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잡, 브로!” 서재덕X타이스, 전사의 심장을 가진 자들의 인사법
- 남자프로배구 / 수원/김희수 / 2023-02-20 00:00:44
값진 승점 2점을 합작한 한국전력의 날개 듀오는 서로에게 ‘굿 잡’을 외치며 주먹을 맞부딪혔다. 전사의 심장을 자랑한 선수들답게 짧고 굵은 인사법이었다.
한국전력은 최근 3경기 연속으로 풀세트 접전을 치렀다. 결과는 1승 2패였다. 과정도 힘들었고, 결과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보니 선수들은 심신 양면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경기만큼은 5세트로 가지 않고 깔끔한 승리를 쟁취하고자 했다.
그러나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19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삼성화재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는 또다시 5세트를 향했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위기의 순간 서재덕과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날아올랐다. 서재덕은 2-1에서 서브 1득점 포함 3연속 서브를 구사하며 5세트 초반 흐름을 장악했다. 타이스는 5세트에만 8점을 터뜨렸고, 공격 성공률도 80%로 매우 높았다. 경기에서 총 49점을 합작한 두 선수의 활약 속에 한국전력은 세트스코어 3-2(20-25, 25-15, 18-25, 25-20, 15-12)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두 선수는 먼저 경기를 냉철하게 돌아봤다. 서재덕은 “시작을 불안하게 하는 바람에 좀 위축된 상태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그래도 2세트부터는 선수들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다행이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타이스는 “우리 팀이 1세트를 승리하는 방식을 좀 익혀야 할 것 같다. 요즘 들어 1세트를 불안하게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선수들이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하고, 몸도 더 철저히 풀어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도 1세트에는 선수들이 책임감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경기 초반의 불안함을 지적했다.
두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5라운드의 4번째 풀세트 경기를 맞이하게 됐다. 몸 상태와 마음가짐이 궁금했다. 먼저 서재덕에게는 몸 상태를 물었다. 서재덕은 “경기 내내 몸이 좀 무겁긴 했지만, 감독님도 경기 전날까지 러닝도 못 뛰게 하실 정도로 내 몸 상태를 관리해주셨다. 내가 스트레스가 쌓인 게 보이셨던 것 같다. 감독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괜찮은 몸 상태로 경기에 나왔고, 리듬도 괜찮았던 것 같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타이스에게는 4연속 5세트에 들어서던 순간의 마음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타이스는 “나는 개인적으로 5세트가 가장 재밌다. 높은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다. 5세트에 들어가면 긴장감을 극복하는 쪽에게만 승리가 허락된다. 단순한 경기가 아닌 진짜 전쟁 같은 느낌이다. 정말 즐겁다”며 전사의 심장을 뽐냈다.
타이스는 이날 경기에서 3세트까지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 성공률이 39.29%에 그칠 정도였다. 타이스는 “몸은 좋았다. 그러나 어려운 공을 때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이 주어졌고, 그러다보니 성공률이 떨어졌다. 물론 내 역할이 어려운 공을 과감하게 처리해야 하는 역할이긴 하지만, 그래도 3세트 때까지는 그런 상황이 지나치게 많았던 것 같다. 5세트 때처럼 세트 플레이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이 늘어나면 내 자신감도 올라간다”고 부진의 원인을 돌아봤다.
서재덕은 “타이스는 아무리 부진해도 제몫을 해주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선수라서 믿고 있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았고, 내 배구에만 집중하면서 나에게 올라오는 공을 최대한 잘 해결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라며 타이스에 대한 깊은 신뢰와 무서울 정도의 평정심을 함께 드러냈다.
서재덕은 이날 시즌 첫 트리플 크라운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아쉽게도 서브 득점 1개가 모자랐다(서브 2점, 후위공격 4점, 블로킹 3점). 이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지 묻자 서재덕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짜 서브 하나가 모자랐나? 와, 아쉽다(웃음). 그런 줄 모르고 있었다. 듣고 나니까 너무 아쉽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힘든 경기를 함께 승리로 장식한 서재덕과 타이스에게 서로에 대한 감사 인사를 부탁했다. 두 선수는 머쓱한 듯 미소를 짓더니 나란히 “굿 잡, 브로(Good job, bro)”를 외치며 주먹을 맞부딪혔다. 이후에는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밝은 웃음을 주고받았다.
짧은 말 한 마디였을 뿐이지만 두 선수의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는 고스란히 전해졌다. 5라운드를 기분 좋게 마무리한 한국전력이 서재덕과 타이스를 앞세워 6라운드에도 호성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_수원/김희수, 유용우 기자
[ⓒ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