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경기가 무섭지 않다, 빨리 시작하면 좋겠다” 황승빈은 이제 꿈을 꾸지 않고 이룬다

남자프로배구 / 천안/김희수 / 2025-01-20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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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설렘이 됐다. 황승빈의 배구 인생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황승빈은 대한항공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삼성화재-우리카드-KB손해보험을 거쳐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에 새 둥지를 틀었다. 남자부 7개 팀 중 5개 팀에 몸 담은, 대표적인 V-리그의 ‘저니맨’이다. 자신의 가치를 많은 팀으로부터 인정받는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어느 한 곳에 정착해서 자신의 꿈을 향해 진득하게 나아갈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은 것이 저니맨의 비애다.

그러나 황승빈은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는 1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3-1(25-13, 26-24, 19-25, 25-20) 승리를 견인하는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고른 공격 옵션 활용과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의 13연승에 기여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황승빈은 “너무 기쁘다. 매 경기 준비할 때마다 다음 경기는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많은 상상과 생각을 하게 되는데, 최근 두 달 동안은 그 생각의 끝이 늘 승리였다. 정말 기쁘다”며 행복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후 황승빈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 팀의 세터였다가 연승을 질주하는 리그 선두 팀의 세터가 된 것의 차이를 묻자 그는 “지난 시즌에는 경기장에 오는 게 좀 두려웠고, 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았다”고 솔직하게 지난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러나 황승빈은 “이번 시즌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연승이 이어지고 있어서인지 빨리 경기가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긴장감과 부담감 자체는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걸 피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걸 해소하기 위해 빨리 경기가 시작됐으면 하는 마음을 먹는 게 다르다”며 달라진 자신의 마음가짐을 당당히 밝혔다. 팀과 함께 강인해진 황승빈이었다.

사실 황승빈이 리그 최상위 팀에서 뛰는 것, 나아가 리그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는 아니다. 이미 대한항공 시절 이러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다만 그때는 한선수라는 거대한 그늘에 가려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 기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황승빈은 늘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이끄는 꿈을 꿨다.


황승빈은 “트레이드를 경험할 때마다 새로운 팀에서 우승을 꿈꿨다. 하지만 매번 실패하면서 자신감이 좀 많이 떨어졌다. 내가 우승을 이끄는 일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많아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상상만 했던 그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목소리에서는 건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더 이상 황승빈에게 팀의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이끄는 것은 허황된 꿈이 아니다. 이제 그는 꿈을 꾸기만 하지 않아도 된다. 꿈을 이룰 기회가 왔으니,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다. 남은 시즌에도 총력전에 나설 황승빈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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