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고마움, 그리고 미안함’ 신영석이 친정팀에 보낸 진심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0-12-02 23: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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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천안/서영욱 기자] 이적 후 첫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 신영석. 친정팀과 첫 맞대결 이후 그는 또 한 번 친정팀과 팬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이제는 ‘한국전력 신영석’으로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찾은 신영석은 친정팀과 첫 맞대결에서도 자기 기량을 보여줬다. 이날 신영석은 블로킹 4개 포함 10점을 올리며 28점을 기록한 러셀과 함께 팀 승리를 이끌었다. 친정팀 상대로 활약한 신영석과 함께 한국전력은 현대캐피탈은 3-1로 꺾고 5연승과 함께 2라운드를 마쳤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신영석은 “익숙한 의자에 앉는다”라는 말에 “추억이 많은 곳이다”라고 답하며 이적 후 처음 원정팀 선수로 찾은 유관순체육관 인터뷰실을 둘러봤다.

원정팀으로 찾은 유관순체육관은 어땠을까. 신영석은 “항상 연습하던 곳 반대편에 있으니 ‘내일 할 수 있을까?’, ‘내가 그간 이끈 팀과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내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도 많았고 잠도 못 잤다”라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어떻게 하면 자기가 오랜 시간 머물고 우승이라는 좋은 기억을 함께한 팀에 보답할 수 있을지도 고민했다. 신영석이 도달한 답은 밝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현대캐피탈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도 많이 생각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밝게 뒷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리라 생각했다. 더 밝게 뛰고 후배들을 이끌면서 철우 형도 밀어주며 경기했다.”

트레이드 후 첫 친정팀과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그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며 솔직하게 답했다. 신영석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만감이 교차했다. 미안하기도 했다”라며 “모두 내 후배들이었다. 너무나도 가족 같던 팀이 가장 어려울 때도 승리를 원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졌으면 더 편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또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라고 말을 이었다.  

 


경기 전후로 현대캐피탈 선수, 감독과 나눈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신영석은 “형만 잡을 거라고 하더라. 덕분에 마음이 편했다. 일부러 그런 것 같다. 그게 너무 고마웠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도, 끝나고도 와서 다 안아주고 갔다. 제가 6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라며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남긴 팀이다”라고 다시 한번 현대캐피탈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최태웅 감독으로부터 “천안에 숙소 와서 자고 가라”라는 말을 들었다는 신영석은 “감독님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부담을 가지지 않을까 고민하신 것 같다. 경기 중에도 눈이 마주쳤다. 그런 점이 고마웠다”라며 “제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을 것 같다. 원래 장난을 안 치시는데 더 장난도 치고 말도 걸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추억도 많고 고마움이 컸던 팀이기에 신영석은 트레이드 소식을 처음 접한 후 여러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는 신영석은 힘든 시기에 팀을 떠난다는 생각에서 오는 죄책감부터 팀을 떠난 이후에도 친정팀을 바라보며 함께 기쁨까지 여러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였다.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에 현대캐피탈이 도약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받아들인 것 같다. 언젠가 나도 팀을 떠나리라 생각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트레이드된 아쉬움이 아니라 더 좋은 상황에서 팀을 떠나지 못한 것이다. 팀이 잘 되고 있을 때 트레이드됐다면 마음이 무겁지 않았을 텐데 어려울 때 나만 모든 부담을 놓고 가는 것 같아 더 힘들었다. 주장으로서 내 모습에 실망도 했다. 얼마 전에 현대캐피탈이 1승을 했다. 그때 정말 좋았다. 결국 이겨낼 것으로 생각했다. 어린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오늘 경기도 이슈가 많으리라 예상했다. 트레이드된 것에는 팀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다.”

자신의 뒤를 이어 주장직을 맡고 팀을 이끄는, 한때는 현대캐피탈 중앙을 함께 이끈 최민호 이야기도 언급했다. 최민호와 평소에도 자주 연락한다는 신영석은 “민호자 내 자리를 이어받았다. 걱정도 됐다. 민호는 팀을 잘 이끌고자 나한테 고민도 말했다. 오늘 경기 전에도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배구 이야기도 많이 하고 팀 이야기, 고민도 말한다. 후배지만 친구 같고 또 형 같은 선수다”라고 말했다.



자칫 힘들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신영석에게 힘이 된 건 함께 이적한 황동일과 주장 박철우, 장병철 감독이었다. 신영석은 황동일을 먼저 언급하며 “아마 혼자 갔다면 더 외로웠을 것이다. 워낙 서로 잘 안다. 빠르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아직 보여줄 게 더 남았다. 동일이랑 더 연구하고 대화하고 있다. 앞으로 찢어지지 않고 계속 같이 갔으면 좋겠다”라고 웃어 보였다.

박철우에 대해서는 “이적하면서 철우 형이라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형이 생겼다. 대한민국 최고 아포짓이다. 너무 든든하다. 철우 형이 든든한 모습으로 한국전력을 이끄는 모습이나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고 중심을 잡는 모습 모두 내겐 롤모델이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장병철 감독은 자신을 믿어준다는 점이 가장 고맙다고 언급했다. 신영석은 “너무 잘해주신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몸 관리도 내게 맡기겠다고 하셨다. 책임감도 주시고 잘해주신다. 부담은 있다. 책임감도 느낀다. 한국전력에서 해야 할 역할이 많아 기대도 된다”라고 말했다.

신영석은 이적 후에도 많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영석은 “SNS에 심경을 표현하고 정말 많은 연락이 왔다”라고 운을 뗀 후 “나를 따라서 한국전력 팬을 하겠다는 분도 있었고 내가 어느 팀에 있든 영원히 응원하겠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 응원 덕분에 빨리 일어섰다. 너무 감사했던 부분을 지난 6년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오늘 현대캐피탈 팬들이 입장했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만나고 싶고 인사도 드리고 싶다”라고 팬들에게 진심을 전했다.

한국전력은 5연승과 함께 3위 대한항공과 승점차도 많이 좁혔다. 대한항공이 한 경기 덜 치른 상황에서 승점차는 4점이다. 신영석은 “어느 팀에 있든 목표는 우승이다. 난 항상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어려운 때를 이겨냈고 우승도 했다. 지금 꼴찌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라며 “큰 무대에 뛰어본 것과 그렇지 않은 건 차이가 크다. 한국전력에 그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 플레이오프는 단두대 매치다. 누가 이길지 모른다. 아직 우리가 못 보여준 게 더 많기에 기대도 된다.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다. 제가 언제까지 배구할 지는 모르나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천안/홍기웅, 서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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