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민이가 저를 믿고 있어요” 동료들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홍상혁은 자신감을 찾았다

남자프로배구 / 인천/김희수 / 2023-12-11 0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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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자신감이 부족했던 홍상혁을 각성시킨 건 다름 아닌 동료들이었다. 누군가는 믿음으로, 누군가는 조언으로 홍상혁을 도왔다.

KB손해보험의 아웃사이드 히터 홍상혁은 늘 KB손해보험의 ‘미완의 대기’로 손꼽혀왔다. 2019-2020 V-리그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KB손해보험의 지명을 받은 그는 데뷔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매 시즌 2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기회를 받았지만, 한 번도 자신의 잠재력을 제대로 폭발시킨 적이 없다. 그가 항상 지적받는 부분은 자신감이었다. 잘 하다가도 중요한 순간마다 어딘가 모르게 위축돼 보이는 모습이 아쉬웠다.

이번 시즌에도 홍상혁의 자신감은 쉽게 올라오지 않는 듯 했다. 최근까지 이어졌던 KB손해보험의 기나긴 연패 기간 동안 홍상혁은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며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의 뒤를 충분히 받치지 못했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이 3라운드 OK금융그룹전에서 연패를 끊을 때 홍상혁은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팀과 함께 개인으로서도 반등의 기회를 잡았고, 1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3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 최다 득점인 14점을 올렸고, 공격 성공률은 68.42%에 달했다.

팀의 세트스코어 3-1(23-25, 31-29, 25-22, 25-22) 승리에 일조한 홍상혁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을 찾았다. 그는 “연패를 오랫동안 하다가 지난 OK금융그룹전을 통해 연패를 끊으면서, 팀원들이 모두 하고자 하는 의지를 더 가지게 됐다. 이번 경기도 1세트는 조금 어려웠지만, 2세트부터는 경기가 잘 풀렸다. 기분이 정말 좋다”며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연패 탈출은 홍상혁은 물론 KB손해보험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홍상혁은 “연패를 끊으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지금부터 계속 이겨보자는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 그 동안 연패가 이어질 때도 계속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팀적으로 올라온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상혁은 “감독님께서는 항상 ‘편하게, 하고 싶은 대로, 자신감 있게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신다”며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언급했다. 후 감독 말고도 홍상혁의 자신감 상승을 도운 사람들은 팀 내에 더 있었다. 동료 리우 훙민과 정민수, 비예나가 그들이었다. 먼저 리우 훙민과 정민수에 대해 홍상혁은 “평소에도 (리우) 훙민이가 나를 많이 믿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훙민이는 나에게 ‘서브가 강하게 와도 내가 커버해줄 테니 공격을 때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도 훙민이와 (정)민수 형이 리시브에서 커버해주는 부분이 많아서, 공격할 때 더 자신감 있고 편하게 때릴 수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런가하면 비예나는 홍상혁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폭풍 피드백’을 하고 있었다. 홍상혁은 “내가 실수도 좀 많고, 약한 부분들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비예나가 나에게 와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비예나의 피드백들을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다보니 그간 잘 안 되던 것들도 잘 됐다. 잘 될 때는 비예나에게 칭찬도 많이 받았다”며 비예나가 해준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됐음을 전했다.

기나긴 연패를 끊고 연승 가도를 달린 덕분일까. 홍상혁의 인터뷰 내용에서는 이제 오히려 자신감과 확신이 넘쳐보였다. “항상 경기를 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오늘은 보여줘야지’, ‘트리플 크라운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밝힌 홍상혁은 트리플 크라운을 이번 시즌에 달성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항상 있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홍상혁이 ‘미완의 대기’라는 딱지를 수년째 떼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의 결여였다. 그러나 그는 동료들과 함께 팀이 처한 최대의 위기에서 벗어나며 자연스럽게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 남은 시즌 동안 홍상혁은 얼마나 더 많은 자신감을 얻어갈 수 있을까. 어쩌면 이번 시즌이 끝난 뒤에는 그에게 늘 붙어 다니던 아쉬운 딱지가 자연스럽게 떼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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