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벨을 선택한 한국도로공사의 판단은 옳았다. 적절한 시기에 선택한 외국인 선수 교체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한국도로공사가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펼쳐진 흥국생명과의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매 세트가 끝까지 결과를 알 수 없었던 명경기였다. 결국 한국도로공사는 근성과 투혼으로 리버스 스윕을 완성하며 V-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새겼다.

한국도로공사가 완성한 기적의 리버스 스윕 스토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시즌 중 합류한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다.

원래 한국도로공사와 2022-2023 시즌을 함께 하기로 했던 외국인 선수는 카타리나 요비치였다. 그러나 카타리나의 활약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어느 정도의 득점은 책임져 줄 수 있었지만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다. 낮은 점프로 인해 191cm의 큰 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에이스라면 갖춰야 할 대담함이나 여유도 부족했다. 막상 시즌이 시작하고 나니 예상보다 좋은 경기력으로 중위권 경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던 한국도로공사로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한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한국도로공사는 칼을 빼들었다. 3라운드 종료와 동시에 카타리나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캣벨을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데려왔다. 시즌 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던 선수만 영입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교체 규정 상, 이미 GS칼텍스와 흥국생명에서 V-리그를 경험해본 캣벨은 한국도로공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검증된 선수였다.
 

예상대로 캣벨은 별다른 적응기 없이 한국도로공사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정규시즌에서 18경기에 출전해 376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 37%‧후위공격 성공률 40.13%(6위)을 기록하며 박정아와 함께 한국도로공사의 쌍포로 활약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캣벨은 높은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며 에이스의 역할을 다 했다. 특히 우승을 확정지은 5차전에서는 45.45%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32점을 터뜨리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캣벨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는 코트 안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수 본인과 구단 공식 SNS 등을 통해 전해지는 캣벨의 일상은 언제나 기분 좋은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캣벨은 특유의 쾌활하고 유쾌한 성격으로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다. 길고 힘든 시즌을 견뎌내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됐을 것이다.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도 캣벨의 ‘긍정 에너지’는 빛을 발했다. 운명의 5세트, 한국도로공사가 먼저 8점에 도달하면서 양 팀이 코트를 바꾸게 됐고,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은 원정 팬들이 가까이 있는 B코트로 향했다. 이때 캣벨이 원정 팬들을 향해 더 소리를 질러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응원을 독려했고, 원정 팬들은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며 화답했다. 이후 한국도로공사는 단 한 차례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5세트를 승리했고, 결국 축포를 터뜨렸다.

외국인 선수 교체는 생각보다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적절한 타이밍을 잡기도 어렵고, 좋은 교체 선수를 데려오기도 어렵다. 당장 이번 시즌 한국도로공사와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던 현대건설이 야스민 베다르트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이보네 몬타뇨가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의 캣벨 영입은 이 두 가지의 어려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신의 한 수’였다. 다음 시즌에도 캣벨과의 동행이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한국도로공사도 캣벨도 서로를 만나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음은 분명하다.

사진_인천/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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