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박철우가 자신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메시지 “더 불태워 보자”

남자프로배구 / 강예진 / 2020-06-13 22:57:36
  • 카카오톡 보내기


[더스파이크=의왕/강예진 기자] 백전노장 박철우가 과거의 박철우에게 전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순 없지만, 과거를 되돌아보며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혹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떠올리며 하고픈 말을 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35살 백전노장 박철우는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을 수 있다. 의왕 한국전력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박철우는 진심을 담아 베테랑, 가장으로서의 박철우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박철우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현대캐피탈에 입단할 당시 ‘제1의 박철우’가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이후 국제무대 경험을 통해 차차 성인 무대에서 제 기량을 펼쳐가던 그는 2006년 KOVO컵 양산 프로배구 대회서 MVP를 차지하며 ‘제1의 박철우’로서의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고비도 있었다. 기흉으로 인해 선수 생활에 브레이크가 걸릴 뻔했고, 부상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어느덧 35살 백전노장이 된 박철우는 데뷔 당시, 16년 전 박철우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실망하지 않아도 된다. 기다리면 때가 올 것이다”라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과거 박철우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08~2009시즌 당시 기준 역대 최고 공격 성공률(55.3%, 현재는 2012~2013시즌 레오의 59.69%가 최고 기록이다)을 기록, MVP까지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잠재력을 꽃피웠다.

이후 박철우의 기록행진은 계속됐다. 2009~2010시즌에는 V-리그 사상 처음으로 한 경기 개인 50득점 주인공이 됐고 2018~2019시즌엔 남자부 최초 통산 5,000득점을 달성했다.

‘제2의 누군가’가 아닌 ‘제1의 박철우’라는 야무진 꿈을 가지며 달려온 지난 시간을 떠올린 박철우는 “지금의 내가 엄청난 선수가 된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박철우’라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박철우 커리어에 큰 변곡점이 될 수도 있는 이번 이적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박철우는 정든 삼성화재 푸른 유니폼을 벗고 한국전력의 붉은 유니폼을 입는다. 불과 두 달 전까지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익숙함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박철우에게 어색함은 없었다. 말 그대로 ‘찰떡’같이 소화하고 있었다.



‘삼성맨’에서 ‘한전맨’이 된 박철우 역시도 붉은 유니폼에 거부감이 없었다. 새로운 옷을 입은 지 대략 한 달 정도 지났다. 그는 푸른 유니폼을 입으며 코트를 누볐던 ‘삼성화재 시절 박철우’에게 “정말 열정적으로 해왔네”라는 말을 남겼다.

삼성화재에 몸담았던 10년 동안 박철우는 팀의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구단 역사상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고, 몸을 사리지 않고 외국인 선수 몫까지 책임질 때도 있었다. 35세 적지 않은 나이에 대표팀에 승선해 대한민국 대표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기도 했다. 힘들 법도 했지만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오히려 코트 위에서만큼은 젊은 선수들 못지않았다. 이에 박철우는 “붉은색처럼 더 불타올랐으면 좋겠다”라고 스스로에게 전했다.

박철우는 2011년 농구 선수 출신인 신혜인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팀 주장으로서뿐만 아니라 두 딸의 아빠이자 남편,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역시 크다. ‘선수’ 박철우는 ‘아빠’ 박철우에게 “지금껏 하던 대로만 하면 좋겠다. 잘하고 있다”라며 웃었다.

프로 16년차를 맞이한 박철우. 그는 부상 없이 오랫동안 선수 커리어를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이에 ‘아빠’ 박철우가 ‘선수’ 박철우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건넸다. “더 열심히 해라. 아프지 말고 항상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라며 말이다.


사진_의왕/홍기웅 기자, 더스파이크_DB(박상혁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기사

오늘의 이슈

포토뉴스

THE SPIKE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