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성패 척도' 2020-2021시즌 외국인 선수 중간점검…①남자부
- 남자프로배구 / 박대해 / 2021-01-02 23:04:50
[더스파이크=박대해 기자] 도드람 2020~2021 V-리그도 어느덧 4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외국인 선수 활약에 힘입어 순위표 위쪽에 자리한 팀이 있는가 하면 부상과 부진 등을 이유로 정들었던 선수와 아쉬운 이별을 맞이한 팀도 있었다. 시즌이 반환점을 돈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외국인 선수들 성적을 기록을 바탕으로 점검해보았다. 모든 기록은 3라운드가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오랫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은 비예나는 제외했다.
케이타의 압도적인 공격력, V-리그를 강타하다
공격수 기량을 평가하는 기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기록은 공격 득점과 공격 성공률이다. 두 지표를 기준으로 했을 때 다른 선수들과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준 케이타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띈다. 케이타는 589점을 공격으로 올리며 399점을 올린 이 부문 2위 다우디보다 190점이나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에서도 케이타는 54.89%로 2위 알렉스(51.92%)보다 약 3%p 가까이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다우디와 알렉스는 이처럼 월등한 기량을 보여준 케이타의 뒤를 쫓고 있다. 다우디는 공격 득점에서는 남자부 외국인 선수 여섯 명 가운데 두 번째, 공격 성공률에서는 세 번째로 좋은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선보인 엄청난 점프력과 타점 높은 공격을 올 시즌에도 보여주며 젊은 선수들이 많은 현대캐피탈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험난한 리빌딩 과정을 보내고 있는 현대캐피탈이니만큼 앞으로도 다우디가 꾸준하게 활약해주면서 동료 선수들의 성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
알렉스는 대부분 기록이 시즌 초중반까지 외국인 선수 중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나경복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 알렉스는 아포짓 스파이커로 뛰면서 경기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포지션 변경 이전 9경기에서 알렉스 공격 성공률은 47.11%였다. 포지션 변경 이후 치른 9경기에서는 55.99%였다.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훨씬 덜한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로 이동하니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어 전반적인 공격 지표가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시즌 초반에는 우리카드 세터진이 크게 흔들리면서 알렉스와 세터 간의 호흡도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승우를 중심으로 세터진이 점점 안정되면서 알렉스 공격 페이스도 점점 좋아졌다. 알렉스의 맹활약을 바탕으로 우리카드는 이제 본격적인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공격 성공 개수에서 공격 범실과 상대 블로킹에 차단당한 공격의 개수를 뺀 기록인 공격 효율에서도 역시 케이타가 38.02%로 1위를 차지했다. 근소한 차이로 케이타에게 뒤진 펠리페(37.69%) 활약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에서 뛴 경험이 많은 베테랑인 만큼 영리한 강약 조절을 통해 불필요한 실점을 줄인 것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바르텍과 러셀은 공격 효율 부문에서 크게 뒤처진 수치를 기록했다. 나머지 네 선수가 모두 공격 효율 35% 이상 기록한 것과 달리 바르텍과 러셀의 공격 효율은 각각 30.40%, 28.49%에 그쳤다. 점수를 많이 낸다고 하더라도 그만큼 점수를 많이 잃는다면 공격의 순도는 자연스레 떨어지게 되고, 순도가 낮은 공격은 결국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3라운드가 끝나기 전 방출된 삼성화재 바르텍에 대해 고희진 감독은 세트별로 경기력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는 평을 실제로 내린 바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는 리시브가 흔들리거나 수비 후 반격을 하는 상황에서 좋은 공격을 해줄 수 있는 능력 역시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오픈 공격 성공률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이 부문에서도 역시 케이타는 성공률 50.84%로 다른 선수들과 차이를 보였고, 다우디는 47.21%로 뒤를 이었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는 상당히 높은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지나치게 높은 점유율은 선수의 체력 저하와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만큼 점유율이 높다고 많은 득점을 담보하는 건 아니고 실제로 여러 공격수를 고루 활용하는 공격을 추구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케이타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케이타는 3라운드까지 공격 점유율 57.72%를 기록했는데, 앞서 확인했듯 그는 전반적인 공격 지표에서도 최상위권에 머물며 엄청난 공격력을 과시했다.
종합해보면, 케이타는 거의 모든 공격 관련 분야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하며 자신이 왜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초반 화제의 중심에 있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케이타의 활약은 많은 배구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KB손해보험의 호성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블로킹과 서브에서 두각을 드러낸 러셀
3라운드 기준 남자부 외국인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블로킹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러셀(0.467개)이다. 지금은 모습을 볼 수 없는 바르텍 역시 러셀과 같은 기록을 남기며 블로킹 쪽에서는 두각을 나타냈다.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보면, 블로킹은 단순히 높이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케이타는 2m 6cm의 큰 신장과 가공할 만한 점프력을 갖춘 선수이지만, 블로킹은 세트당 0.282개로 여섯 선수 가운데 가장 기록이 떨어진다. 블로킹 득점을 많이 잡아내기 위해서는 좋은 위치 선정과 예쁜 손 모양을 유지해야 한다. 실제로 케이타에 대해 많은 배구 전문가들은 높이는 좋지만 블로킹 손 모양이 좋지 않아서 블로킹에서는 약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펠리페는 세트당 블로킹 득점에서 외국인 선수 중 세 번째에 머물렀지만, 총 37개의 유효 블로킹을 만들어내며 이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유효 블로킹은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팀에게 중요한 반격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기록이다. 일부 감독들은 선수들에게 꼭 블로킹으로 득점을 하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유효 블로킹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집중하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서브에서도 러셀은 아주 뛰어난 기록을 자랑했다. 그가 기록한 세트당 서브 0.787개는 리그 1위 기록이다. 2위 케이타(세트당 0.535개)와는 0.252개 차이다. 러셀의 서브는 힘이 실려 있는 데다가 구질이 리시브하기에 까다로워서 올 시즌 많은 에이스를 생산해내고 있다.
러셀이 블로킹과 서브에서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공격 득점에서 5위에 그친 그는 종합 득점 부문에서 무려 2위까지 순위가 상승한다. 공격 자체에는 다른 선수들보다 조금 약점이 있을지 몰라도 종합적인 기여도 면에서는 다른 선수들에 전혀 뒤처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록으로 보는 남자부 외국인 선수들의 전망은?
앞서 러셀의 공격 기록이 현재까지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온전히 러셀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러셀은 지금까지 너무 어려운 상황에서 공격을 많이 해왔다. 공격 시 3명의 상대 블로커가 따라붙은 비율이 러셀은 무려 32.98%에 달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의 기록이 대부분 11~14%에 머무른 것을 고려하면 이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수치이다. 나머지 다섯 명 중 그나마 이 수치가 제일 높았던 바르텍도 20.49%에 불과했다. 이는 러셀이 그동안 얼마나 상대 블로커들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되었는지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수치이다. 러셀의 공격 지표 향상을 위해서는 팀의 다른 공격수들을 이용하여 그에게 지워지는 공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동시에 3라운드 막판부터 보여주는 것처럼 리시브로부터 얼마나 자유롭게 하느냐도 관건이다.
준수한 기록을 유지했던 다우디, 알렉스, 펠리페는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특히 펠리페는 범실 관리가 매우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펠리페는 단 93개의 범실만을 저지르며 두 번째로 범실 수가 적은 알렉스보다 12개나 적은 범실을 기록했다. 실제로 OK금융그룹 선수 및 코칭스태프는 펠리페의 합류가 팀 범실 관리에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케이타는 높은 공격 점유율을 남은 시즌 동안 견뎌내는 것이 주된 과제가 될 것이다. 특히 케이타는 여섯 선수 중 유일하게 50%를 훌쩍 넘기는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다. 게다가 그는 올 시즌 V-리그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홍기웅,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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