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팀 입단 타진중인 김나운 "방출은 선수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
- 남자프로배구 / 이정원 / 2020-06-16 16:24:47
[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프로라면 이러한 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김나운(33)은 지난 11일부로 삼성화재를 떠났다. 삼성화재는 구단 리빌딩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베테랑 윙스파이커 김나운과 리베로 이승현을 웨이버 공시했다. 웨이버 공시는 사실상 방출에 가까운 개념이다.
김나운은 오는 25일까지 다른 구단들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팀을 찾지 못하더라도 자유신분선수로 전환돼 추후 타구단 입단이 가능하다.
이승현과 달리 김나운의 웨이버 공시는 의외라는 평이 많았다. 김나운은 지난 시즌 커리어 하이급 시즌을 보냈기 때문이다. 데뷔 후 처음으로 득점 200점(202점)을 넘겼고, 서브 역시 세트당 0.267개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삼성화재 윙스파이커 라인에 힘을 보탰다.
또한 올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수훈선수 인터뷰실 방문 및 주관 방송사 인터뷰까지 가졌다. 특히 지난해 10월 22일 대한항공전이 끝난 후 가진 방송사 인터뷰에서는 빛을 보기까지 걸린 10년의 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려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역시 많은 팬들은 김나운의 웨이버 공시를 아쉬워했다.
16일 <더스파이크>와 전화 통화를 가진 김나운은 "개인적으로 웨이트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로팀을 들어가는 데에는 실패했다"라며 "실업팀 입단을 타진 중이다. 서류 준비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김나운은 6월 첫째 주까지만 하더라도 삼성화재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2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무적 신세를 면치 못하는 선수가 됐다. 김나운은 "갑작스럽게 결정이 나서 아내나 가족 모두 힘들어했다"라며 "하지만 프로라면 이러한 현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팀이 젊은 선수 육성을 목표로 한다고 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프로 선수에게 방출, 트레이드, 이적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하지만 선수도 사람이다. 아쉬운 마음을 감추는 게 쉽지 않다. "지금 몸 상태로는 2~3년을 더 뛸 수 있다. 다음 계획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까지 왔다." 김나운의 말이다.
이어 "KB손해보험에서 방출됐을 때는 첫째가 갓 나왔을 때고, 이번에는 둘째 출산 직전에 팀을 떠나게 됐다. 미래를 계획할 때마다 이러한 일들이 생긴다"라고 덧붙였다.
김나운은 여전히 프로의 꿈을 잃지 않고 있다. 그는 "프로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실업팀의 환경이 프로보다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 가서 내 개인 운동이나 팀에서 하는 전술 운동, 웨이트 운동들을 열심히 할 자신이 있다. 만약 실업팀에 간다면 선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이 한 몸 바치겠다"라고 웃었다.
김나운은 이번 웨이버 공시를 통해 선수 생활 연장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 생활도 염두에 두는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김나운은 "프로 팀에 다시 가면 좋겠지만, 가지 못한다면 선수 생명 나이를 생각했을 때 지도자로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 뭐든지 다방면으로 준비하겠다. 코치든, 유소년 지도자든 알아보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김나운의 웨이버 공시 기사가 나간 후 많은 팬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아직 더 보여줄 게 많은 선수이고, 코트 위에서 간절함이 보이는 선수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끝으로 김나운은 팬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저 그런 나를 기억해 줘서 감사하다. 이렇게 나가게 됐지만 프로팀에 다시 왔을 때 많은 응원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아쉬워하지만 방출은 프로 선수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이번 일을 제2의 배구 인생 시작점이라고 생각하겠다.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실업리그에 뛸 때에도 많은 응원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팬들의 사랑 너무나도 감사하다."
사진_더스파이크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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