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세리머니 10만 원 공약’ 까지 내건 석진욱 감독 “원하는 만큼은 안 나왔다”
- 남자프로배구 / 서영욱 / 2021-04-04 23:00:55
[더스파이크=의정부/서영욱 기자] 분위기 반전을 위해 상금까지 걸었던 석진욱 감독은 선수들의 파이팅에 만족했을까.
석진욱 감독이 이끄는 OK금융그룹은 4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 KB손해보험과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OK금융그룹은 6일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2세트까지 부진했던 펠리페는 3세트부터 살아나며 22점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경기 전 예고처럼 여러 교체 선수를 활용한 OK금융그룹은 들어가는 선수마다 자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다음은 석진욱 감독과 일문일답.
Q. 승리 소감과 승리 요인을 꼽는다면.
베테랑들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다. 교체 선수들도 들어가서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게 해줬다. 분위기를 바꾸고자 선수들도, 나도 노력했는데 선수들 부담을 줄이면서 좋은 경기를 했다.
Q. 작전타임 때 케이타보다 세리머니를 잘하면 1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케이타 세리머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분위기가 상대로 넘어가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다. 2세트에 차이가 많이 나니까 케이타 세리머니가 나오더라. 우리는 아무도 세리머니를 안 해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줄까 말까 생각도 했지만 그 상황에는 일단 해보자고 생각했다.
Q. 선수들이 받을 만큼 해줬는지.
제가 원하는 만큼은 안 나오더라(웃음). 그만큼 우리 선수들이 세리머니를 하거나 분위기가 처졌을 때 바꾸는 게 좀 부족하다. 진상헌이 좀 해주는데 안 될 때는 못 한다. 우리 팀은 세리머니가 중요하다.
Q. 최홍석 활약이 눈에 띄었다. 기대 이상으로 잘한 이유가 있다면.
절실했던 것 같다. 후배들에게도 밀리고 계속 경기에 나서지 못해 실망도 컸을 거다. 연습 때 잘했지만 실전에서 못 보여줬다. 경기 끝나고 울고 있더라. 눈물을 보이는 데서 진정성을 느꼈다. 고맙게 생각한다.
Q. 필요했기에 영입했을 것이고 결국 중요할 때 해줬다.
지난 시즌에도 중간중간 투입됐을 때 잘해줬다. 올 시즌 초반에 잘하다가 중간에 많이 떨어졌다. 그 친구가 부상이 좀 많다. 발목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다. 열심히 하면 또 아프니까 스스로 텐션도 많이 떨어졌다. 아파도 참고 끝까지 오니 기회가 생겼고 그런 기회 속에 잘해줬다.
Q. 플레이오프는 어떻게 대비할 건지.
솔직히 거기까지는 생각 안 했다. 이제 서울로 가야 하는데 숙박도 잡아야 한다. 지금 정신이 없다. 사실 많이 내려놨다. 준비 과정에서 시즌 처음에는 우승도 생각하고 도전했지만 안 좋은 일이 많이 터지면서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당장 앞에 있는 한 경기도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코치들, 트레이너들과 잘 상의해서 준비해보겠다.
Q. 매 세트 로테이션에 변화를 줬다. 중점을 둔 부분은.
펠리페 공격력이다. 펠리페가 케이타가 앞에 오니 그걸 피하려고 했다. 펠리페 공격 극대화를 위해 변화를 줬다. 상대 윙스파이커는 높이가 낮다. 그래서 라인업에 계속 변화를 줬다. 잘했는데 마지막 세트는 이경수 감독대행에게 졌다. 똑같이 들어오더라. 그런데 펠리페가 잘해줘서 이겼다.
Q. 차지환이 1세트에 좋았는데 오래가지 못했다. 이 점은 고민일 듯한데.
그게 제일 고민이다. 1세트부터 5세트까지 꾸준하면 좋은데 우리 팀은 기복이 너무 심하다. 2세트에도 확 떨어져서 벌어지면 세트를 거의 포기하는 수준이 된다. 선수마다 기복이 있는데 차지환이 조금 심한 편이다. 시즌 중간에 상무에서 전역해서 비시즌에 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Q. 내일 하루는 휴식을 주는 게 나은지 훈련을 하는 게 나은지.
서울로 가서 자야 하니까 오전은 쉬고 오후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볼 훈련을 가볍게 하고 끝내려 한다.
Q. 감독으로서 포스트시즌 첫 승이다.
그런 점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선수들과 오늘 웃자고 하고 부담감을 떨어트리려고 많이 노력해서 이긴 것 같다. 다그치고 준비한 걸 왜 못하는지 혼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선수들과 멀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같이 웃으니 선수들도 이렇게 힘을 냈다. 아직은 초보 감독인 것 같다. 저도 더 노력해야 한다.
사진=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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