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라바리니 감독 일침 “V-리그 외인 시스템, 생각을 바꿔야”
- 국제대회 / 이광준 / 2019-06-19 23:46:00
[더스파이크=보령/이광준 기자] 라바리니 감독이 V-리그에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가 없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19일 충남 보령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VB(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대회 예선 5주차 일본과 경기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 중심에는 단연 아포짓 스파이커 김희진이 있었다. 김희진이 어려운 공을 잘 처리하면서 공격에 활로가 뚫렸다. 경기 초반 일본은 김연경 쪽을 집중 마크했다. 한국은 허를 찔렀다. 1세트 공격 대부분을 김희진에게 맡겼다. 김희진은 이날 1세트에만 무려 11점을 냈다. 김희진이 뜨니 2세트부터 김연경도 화력을 뿜어냈다. 결국 이날 김연경이 23점, 김희진이 21점을 내며 좌우에서 균형을 잡았다.
지난 4라운드까지 한국 날개는 김연경을 제외하면 부족함이 컸다. 체력적 부담으로 인해 여러 선수들이 지쳐갔다. 박정아, 이재영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이 틈이 더욱 커졌다. 날개 공격력이 떨어지는 건 곧 결정력 부족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잘 끌고 가던 경기를 상대에게 내주는 상황이 자주 나왔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시스템을 수정해 나갔다. 라바리니 감독이 오기 전까지 한국 공격은 대부분 김연경에게 쏠렸다. 김연경은 리시브에도 가담하는 윙스파이커 선수다. 공격 하나에만 모든 걸 쏟을 수 없다. 결국 공격이 숨통을 트려면 아포짓 스파이커가 전-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에 참여해야 한다. 이번 일본전에서 김희진이 보여준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사이드아웃(상대 서브를 받은 뒤 공격에 임하는 상황) 상황에서 이전보다 훨씬 좋은 결정력을 보였다. 날개 공격수들이 득점을 잘 내준 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으로 김희진을 언급했다. “김희진에 대해 이번 경기만으로 다 판단할 수 없다. 이전 훈련도 그리 많이 하지 못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다. 어려운 공을 처리할 줄 알아야 하고 서브도 늘 강하게 쳐야 한다. 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내 역할은 컨디션 조절 정도다. 나머지는 김희진이 해야 할 일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배구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를 끄집어냈다. 결정력을 갖춘 아포짓 스파이커의 부재였다. 현재 V-리그는 대부분 아포짓 스파이커를 외인 선수로 채운다. 이번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도 여자부 여섯 개 팀 중 네 개 팀이 아포짓 스파이커 외인을 택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에 뛰는 선수들 중 유망한 아포짓 스파이커들은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포지션이 모두 다른 선수들로만 채워진다면 문제가 된다. 이 자리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외국인제도가 계속된다면 한국 배구는 다른 나라에 뒤지게 될 것이다.”
이 고민은 비단 여자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V-리그가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할 때부터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실제로 남자부 역시 박철우-문성민 이후 믿을 만한 토종 아포짓 스파이커가 없어 고민에 빠진 상태다.
라바리니 감독은 “제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다.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말을 마쳤다. 새로 온 외국인감독이 한국 배구에 화두를 던졌다.
사진_보령/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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