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시즌, 한국전력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 남자프로배구 / 김희수 / 2023-03-22 06:00:54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전력은 봄배구에 올랐다.
한국전력은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를 최종 4위로 마감했다. 희망찬 출발부터 날개 없는 추락, 예상 밖의 반등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소설 같은 시즌을 보냈다. 3위 우리카드와의 승점 차가 3점이기 때문에 준플레이오프가 열리게 됐고, 두 팀은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두고 뒤가 없는 단판 승부를 벌인다. 단 한 판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일전을 앞둔 한국전력의 소설 같았던 정규리그를 소설의 5막 구조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돌아봤다.
발단: 돌아온 타이스와 2-2 트레이드, 한국전력을 향한 기대감은 커졌다
지난해 4월 29일, 한 시즌을 함께 할 외국인 선수를 뽑는 V-리그 남자부 트라이아웃이 진행됐다. 한국전력은 구슬 추첨 결과 4순위를 배정받았고, 권영민 감독은 망설임 없이 네덜란드의 아웃사이드 히터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를 지명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의 파괴력이 항상 아쉬웠던 한국전력은 이미 삼성화재에서 세 시즌 동안 수준급 활약을 펼쳤던 타이스를 품으며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한국전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과감한 트레이드를 진행했다. 우리카드에 김지한과 오재성을 내주고, 장지원과 하승우를 데려오는 2-2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2%가 부족했던 세터 포지션 보강이 주목적이었다. 높은 고점을 갖춘 하승우와 믿음직한 주포 타이스, 잠재력 높은 리베로 장지원까지 품은 한국전력을 향한 팬들의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전개: 3승 3패로 무난하게 출발한 1라운드
부푼 기대감을 안고 맞이한 도드람 2022-2023 V-리그, 한국전력은 힘차게 시즌을 시작했다. 1라운드 첫 경기에서 OK금융그룹을 셧아웃으로 완파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후 KB손해보험, 현대캐피탈, 대한항공을 상대로 3연패를 당하며 주춤하기도 했다. 1라운드 후반 다시 경기력을 되찾은 한국전력은 삼성화재와 우리카드를 연파하며 3승 3패의 무난한 성적으로 1라운드를 마쳤다.
권 감독은 1라운드를 마친 뒤 “내가 구상했던 팀의 모습은 아니었다. 지금보다 훨씬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좀 떨어졌던 게 원인인 것 같다. 2라운드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임을 다짐했다.
위기: 충격의 9연패...한국전력의 시즌은 끝났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좀처럼 빠르게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2라운드 역시 3승 3패로 마치며 다소 예열이 길어지는가 싶더니, 3라운드에는 전패의 수모를 겪으며 2라운드 마지막 두 경기를 포함해 8연패의 늪에 빠졌다. 시즌 초의 기대치와는 전혀 딴판인 경기력이었다. 결국 한국전력은 12월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너무나 추운 연말을 보내야 했다.
끝없이 추락하던 한국전력은 바닥에 닿기 직전에 날개를 펼쳤다. 1월 10일 우리카드전에서 풀세트 혈전 끝에 승리를 거두며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임성진의 맹활약을 비롯해 선수들의 간절함이 돋보인 경기였다. 경기 후 권 감독은 “선수들이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울컥했다.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추가 훈련도 자청할 정도로 열정을 보여줬다. 그런 선수들을 믿었다. 이겨서 정말 다행이다”라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연패를 끊은 뒤 한국전력은 무서운 기세로 승점을 쌓아갔다. 10일 우리카드전 이후 치러진 16경기에서 10승 6패를 마크하며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경쟁 팀들의 부진까지 겹쳤다. OK금융그룹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6승 12패를 기록하며 무너졌고, 우리카드 역시 8승 10패로 주춤했다. 특히 우리카드는 플레이오프 직행을 위해 반드시 승점 3점을 챙겨야 했던 3월 16일 대한항공전에서 2-3 석패를 당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전력은 극적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봄배구 무대에 올랐다.
결말: 한국전력이 쓰는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까
한국전력은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 준플레이오프 단판 승부를 벌인다. 지난해 4월 1일에도 한국전력은 우리카드와 장충체육관에서 단판 승부를 벌였고, 당시에는 한국전력이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머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정규시즌 6차례 맞대결을 모두 졌던 한국전력이 일곱 번째 맞대결에서 만들어낸 ‘업셋’은 많은 배구 팬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한국전력의 팬들은 ‘Again 220401’을 외치며 또 한 번의 ‘업셋’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전력이 준플레이오프까지 온 과정은 무척 다사다난했다. 그렇기에 그 결말이 더 궁금해진다. 과연 한국전력이 스스로 써내려 갈 이 소설의 결말은 무엇일까.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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