. 현대캐피탈은 변칙적인 플로터 서브와 러셀과 리베로 사이를 노리는 날카로운 서브로 공략했다. 러셀이 리시브가 흔들리고 공격에도 참여하지 못하면서 상대 흐름을 끊기 어려웠다.
러셀을 노리는 상대 공략에 대응해 한국전력도 다양한 대책을 선보였다. 상대 서브 유형에 따라 러셀이 아예 리시브 라인에서 빠지고 이시몬과 리베로 2인 리시브 라인을 구성하기도 했고 일반적인 플로터 서브를 구사할 때는 러셀이 오버핸드 리시브로 최대한 빠르게 끊고 들어오기도 했다.
안요한이 전위 미들블로커로 들어오고 상대가 스파이크 서브일 때는 일부 로테이션에 따라 안요한이 러셀이 있는 곳까지 내려와 대신 리시브를 받기도 했다. 안요한 복귀 전 과거 포지션이 윙스파이커였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현장을 찾은 한국전력 관계자는 안요한이 플로터 서브를 받는 건 어려워하지만 스파이크 서브 리시브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미들블로커가 리시브 라인까지 내려와 대신 리시브를 받는 움직임은 현대캐피탈도 시도했던 방법으로, 문성민이 리시브 라인에 포함될 때 신영석이 리시브 라인 부근까지 내려와 리시브하는 장면이 간혹 나왔다.
연습경기 후 한국전력 장병철 감독은 “러셀 리시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 중이다. 안요한이 윙스파이커를 했었고 스파이크 서브 리시브가 괜찮은 편이다. 다방면으로 러셀 리시브 부담을 덜어주고자 노력 중이고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는 언제나 상대 서브 표적이 된다. 공략에 성공하면 상대 핵심 공격 옵션을 봉쇄함과 동시에 리시브 불안을 야기해 다른 선수들의 공격도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로만 리시브 라인을 이루면 누군가가 집중 공략을 받아도 외국인 선수가 공격으로 흐름을 끊어줄 수 있지만 윙스파이커일 때는 리시브가 흔들려 본래 화력을 다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다. 공격력 극대화가 주목적인 외국인 선수이기에 리시브가 흔들려 공격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팀에 치명적이다.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를 향한 서브 집중 공략은 피할 수 없다. 리시브 부담을 어떻게 최소화하면서 공격력을 살리느냐가 윙스파이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팀의 최대 과제이다. 서브 강도와 위력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경기 내내 2인 리시브를 활용하기는 어려워진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난이도도 어려워졌다.
한국전력에서는 윙스파이커 역할을 소화해야 하지만 러셀은 최근 윙스파이커보다 아포짓 스파이커가 익숙한 선수다. 리시브에서 오는 불안감이 더 클 수 있다. 한국전력의 리시브 대책이 더 중요한 이유다. 얼마 남지 않은 KOVO컵부터 정규시즌에 이르기까지 러셀을 보호하기 위한 한국전력의 연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천안/서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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