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진과 모마의 다짐 “부담 없이, 재밌게 즐겨보자!”
- 여자프로배구 / 대전/김희수 / 2023-03-05 00:00:40
봄배구 진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안혜진과 모마에게서는 부담감이나 불안함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들은 그저 마지막까지 ‘행복배구’를 하고 싶은 마음뿐임을 전했다.
안혜진과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는 각자의 이유로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다. 안혜진은 부상으로 인해 시즌 초반을 허무하게 흘려보냈다. 어느 정도 부상을 털어낸 시즌 중반부터는 김지원과 출전 시간을 나눠가지며 코트를 밟았지만,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모마는 시즌 내내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강소휘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유서연‧최은지‧권민지 등의 날개 공격수들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반대편의 공격력 부재가 가져오는 부담은 온전히 모마가 감당해야 했다. 급기야 4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에서는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팀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시즌 후반부로 들어서며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꾸준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던 안혜진은 지난 6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V-리그 여자부 한 경기 최다 세트 성공(72개) 기록을 새로 쓰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모마 역시 최근 쾌조의 공격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모마의 6라운드 공격 성공률은 49.67%로, 앞선 다섯 개의 라운드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펼쳐진 KGC인삼공사와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맹활약을 펼쳤다. 안혜진은 41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서브 역시 범실 없이 총 14차례를 구사하며 강소휘(22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서브를 구사했다. 모마는 경기 최다인 28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도 60.98%로 높았다. 두 선수의 맹활약 속에 GS칼텍스는 세트스코어 3-0(26-24, 25-19, 25-17) 완승을 거뒀다.
이날 상대팀이었던 KGC인삼공사는 정호영과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 박은진을 앞세운 높이가 강점인 팀이다. 그러나 모마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는 어땠는지 묻자 모마는 “밖에서는 안 어려워보였나? 사실 힘들었다(웃음). 6라운드에 들어서다보니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안다. 그래서 비디오 미팅 때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모마는 여기에 “안혜진의 토스가 굉장히 좋았다”는 칭찬도 덧붙였다. 모마의 칭찬에 표정이 밝아진 안혜진 역시 “내가 속공을 많이 안 쓰는 편이다보니 날개 공격수들에게 투 블록이 많이 따라가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날개 공격수들, 특히 모마가 안 좋은 공들도 처리를 잘 해줘서 경기를 더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모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안혜진은 시즌이 진행될수록 경기력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지는지 묻는 질문에는 “시즌 초반에 부상 때문에 합류가 늦었다. 팀에 너무 미안했고, 컨디션도 정말 안 좋았다. 시즌 중반까지도 잘 해야만 했던 시기에 내가 좀 처져 있었다. 그래도 감독님이 나를 믿고 많은 시간을 코트에 머물게 해주셨고, 그 덕에 계속해서 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안혜진과 모마에게는 이제 세 경기의 정규시즌 경기만이 남아 있다. 모마의 말처럼 GS칼텍스의 봄배구 진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 두 선수가 바라는 시즌 마무리는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안혜진은 “우리 팀 선수들 모두 다 부담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다치지 않고, 재밌는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모마 역시 “(안)혜진이가 말한 것처럼 부담감을 내려놓고 하면 이번 경기처럼 이길 수 있을 거다. 즐겨보고 싶다. 힘든 시즌이었고, 지금도 힘들다. 그러나 끝까지 팀원들과 함께 경기를 즐겁게 풀어나가고 싶다. 물론 승리도 하고 싶다.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다부진 대답을 들려줬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안혜진과 모마의 부담 없이 배구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GS칼텍스에 기적을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사진_대전/유용우,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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